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음악 동화’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9월 1일 12:00 오전

올 가을, 어린 시절의 감성을 떠오르게 하는 작품들이 우리를 찾아온다.

고된 현실을 잊게 해줄 그 공연들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치유의 메세지

‘어른스럽다’라는 말은 나이는 어리지만 어른 같은 면이 있다는 뜻이다. 반대말인 ‘아이스럽다’라는 표현이 없는 이유는, 어른들은 누구나 다 처음엔 어린아이였으니 당연히 아이의 모습이 있기 때문 아닐까. 장난감이나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어른들을 미성숙하고 철없다고 여기는 시선도 있지만, 예술은 때로 그들 내면의 진지한 동심에 귀를 기울인다.

가끔 동화책을 보면 이미 알고 있는 스토리지만 어린 시절 읽었을 때와는 다른 감정이 떠오른다. 예쁜 그림에 대한 동경,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그저 그뿐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아름다움의 고독함, 해피엔딩의 피로함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순수함을 잃어버린 걸까? 그래도 비극에 담긴 희극을, 희극에 담긴 비극을 느끼며 다시 읽는 동화는 전과는 다른 재미와 감동을 자아낸다.

동화를 보면 괜히 그리워지기도 한다. 무엇이 그리운 걸까. 그저 좋아서 곁에 머물던, 오랫동안 지켜봐주던 누군가가 그립다. 그 존재는 이제는 연락이 닿지 않는 친구일지도, 동화에 나왔던 상상 속 인물일지도, 아니면 과거의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내면 깊숙한 곳에 기억되어 있는 천진한 ‘그’. 동화를 보면 ‘그’가 떠오른다. ‘그’를 만나는 시간은 현재의 고단한 삶에 작은 위로가 된다.

어른들에게 어린아이의 마음을 갖게 할 작품들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동요 음반 ‘누나야’를 발매한 피아니스트 박종화와 국립현대무용단 ‘어린 왕자’의 연출가 김지운을 만났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2015 크레디아 파크 콘서트-디즈니 인 콘서트 2’ ‘퀴담’의 이야기도 함께 전한다. 이들을 통해 당신도 기억 속 어딘가에 잠자고 있는 ‘그’를 떠올리기 바란다.

INTERVIEW ①

동요 음반 ‘누나야’ 발매한 피아니스트 박종화

잊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인 피아니스트 박종화는 네 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다섯 살에 일본의 도쿄 음악대학 영재학교에 입학했다.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스페인 마드리드 소피아 왕립 음악학교, 독일 뮌헨 음대를 거쳐 프랑스 파리에서 머물다 한국으로 돌아왔다. 30여 년간 외국에서 생활한 그는 고국의 문화를 새롭게 접하며 자신의 예술적 영감의 근원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의 계기가 된 건 2년 전, 두 살배기 딸아이에게 유아용 책을 읽어주다 듣게 된 ‘고향의 봄’의 선율이었다.

박종화가 동요 음반 ‘누나야’를 발매하고 ‘누나야: 동요, 클래식이 되다’라는 제목으로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음반에는 ‘새야 새야 파랑새야’ ‘엄마야 누나야’ ‘섬집 아기’ ‘산토끼’ ‘과수원길’ 등 총 11곡의 동요를 실었다. 전래 동요부터 1970년대 창작 동요까지 차례차례 담아낸 음반에는 한국 근대사를 천천히 거슬러 올라간 박종화의 행적이 묻어 있다. 이영조·김준성·나실인 작곡가가 편곡한 음악을 듣다보면 익숙하고 소박한, 애틋하고 아련한 감흥이 느껴진다. 동심을 찾기 위한 긴 여행을 다녀온 박종화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그저 앙코르를 위해 몇 곡의 동요를 편곡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확장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딸과 놀아주다 ‘고향의 봄’을 듣고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을 뿐 문화적 동질감은 없는 줄 알았는데 기억 속에 멜로디가 남아 있는 걸 알고 깜짝 놀랐어요. 앙코르 때 연주하면 좋을 것 같아 서울대 작곡과 학생과 동요 편곡을 시작했고, 이 작업은 그저 제 자신에게만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하다 보니 동요는 개인의 음악이 아닌, 공동체의 음악이더군요. 서양 음악이 도입되면서 서양의 기법으로 작곡되었지만 한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창작 동요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음악적 접근 외에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일제 침략과 한국 전쟁 등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는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 과정을 통해 한국인으로서도, 음악가로서도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역사적 아픔이나 슬픔 등 한국적 정서를 음악에 담아내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요?

