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이 함께한 대한민국 공연예술사 30년 2012

서른을 앞두던 그때,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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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3월 1일 12:00 오전

2012
서른을 앞두던 그때, 우리

임동혁은 그 인기와 유명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객석’의 표지에 등장했다. 1984년생 동갑내기인 ‘객석’과 그는 한동안 애증의 평행선을 이어가던 관계다

콩쿠르를 대체할 동기 유발 장치는 마련했나요?
2012년 그게… 늘 고민이에요. 콩쿠르가 음악가에게 언제까지나 궁극적인 목적은 될 수 없죠. 근본적으로 저 자신은 음악을 더 사랑해야 한다고 봐요. (또 긴 침묵) 그러니까 뭐가 문제인가 하면, 롱 티보 콩쿠르 나가기 전만 해도 사람이 순진했거든요. 연습 열심히 하면 언제가 유명해지고 말 그대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 막연한 믿음이면 충분했어요. 그런데 피아니스트는 흙 먹고 사는 거 아니잖아요.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세속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가 열심히 하는 이유가 성공하지 않으려고? 그건 모순이잖아요. 열심히 해서 성공하고 유명해지고 싶은 거잖아요. 명예도 돈도 좀 맛을 보고 나니까 옛날처럼 막연한 동기부여가 잘 안 돼요. 그때는 실력이 전부일 거라 생각했는데, 실력이 늘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세상이 공평한 것도 아니고.
2014년 이제 콩쿠르 나가지 못하는 나이인 걸요. 콩쿠르가 강력한 동기 유발이란 생각은 아직도 그대로입니다. 그러나 콩쿠르 나가기로 마음먹으면 ‘즐길 수 없는 연습’을 시작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출전 가능한 나이라 해도 지금의 마음이라면 나가지 않았을 것 같아요. 요즘은 동기부여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음악적으로 내 부족함을 스스로 깨달을 때, 그때 예술적 의미의 도전정신이 생기는 듯합니다.

겨우 2년 전의 인터뷰인데, 큰 변화군요.
2014년 어떤 ‘시기’에 그런 변화가 찾아오는 거 같아요. 낭만 곡을 치는 것이 지칠 때도 오고, 나와는 정말 상반된 연주에 대한 동경도 생기고….

음악가들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음악으로 승화시킨다라는 말 혹은 기대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2012년 어머니가 돌아가시니 음악이 더 깊어졌다? 하… 그렇게 생각하고 들음 그렇게 들릴 거예요.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듣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까.

그럼 어떤 것이 음악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까요?
2012년 연습! 그리고 마음상태. 어머니 돌아가셨다고 갑자기 내가 성인군자가 돼서 음악이 깊어지고, 그러지는 않아요. 마음상태라는 건 천천히 미묘하게 변하는 거죠.
2014년 어떤 사건에 생겨 계속 연습을 소홀히 한다면, 그 연주는 형편없어지겠죠. 연주가 연주자의 성격을 반영하는 건 어느 정도 맞는 듯해요. 나쁜 일을 많이 겪다 보면 긍정적인 사람도 부정적으로 변할 거고, 부정적인 면이 많아지면 우울한 사람이 될 거고, 결국 우울한 음악을 할 거라고 봐요. 사람이 우울한 것과 그날의 기분이 우울한 게 다르죠.

지난 음악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2014년 어느 한 순간을 꼽는다기보다 스스로의 연주에 만족했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끼죠. 반면 힘들었던 순간은, 사람들이 내 음악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고, 나아가 스스로조차 자신의 음악에 대한 믿음이 없어지며 의심이 생길 때요. 아무도 내 음악을 좋아하는 않는다고, 갑자기 그렇게 느껴질 때요.

아직 20대였던 2012년 인터뷰에서는 여전히 날것의 임동혁이 펄떡거린다. 겨우 2년이 지났을 뿐인데, 서른의 그는 이제 다른 임동혁이다.

그해의 화제와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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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연예술계 네트워크인 국제공연예술협회(ISPA)가 제26회 ISPA 서울총회를 개최했다. 서울문화재단과의 협력으로 진행되었으며, 6월 11일부터 16일까지 35개국 350여 명의 공연예술 관계자들이 서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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