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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무용수 이상은
온전한 몰입으로 발견하는 춤의 아름다움
고전과 동시대 창작 발레 사이, 유럽과 한국 사이를 이으며 성장 중인 베테랑

©yoonsik kim
‘드레스덴 젬퍼오퍼 한국인 최초 수석무용수.’ 해외 발레단 진출을 넘어 기록적인 성과를 보였던 이상은(1986~)이 12여 년간 몸담았던 드레스덴 젬퍼오퍼를 떠나 잉글리시 내셔널 발레에 새 둥지를 튼 지도 벌써 2년이 훌쩍 흘렀다. 수석무용수로서 발레단에서의 세 번째 시즌을 보내며 막바지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그가 7월 25일, 성남문화재단이 여는 ‘발레 스타즈’로 한국을 찾는다. 작년 서울시발레단의 컨템퍼러리 발레 공연 ‘워킹 매드’ 무대에 오른 뒤 다시 만나는 발레 갈라 콘서트다.
이상은은 2024년 ‘발레 스타즈’에서도 선보였던 미하일 포킨(1880~1942)의 ‘빈사의 백조’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더욱 주목할 것은, 이번에는 동료 무용수 렌타로 나카아키의 ‘네이처 보이’를 더해 1·2부 무대에 모두 오른다는 것. 고전 발레의 정수로 불리는 작품과 동시대의 신작이 만나 어떤 시너지를 이루어 낼까. 기대감을 안고, 이상은과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교감과 몰입으로 마주하는 춤의 본질
잉글리시 내셔널 발레(이하 ENB)에서의 일과는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3월에는 크리스탈 파이트(1970~)의 ‘바디 앤 소울’, 케머런 손더스(1992~)의 ‘프로퍼 컨덕트’, 영국·폴란드 투어와 갈라 공연까지 소화했네요. 곧 로열 앨버트 홀에서 케네스 맥밀런(1929~1992)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을 앞두고 있고, 여름에 덴마크 베르덴스발레텐 갈라에서 선보일 킴 브란스트루프(1957~)의 ‘미운 오리 새끼’ 모티프 신작 솔로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바쁜 일정 속에서도 런던의 맛집을 찾아다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소소한 일상을 즐기기도 하고 있어요.
행복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이죠. 그간 영국의 발레단에서 새롭게 경험한 문화나, 그 속에서 새롭게 발견한 자신의 모습이 있다면요?
런던은 그 자체로 문화의 중심지라 연극·뮤지컬·전시 등 예술적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기회가 넘쳐납니다. 갈라 공연과 투어가 잦아져 막상 공연을 챙겨볼 여유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틈나는 대로 다양한 문화 예술을 접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투어 공연을 하며 평소 발레를 접하기 어려운 지역의 관객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육체적으로는 피곤하지만 그 어떤 공연보다 깊은 만족감과 보람을 느끼며 새로운 영감을 얻곤 합니다.
해외 발레단에서는 클래식 레퍼토리뿐만 아니라 동시대 안무가들과의 신작 창작 작업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죠. 그 과정만의 특별한 매력은 무엇인가요?
동시대 안무가들과의 신작 작업은 절대 순탄하지만은 않아요. 여러 시간적 제약 속에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크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안무가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몸으로 해석하고, 저 스스로 작품에 관해 깊이 연구하며, 해석의 폭을 넓혀가는 예술가로서 크게 성장한다고도 믿어요. 무엇보다 신작을 마주할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온전한 이해와 교감입니다. 무용수인 제가 먼저 작품을 깊이 느끼고 이해해야만, 관객들도 디테일을 넘어 작품의 본질과 제 마음에 공감할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예술적 표현이나 가치관에 있어 새로운 자극을 주는 제작진·동료 무용수가 있나요?
관객의 입장에서 무용수들의 춤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화려한 스텝이나 안무는 사라지고 그들의 감정과 이야기에 온전히 몰입하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저는 그런 진정성 있는 춤을 추는 무용수들을 깊이 존경합니다. 수많은 한계와 장애물을 스스로 극복하고 발전해 나가는 어린 무용수들을 지켜볼 때도, 예술가로서 큰 자극과 영감을 받곤 해요.
고전과 모던, 그 대비와 매력
재작년에도 미하일 포킨의 ‘빈사의 백조’를 선보였죠. 이 작품을 표현할 때 두고 있는 주안점이 있나요?
‘빈사의 백조’를 위해 안나 파블로바·마야 플리체츠카야 등 전설적인 무용수들의 비디오를 보면서 연구했어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어떤 움직임과 느낌은 결코 똑같이 재현할 수가 없죠. 그것이 춤의 아름다움이기도 합니다. 몸에 맞는 동작을 찾으며 저 스스로 발견한 느낌, 그 안에 녹아든 디테일을 관객분들이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2부에서 선보일 ‘네이처 보이’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네이처 보이’는 ENB의 퍼스트 솔로이스트인 렌타로 나카아키가 새롭게 안무한 작품이에요. 언젠가 한국 관객분들께 새로운 컨템퍼러리 작품을 꼭 선보이고 싶었는데, 제가 평소 눈여겨보던 동료에게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요청한 작품입니다. 작품은 상처로 마음을 닫았던 인물이 스스로 벽을 깨고 변화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음악의 흐름에 따라 내면이 점차 자유로워지는 과정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갈라 공연의 흐름 속에서 주목할 만한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요?
고전과 모던, 완전히 다른 결을 지닌 두 작품이 한 무대에 오르는 만큼, 음악이 전달하는 감정 또한 대조적이어서 더욱 풍성하게 즐기실 수 있는 공연이 될 것 같아요. 요즘 한국 관객분들 사이에서는 전막 공연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지만, 갈라 공연이 가진 고유한 매력도 분명히 존재해요. 이번 기회를 통해 익숙한 작품 속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특별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세계 무대를 빛내는 한국의 무용수들
세계의 발레 무대나 현장에서 한국 무용수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실감하는 순간이 있나요?
세계적인 안무가나 작품을 지도하는 스테이저들의 안무를 흡수하고, 그들에게 영감을 주고, 유독 많은 칭찬을 건네받는 모습을 보며 한국 무용수들의 높아진 위상을 몸소 느껴요. 그들의 ‘강한 멘탈’이 큰 장점이라는 걸 느끼기도 합니다. 후배들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이해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춤과 일상을 즐긴다면 꾸준히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 서울시발레단의 객원수석무용수로도 활동 중이죠. 앞으로 한국과 해외를 오가며 도달하고 싶은 새로운 목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객원수석무용수로서 활동하면서 한국 관객분들과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1995년 이후 약 30년간 한국에서 내한 공연을 올린 적이 없는 ENB와 한국 관객의 만남이 성사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소망이에요. 오랫동안 함께 작업하며 깊은 예술적 영감을 받았던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드(1949~)의 작품들로 꼭 한국 관객분들께 인사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 장지현 기자 사진 성남문화재단
이상은(1986~) 선화예고를 졸업하고, 2005년 유니버설 발레단에 입단했다. 2010년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에 입단했고, 2016년 한국인 최초 수석무용수 자리에 올랐다. 2023년부터 잉글리시 내셔널 발레 수석무용수·서울시발레단 객원수석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발레 스타즈’
7월 25일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이상은, 채지영, 이선우, 박한나, 루크 포스켓, 이이지마 노조미, 야마모토 마사야,
허서명, 안수연, 박윤재, 염다연 외(출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