특별히 노력한 것은 없습니다. 동요 자체에 이미 상징성과 힘이 있기 때문에 연주를 통해 자연스레 표현되었죠. 다만 역사적으로 폭력이 많았고 그로 인해 사회적 갈등과 고통이 따랐기 때문인지 한국 창작 동요들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최후의 메시지는 ‘평화’였고, 이를 음악적으로 담아내려 했습니다.

이영조·김준성·나실인 작곡가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처음 동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이영조 선생님을 먼저 찾아갔습니다. ‘섬집 아기’를 작곡한 이흥렬 선생님의 자제이기도 하고 한국 음악의 원로이니 자문하려고요. 선생님도 한국 창작 동요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며 프로젝트를 반가워하셨고, 결국 편곡을 부탁드리게 됐습니다. 선생님은 원곡 자체를 과하게 변형하지 않고 특유의 순수함을 그대로 담아주셨어요. 아버지의 음악에 대한 존경심도 있었겠지만, 오랜 경험으로 인한 혜안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준성 작곡가의 경우, 그동안 영화음악을 많이 작곡해서인지 정서적으로 풍부한 편곡을 들려줬고요. 나실인 작곡가는 역동성을 부각해 훌륭한 묘사를 보여줬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각각 다른 세대의 작곡가들이 참여해 넓은 연령대의 청중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록곡 중 ‘소녀의 꿈’은 유일한 창작곡인데요.

김준성 작곡가와 피아노 앞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우연히 멜로디가 하나 나왔는데 너무나 익숙해 기존에 있던 동요인 줄 알았어요. 제목이 무엇인지 열심히 알아봤는데 없는 곡이더라고요.(웃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화성 같은 것들이 익숙한 진행으로 되어 있던 것 같습니다. 그 선율을 바탕으로 김준성 작곡가가 곡을 완성했어요.

이번 작업을 통해 음악가로서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요?

‘표현’에 대한 철학이 바뀌었습니다. 연주하거나 감상할 때 테크닉이나 감정의 확장에 있어서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었는데 이제는 조금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작곡가가 담고자 하는 것, 연주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에 더 집중하게 되었죠. 결론적으로는 음악가로서 더 행복해졌습니다.

청중이 어떤 감흥을 느끼기를 원하나요? 특히 어른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요.

물론 어떻게 들어야 한다, 이런 걸 규정짓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현재의 삶 속에 직면해 있는 문제들에 대해 조금은 여유를 갖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동요는 태어난 후 어머니 목소리 외에 처음으로 듣는 소리잖아요. 내면 깊숙한 곳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을 꺼내며 가까이 있었는데 못 보았던 것들, 과거에 중요하게 여겼는데 살면서 잊어버린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사진 박진호(studio Bob)·봄아트프로젝트

INTERVIEW ②

국립현대무용단 ‘어린 왕자’ 연출가 김지운

‘어른’이라는 세계에 불시착한 이들을 위한 회복의 시간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는 온통 상징과 은유로 가득하다. 집 한 채보다 작은 크기의 별에 사는 어린 왕자는 상자 그림 속 양의 모습을 보는 눈을 가졌고, 허영심이 조금 있는 연약한 꽃 한 송이를 돌볼 줄 안다.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 주변의 소행성을 돌아다니며 혼자이면서 명령하기를 좋아하는 왕, 모든 걸 잊고 싶어 하는 술꾼, 자신이 세상의 모든 별을 소유하고 있다고 믿는 사업가, 1분에 한 번씩 가로등을 켜고 끄는 일꾼 등 이상한 어른들을 만난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고,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이야기를 여우로부터 전해 들으며 ‘책임’에 대해 고민한다.

