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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수산나 멜키
음악을 통해 이루어지는 영혼의 소통
현대음악으로 주목받으며, 공연마다 확실한 인상을 남기는 핀란드 지휘 명가의 후예와 서울시향의 만남

Susanna Mälkki ©Jiyang Chen
2009년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EIC) 음악감독으로 재직하던 시절,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아르스 노바’ 시리즈로 만났던 지휘자 수산나 멜키(1969~). 그가 이제 슈베르트와 버르토크라는 고전 레퍼토리로 서울시향과 다시 호흡을 맞춘다. 7월 23·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피에르 로랑 에마르(1957~)와 함께할 이번 공연에 앞서, 지휘와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운명처럼 찾아온 지휘자의 삶
서울시향에서 현대음악을 연주하셨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서울에 대한 기억은 어떠한가요?
서울의 색채, 믿을 수 없을 만큼 활기 넘치는 분위기, 친절하고 따뜻하게 저를 맞아준 사람들, 그리고 인생 최고의 음식까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과거의 인터뷰를 보면, 처음에는 지휘를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것처럼 보이지만 지휘자가 되기 위해 아주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지휘자의 길로 과감히 발을 내딛은 것은 마치 운명의 이끌림 같아 보입니다.
맞아요. 사실 지휘를 하고 싶어 한다는 걸 스스로 느끼고 있었지만, 그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죠. 그 당시 포디움 위의 여성에 대한 시선은 오늘날과는 매우 달랐으니까요.(지금은 변화되어 정말 기쁩니다!) 주변에서 저를 많이 만류하기도 해서 조용히 학업에만 전념하려 했지만 말 그대로 ‘운명’이 찾아왔고, 어느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일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핀란드가 ‘지휘 명가’인 점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핀란드 문화는 사람들이 특유의 직설성을 가지고 의사소통을 하고, 모든 일에 실용적으로 접근한다는 특징이 있죠. 오케스트라는 효율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 두 가지 특징이 모두 지휘자에게 잘 어울립니다. 교육 과정에서도 항상 몸짓과 언어를 통한 명확한 의사소통이 강조되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지휘란, 한마디로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지휘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오케스트라마다 성향이 다 다르고, 작품마다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하니까요. 하지만 제 스승인 라이프 세게르스탐(1944~2024)이 아름답게 표현했듯이, 지휘자는 최상의 경우 “음악 그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
“음악이 언제나 본질이다”라는 말과도 연결되는군요!
저는 항상 음악 그 자체에 온전히 몰입하려 노력하고, 우리 연주자들은 오직 음악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음파에는 마법 같은 힘이 깃들어 있으며, 열심히 노력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것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 노력이 실제로 큰 차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사실 저는 이런 것에 대해 꽤 이상주의적인 편입니다.

©Simon Fowler

수산나 멜키가 지휘하는 ‘아르스 노바’(2009) ©서울시향
영원히 함께 해석해 나가는 음악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에서는 현대적인 작품을 연주했고, 헬싱키 필하모닉에서는 고전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음악적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이 두 곳에서의 경험은 어떻게 달랐나요?
현대음악과 함께한 세월은 마치 모든 것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여정과도 같았습니다. 우선 근본적으로 작품을 해석하는 일의 본질은 모든 스타일과 시대를 막론하고 동일합니다. 악보가 전하는 이야기를 이해해야 하고, 그것을 가능한 한 가장 훌륭하게 들려줄 방법을 알아야 하죠. 그런 점에서 작곡가들과 직접 해석에 대해 논의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일은 정말 매혹적입니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건, 그 협업을 통해 제 직감을 신뢰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현대음악이 오직 이성만을 위한 것이고, 낭만주의 음악이 단지 감정만을 담고 있다는 것은 전적으로 잘못된 생각입니다. 모든 것은 각각의 소리, 비례, 타이밍, 극적 구성,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져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이번에 서울시향과는 버르토크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합니다. 이 곡은 2020년 안드레아스 해플리거와 녹음한 적이 있죠. 피에르 로랑 에마르와의 협연에서는 다른 해석을 구상하고 있나요?
다른 독주자, 그리고 다른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품을 다시 연주할 때 가장 매력적인 점은, 우리가 항상 이전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연주를 바탕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대개는 그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 채로 말이죠. 그리고 같은 연주자들이 원활하게 성장해 나가거나,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려고 결심하는 모습은 정말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이 부분의 시간을 좀 더 길게 끌어볼까?” 혹은 “지난번에는 이 부분을 너무 느리게 연주했던 것 같다”와 같은 것들 말입니다. 물론 순간적으로 결정되는 부분도 항상 존재하죠. 하지만 결국 버르토크는 절대적인 천재이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매우 명확하게 지시해 주는 작곡가이기에, 그는 언제나 옳습니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 ‘그레이트’도 연주되죠. 과거에 수차례 연주했던 이 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관점이 달라졌을까요?
슈베르트는 정말 특별하죠. 그의 음악은 변하고, 저도 그와 함께 변해갑니다. 저는 그 고귀함과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차원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브루크너와 바그너와도 확실히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연주할수록 더 깊어지면서도, 동시에 어떤 면에서는 더욱 선명해집니다. 또, 해석은 항상 진화하며, 또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될 테니까요. 이런 종류의 곡들은 평생 연구해야 할 대상입니다.
“모든 것은 마음과 영혼의 직접적인 접촉 속에서 벌어지는 에너지의 교환을 통해서 일어난다”고도 이야기 했습니다. 음악을 통해 영적 활동을 고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저는 음악을 통해 영혼과 영혼이 확실히 소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영상이나 영화로는 그 에너지와 음의 진동을 결코 전달할 수 없으니까요. 우리는 함께 ‘음악이라는 거품’ 속으로 들어가고, 또 함께 그곳에서 빠져나옵니다. 우리가 작품을 함께 경험할 때, 우리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시향과의 연주에 대한 기대를 여쭙니다.
무척 기대됩니다. 저는 이 오케스트라에 대해 항상 좋은 이야기만 듣는데, 함께 호흡을 맞출 시간이 정말 기다려지네요!
글 송주호(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서울시향·수산나 멜키 공식 홈페이지
수산나 멜키(1969~)
스웨덴 에즈베리 음악원·런던 왕립 음악원에서 첼로를 공부하고,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첼로와 지휘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 음악감독(2006~2013)·LA 필하모닉 수석객원지휘자(2017~2022)·헬싱키 필하모닉 수석지휘자(2016~2023)를 역임했다. 현재 헬싱키 필하모닉 명예 수석지휘자로 활동 중이며, 2025년 8월부터 시벨리우스 아카데미 지휘 교수로 재직 중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수산나 멜키/서울시향
(협연 피에르 로랑 에마르)
7월 23·24일 롯데콘서트홀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3번,
슈베르트 교향곡 9번 ‘그레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