‘미디어 퍼포먼스 프로젝트’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끼는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10월 1일 12:00 오전

퍼포먼스와 전시가 결합된 퍼포믹스(performix). 장르의 경계에 서서 벌어지는 그 새로운 찰나는 오늘, 지금까지와는 다른 예술의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르르 쾅쾅. 정미소 1층 로비에서 벽돌 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무너진 벽돌 위로 여러 사람들이 느리게 움직인다. 마치 춤을 추고 있는 듯이. 순간, 1층 공연장을 비롯한 지하 카페 곳곳에 있던 사람들이 놀란 표정으로 달려 나온다. 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발생한 이 사건은 실재 상황인가, 아니면 가상인가. 2층 갤러리 정미소에서 시각 예술가 강이연과 안무가 신창호의 미디어 퍼포먼스 프로젝트에 참석한 관객들만이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침묵 속에서 유리 바닥을 통해서 발생한 사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갤러리 정미소에서는 시각 예술가와 무용가의 협력을 통해 사건으로서의 해프닝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해프닝은 복합매체 개념과 같이 미술과 연극, 미술과 음악의 복합적인 교배를 통해 현장 그 자체에서 발생되는 관객과 미디어의 소통을 달성해나가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음악과 연극 사이에 존재하는 정의할 수 없는 기대를 달성하여 미디어·회화·조각·건축·음악·무용 등 어떠한 영역으로의 확장을 가능하게 만드는 비결정적인 복수 매체를 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해프닝은 새로운 혼합 양식의 연극이라 볼 수 있으며, 마이클 커비가 지적했듯이 문맥에서 벗어난 행위 등의 다양한 비논리적 요소들이 의도적으로 구성되어 하나의 구조를 만들어내는 연극의 형태를 이루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내재한다. 더불어 해프닝은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관객과 새로운 소통을 예술을 만들어내며, 마치 예술의 관조자인 관람객들의 최소 현장성을 실현하며 참여의 계기를 제공한다.
갤러리 정미소 ‘미디어 퍼포먼스 프로젝트’는 시각 예술가 강이연과 안무가 신창호의 만남을 시작으로 하태범과 정보경, 박재영과 변재범의 미디어와 무용의 연극적 만남을 구성하여 선보인다.

미디어 퍼포먼스 프로젝트1 강이연+신창호
강이연은 3D 매핑 영상을 공간에 투사하여 전체 갤러리의 공간을 미디어로 대체한다. 그 미디어 영상 속에 신창호가 안무한 모든 무용가의 움직임이 존재한다. 해프닝은 영상 속 무용가와 실재의 무용가가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강이연의 영상 작업과 신창호의 창의적인 몸 언어가 겹쳐지면서, 실재와 가상의 혼합 매체를 통해 실존적인 물음을 함께 고민해낸다. 몸의 움직임은 갤러리의 벽돌 벽을 입체적으로 춤추게 하고 갤러리 1층 로비의 벽돌 벽을 쓰러뜨리는 퍼포먼스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퍼포먼스에 무용가들의 실존적 몸부림이 함께한다.

미디어 퍼포먼스 프로젝트2 하태범+정보경
설치와 사진 두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해온 시각 예술가 하태범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그간 꾸준히 발전시켜온 영상 언어를 새롭게 조명한다. 비디오 퍼포먼스로 분류되는 이 예술가 그룹은 영상 작업 소스를 최종 무대에 올리기 이전에 워크숍과 촬영을 통해 획득된 안무가의 채취를 일차적으로 획득했다. 안무가 정보경의 내적 시선을 무심한 듯 관심 어린 시각으로 관조하는 하태범의 카메라 앵글을 통한 이미지 위에서 우리는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를 현장에서 만날 것이다.

미디어 퍼포먼스 프로젝트3 박재영+변재범
작가 박재영과 안무가 변재범은 모두 자신의 작업실 혹은 무대 공간의 정황을 관객의 무대로 선사한다. 그들의 해프닝은 전시 공연장에서 스스럼없이 시작되며, 무대는 곧 미술을 하는 사람과 무용을 하는 사람의 대립적인 구조, 장르 간의 충돌을 비롯해 사회 구조에서 상이한 것들이 결국 하나를 이루어야 하는 표본적 정황을 완성시킨다.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미술가와 무용가의 삶에서 드리워지는 충돌을 시작으로 예술이라는 하나의 울타리에서 꿈꾸는 화합의 상황을 전시 공연 형식인 퍼포먼스를 통해 극적으로 드러낼 것이다.

미디어 퍼포먼스 프로젝트
강이연+신창호 9월 5~17일, 하태범+정보경 9월 24일~10월 9일,
박재영+변재범 10월 10~22일, 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
글 장윤규(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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