오는 10월 9일 개막하는 국립현대무용단 신작 ‘어린 왕자’에 영화감독 김지운이 연출가로 나섰다. 김지운은 서울예대 연극과를 중퇴한 후 ‘조용한 가족(1998)’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반칙왕(2000)’ ‘장화홍련(2003)’ ‘달콤한 인생(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악마를 보았다(2010)’ ‘라스트 스탠드(2013)’ 등 여러 작품으로 관객을 만났다. 무용 연출 데뷔를 앞둔 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안무가가 만들어놓은 몸의 서사에 연출가로서 어느 정도 관여하는지, 소설 속 등장하는 추상적인 개념을 무대에 어떻게 구현할 예정인지 물었다. 김지운은 자신의 새 영화 ‘밀정’의 촬영 일정이 앞당겨지는 바람에 작품의 총연출에서 대본 집필과 영상 설계 등으로 역할이 다소 축소되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가 보내온 편지를 지면에 옮긴다.

국립현대무용단 안애순 단장과는 2005년에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안 단장 안무의 ‘세븐+1: 복수는 가슴 아픈 것’ 중 한 에피소드의 대본을 작성했고, 특수 음향 효과 등의 작업을 도왔습니다. 말 그대로 도움을 드린 정도였습니다.

무용 작품을 연출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저는 무대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사람입니다. 어릴 때부터 영화광이었던 저는 영화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드라마의 기본기를 다져야겠다는 생각으로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습니다. 연극을 하다 보니 표현의 근원을 찾게 됐고, 가장 원초적인 몸의 움직임, 어떤 제의적인 것들이 춤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자연스럽게 현대무용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올해에만 박찬경 감독(국립현대무용단 ‘공일차원’)과 임필성 감독(국립무용단 ‘적’), 그리고 제가 무용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 영화감독이 무용을 연출하는 것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다른 감독들의 참여 계기나 연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영화감독들이 원래 이것저것 관심도 많고 호기심도 많아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보다는 유연하게 관계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프레임이 좁아지면서 훨씬 전문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영화를 만들면서도 배우들에게 연기를 요구하며 동작에 대해 섬세하게 고민할 때가 많아 움직임을 연출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무용은 신명과 해방과 오락이 있는 장르라고 봅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약’을 위한 몸의 수사학이라 생각합니다. 인간으로서 인간의 몸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는 사람들과의 작업 과정이 매우 행복합니다.

이번 ‘어린 왕자’ 공연을 준비하며 원작 소설을 다시 읽으니 ‘회복’에 관한 이야기더군요. 초반에 비행기 조종사가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하는 장면은, 성인이 되면 모든 것이 함께 성장해서 합리적 토대 위에 서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어른’이라는 이상한 세계에 불시착하게 되는 것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길을 잘못 들어선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은 여러 관계를 재정립하도록 만들 겁니다. 거기서 우리는 잃어버린 것,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것에 대해 떠올리게 되겠죠. 상실과 결핍은 회복을 가능케 하기에 결론적으로는 자기 회복을 불러올 겁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회복하기를 바랍니다.

저의 장편영화 일정 탓에 아쉽게도 이번 공연에서 제가 참여하는 영역이 좁아졌습니다. 제 역할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저는 ‘어린 왕자’의 대본을 집필하고, 대본에 의거해 이미지 설계를 합니다. 이미지 설계란 무대에서 시각적으로 보이는 모든 것, 즉 동작과 의상, 무대미술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외에도 공연에 사용될 영상물 작업을 합니다. 원작 소설을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고 풀어낼지 고민하는 것은 안무를 맡은 안애순 단장의 영역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우리는 어른이라는 세계에 불시착했기에, 조금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조성해보려고 합니다. 또한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겁니다. 무대 위의 무용수와 영상 속 무용수의 상호작용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어린 왕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는 없으며 원작에 담긴 의미를 색다른 방식으로 전달하는 무대가 될 겁니다.

