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제: 땡땡’전

만화, 명작의 무게를 지니게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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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3월 18일 9:00 오전

전시

 

 

“내 모험심의 절반은 노빈손이, 그리고 절반은 땡땡이 만들었다.” 이번 전시의 댓글 후기 중 눈에 띄었던 하나다. 소년 기자 땡땡은 지난 90년간 시청자들의 친구가 되어 그들의 모험심과 호기심을 나누었다. 사막·극지방·바닷속·우주 그리고 상상 속 공간으로까지 모험을 펼쳤던 그의 이번 행선지는 한국의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4월 1일까지 계속되는 ‘에르제: 땡땡’전은 땡땡의 용감했던 모험기를 소개한다.

©Hergé Moulinsart 2018

‘유럽 만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벨기에의 만화가 에르제의 손끝에서 태어난 ‘땡땡의 모험’은 단순함의 미학이 돋보이는 만화다. 분명하고 간결한 외곽선으로 인물을 묘사하는 ‘클리어라인’이라는 드로잉 스타일로, 그림을 더욱 선명히 보이게 하는 효과를 거뒀다. 담고 있는 이야기도 복잡하거나 무겁지 않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친근하게 다가선 것이다. “스토리는 미리 구상된 아이디어나 대본, 심지어 공통적인 맥락조차 존재하지 않는, 단순히 매일 혹은 주마다 펼쳐지는 일련의 개그들이었다.”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부터 나온 그의 다채로운 개그는 독자에게 ‘쉼’을 제공했다. 영양가 없는 것 아니냐며 반문하기 전에, 이것의 필요를 생각해보자. 최근 ‘멍 때리기 대회’ 등이 개최되고 있는 현상은 지극히도 단순하게 ‘쉰다’는 것이 현대인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역설한다.

©Hergé Moulinsart 2018

‘단순하다’는 것이 ‘쉽게 쓰였다’는 것에 직결되지는 않는다. 캐릭터의 개그에 웃으며 넘어가는 사이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를 습득하고 있었는데, ‘땡땡의 모험’은 사실 방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엮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건을 만화에 반영하기도 해 세계 역사와 문화, 과학적 사고를 총체적으로 담아냈다는 호평도 꾸준히 받았다. ‘달나라에 간 땡땡’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보다 앞선 1953년에 발표됐는데, 탄탄한 과학적 지식과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사실적 표현 덕분에 땡땡이 암스트롱보다 먼저 달에 착륙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거장이라고 불리는 에르제도 비난의 중심에 섰던 때가 있었다. ‘땡땡의 모험’은 사실 보수주의 가톨릭계 신문사였던 ‘20세기(Le Vingtième Siècle)’에서 탄생했는데, 만화가 신문 성향에 따라 전개되기도 해 보수주의적 선전의 역할을 했다는 평을 피하지 못했던 것이다. 자신이 극우적인 만화를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에르제를 변화시킨 것은 그가 종종 무지하고 비열한 집단으로 묘사했던 중국인, 창총젠이었다. 창은 중국의 문화·학문·중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 등에 관해 이야기해주었고, 아시아에 관한 에르제의 편견을 철저히 깨버렸다.

©Hergé Moulinsart 2018

땡땡의 모험기가 정말 ‘용감’했던 것은 자신을 가뒀던 프레임마저 뛰어넘었던 데 있다. 창을 만난 이후 그는 작품을 통해 반제국주의를 강하게 지지했고,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던 ‘티베트에 간 땡땡’에서는 땡땡과 창의 인종을 초월한 우정의 가치를 그려 시리즈 중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독창적인 작풍이 그의 이름 앞에 ‘거장’이란 수식어를 달아주었다면, 거장의 위치에서도 비판을 수용했던 그 용기가 그의 만화를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리라. 유물처럼 박제되어 있기만 한 만화책이라면 그 의미가 반감될 터. 이번 전시의 화룡점정은 만화방처럼 꾸며진 마지막 전시실에서 만나는 땡땡의 한글판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이다. 이제 불후의 명작, ‘땡땡의 모험’기에 직접 뛰어들어볼 시간이다.

 

박찬미 사진 인터파크

 

‘에르제: 땡땡’전

12월 21일~2019년 4월 1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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