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안녕 오케스트라’

‘몽키티처’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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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월 1일 12:00 오전

리처드 용재 오닐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은 이제 시작이다

글 김여항 기자(yeohang@) 사진 영화사 진진

‘안녕 오케스트라’(감독 이철하)가 작은 기적을 일궈냈다. ‘감동’을 주제로 한 작은 오케스트라 다큐멘터리가 국제 에미상을 받고, 다양성 영화에서 관객수 1위를 기록하는 것보다 더 쉽지 않은 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관심을 받아내는 일이다. 냉정하고 냉철하던 지인들이 하나 둘 ‘눈물을 흘렸다’느니 ‘이건 꼭 봐야 한다’느니 리뷰를 쏟아냈다. 재미와 감동이라는 영화의 고전적인 흥행 코드를 겸비한 이 영화는 용재 오닐과 함께 하는 이 작은 오케스트라가 세상에 널리 퍼질 수 있게 하는 파급력을 뽐냈다.
‘안녕 오케스트라’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 안산 지역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모여 오케스트라를 꾸려가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에 담은 영화다. 2012년 MBC에서 4부작 다큐멘터리로 방영(연출 이보영)된 것을 영화로 제작해 올해 11월 말 개봉한 것이다. 시작은 오케스트라 오디션. 25명을 선발하는데, 29명의 참가자가 도착했다. 악기 경력을 묻자 아이들은 “학원에서 바이올린 일주일 배웠다” “할 수 있는 건 아직 없는데, 난 리코더를 희망한다” “그냥 보통 정도 한다” 각양각색의 대답이 튀어나왔다. 기획자 어른들 얼굴엔 당황스러움과 함께 아이들에 대한 귀여움이 묻어났다. 어쨌거나 팀을 꾸려 아이들이 모여 있으니 리처드 용재 오닐이 등장한다. 이제 세상 사람 다 알 만한 스타가 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 눈엔 그저 낯선 모양이다. 이들은 용재 오닐이 한국말에 서툰 것을 눈치 채고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는데, 그 내용을 들어보니 “몽키티처, 몽키티처”라고 놀리며 그저 짓궂은 모습이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아이들에게 악기가 하나씩 주어진다.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악기는 신기하지만 어려워 주저하던 아이들이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리처드 용재 오닐이 일정상 LA로 떠나 있자 아이들은 진행하는 10여 명의 선생님들과 연습하며 용재 오닐을 애타게 기다린다. 그리고 용재 오닐이 한국에 다시 돌아오자 그 사이 그들 사이엔 유대가 더욱 돈독해진 모양이다. 그렇게 그들은 세종문화회관에 서는 것을 목표로 3개월 만에 놀라운 성장을 이끌어낸다. 용재 오닐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과거사를 털어놓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아픈 것은 아픈 것이라고. 누군가는 ‘다문화 가정’이라는 용어 자체에 차별이 포함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자신들이 한국에서 남들과 다른 문화, 남들과 다른 가정환경에서 사는 것이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쏟는 사랑과 지원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용재 오닐은 “음악은 어려움을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끽끽 소리 나는 걸 부드럽게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성취해냈을 때의 기쁨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용기를 준다는 것을 본인이 체험했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는 세상을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도록 친구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이 3년간 진행됐다. 2012년 연말 공연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첫 정기 연주회를 가졌다. 각종 프로젝트의 효과에 회의를 느꼈던 이라면 이 영화를 볼 것을 추천한다. 음악의 힘은,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위대했다. 올해 DVD로 출매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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