사진 박진호(studio Bob)·국립현대무용단

PREVIEW

2015 크레디아 파크 콘서트-디즈니 인 콘서트2’

지난해 많은 관객을 모았던 ‘크레디아 파크 콘서트-디즈니 인 콘서트’가 올해에도 개최된다. 무더위가 한풀 꺾인 9월, 잔디밭에 앉아 피크닉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낭만적인 야외 음악회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수록곡을 오케스트라로 연주해 전 연령층의 관객이 흥겹게 감상할 수 있다. 올해에는 ‘오래된 이야기’를 테마로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라이온 킹’ 등의 OST를 연주할 예정이다.

5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아드리엘 김의 지휘로 디토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가수 윤하가 출연해 애니메이션 ‘뮬란’ 중 ‘Reflection’을 부를 예정이며 이외에도 보컬 그룹 디즈니 오리지널 싱어스가 참여한다. 한편 ‘2015 크레디아 파크 콘서트’는 다음 날인 6일, 정명훈(지휘·피아노)·미샤 마이스키(첼로)·신지아(바이올린)와 서울시향이 함께하는 베토벤 3중 협주곡, 교향곡 9번 ‘합창’ 연주로 이어진다.

태양의 서커스 ‘퀴담’

‘퀴담’은 라틴어로 ‘익명의 행인’이라는 뜻. 이 작품은 부모의 무관심 속에 자란 조의 앞에 머리가 없는 사내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신비한 세계를 그린다. 현란한 곡예가 가득한 환상의 나라를 통해 동심을 자극하고, 익명 사회의 화합을 보여준다. 9월 10일부터 11월 1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빅탑씨어터에서 공연된다.

199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되어 올해 20주년을 맞은 작품이다. 공연 단체인 태양의 서커스는 음악·미술·연기가 어우러진 서커스로 현재까지 48개국에서 6200여 회 공연을 개최하고 약 1380만 명의 관객을 만났다. ‘퀴담’은 이번이 마지막 세계 투어 공연이며 새로운 공연 개발을 위해 ‘퀴담’은 더 이상 공연하지 않는다고 한다.

REVIVAL MUSICAL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돈키호테야말로 아직 어른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거나 아직도 크고 있는 어린 왕자일지 모른다. 라만차에 살고 있는 알론조는 누가 뭐래도 자신이 노인이 아닌 용맹한 기사 돈키호테이고, 자신이 사랑하는 알돈자는 하녀가 아닌 귀족 둘시네아이며, 여관은 성, 풍차는 거수 괴인, 면도대야는 황금투구라고 여긴다. 세 시간에 가까운 공연 시간 동안 그의 ‘고집’을 계속 듣다 보면 조금씩 그의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이게 된다. 도대체 무엇이 ‘현실’이고, ‘이상’이며, ‘진실’일까.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가 세계 초연 50주년,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7월 30일 개막한 한국에서의 일곱 번째 재공연 무대는 이미 여러 번 돈키호테를 연기한 류정한과 조승우가 더블캐스트로 출연해 많은 관객을 모으고 있다. 한국에서 이렇게 꾸준히 리바이벌되며 오랫동안 사랑받는 라이선스 뮤지컬이 또 있었던가. 진정 많은 애호가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스테디셀러 뮤지컬이다. 피아노와 현악 오케스트라 없이 기타와 목·금관악기, 타악기 주자들만으로 구성된 악단의 명쾌한 연주와 어둡지만 아늑한, 드라마에 집중하도록 하는 무대 미술 등은 그대로였다. 극의 감초 역할을 하는 산초 역에 뮤지컬배우 김호영이 처음 캐스팅돼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돈키호테는 원하는 대로 보기 시작하면, 세상을 바꿔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산초와 알돈자, 그리고 감옥에 있던 죄수들이 모두 함께 돈키호테가 부르던 ‘이룰 수 없는 꿈’을 합창하는 마지막 장면은 그의 ‘고집’이 결국 많은 이들을 설득했음을 보여준다. 작품을 관람한 관객들도 누구나 자신이 꿈꾸는 가치대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용기를 그로부터 얻었을 것이다.(~11월 1일, 디큐브아트센터)

사진 크레디아·마스트엔터테인먼트·오디뮤지컬컴퍼니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