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묵묵히 32년 역사를 쌓아온 교향악축제가 코로나19 여파로 취소 되어 아쉬움을 자아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예술의전당은 교향악축제를 재개하기 위해 고민했다. 많은 노력 끝에 예술의전당은 오는 7월 28일부터 8월 10일까지 총 14회의 일정으로 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교향악축제 역사상 최초로 여름에 진행되는 만큼 다양한 형식을 고민했다. 이번 교향악축제에 오르는 지휘자 14인의 기대와 포부를 담았다
글 객석 편집부 사진 강태욱(Workroom K)
INTERVIEW
윌슨 응/서울시향 김대진/창원시향
김경희/전주시향 최희준/수원시향
줄리안 코바체프/부천필 정치용/코리안심포니
류석원/강릉시향 성기선/강남심포니
조규진/청주시향 이병욱/인천시향
장윤성/군포프라임필 마시모 자네티/경기필
김광현/원주시향 지중배/KBS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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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교향악단 윌슨 응
윌슨 응과 서울시향이 올해 축제의 서막을 연다. 매년 축제의 꽃이 되어 수많은 청중의 발걸음을 이끌었던 서울시향이 부지휘자 윌슨 응과 함께하는 두 번째 무대이다. 윌슨 응은 최근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 3위에 오르며 세계 음악계를 이끌 차세대 지휘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젊은 지휘자와 오랜 역사를 지닌 악단이 만들어낼 시너지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협연 김정원)과 슈만 교향곡 2번으로 피어난다. 글 이미라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올해 교향악축제 또한 어렵게 성사됐다. 프로그램을 결정하는 데에도 영향이 있었을 것 같은데.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관객에게 어떤 프로그램을 선보이면 좋을지, 또 내가 가장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은 무엇일지를 두고 고민했다.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슈만 교향곡 2번 모두 두 작곡가가 인생의 굴곡을 겪던 시절, 음악을 통해 극복하는 과정에서 작곡되었다. 음악을 통한 공감과 격려, 희망이 필요할 때다. 이번 레퍼토리를 바라보는 지휘자로서의 관점이 궁금하다. 브람스는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본래 피아노 소나타로 작곡하려 했다. 작곡 과정에서 두 대의 피아노로도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해 교향곡으로 방향을 바꾸었으나, 결국 협주곡으로 완성되었다. 그래서 혹자는 이 작품이 마치 교향곡 같다고도 한다. 그만큼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비중이 모두 크다.
홍콩 출신의 윌슨 응(1989~)은 리옹 국립 오페라에서 플루트 수석으로 활동했으며, 이후 베를린 예술대와 스코틀랜드 왕립 음악원에서 지휘를 공부했다. 아스펜 음악제 제임스 콜론 지휘자 상(2016), 게오르그 솔티 지휘 콩쿠르 2위(2017), 말러 지휘 콩쿠르 3위(2020)를 수상했다. 2014년 구스타브 말러 오케스트라(GMO)를 창단해 예술감독과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으며, 2019년 3월부터 서울시향 부지휘자(Associate Conductor)로 활동 중이다.
1945년 설립된 고려교향악단에 기원을 둔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005년 재단법인이 된 이후 유럽 투어 (2010·2018), 북미 투어(2012), 러시아 투어(2019) 등을 통해 국제적인 성장을 이뤘다. 올해 1월 제2대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오스모 벤스케와 두 명의 수석객원지휘자(티에리 피셔·마르쿠스 슈텐츠), 두 명의 부지휘자(윌슨 응·데이비드 이)가 재직 중이다. 2011년 도이치 그라모폰과 5년간의 음반 계약을 맺으며 말러·차이콥스키·베토벤·진은숙 등의 작품이 담긴 음반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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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교향악단 김대진
창원시향은 국내 최대 단원수를 보유한 단체다. 이에 따라 김대진도 거시적인 안목으로 창원시향만의 큰 그림을 그린다.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이며 교육자인 그의 넓은 안목은 젊은 세대와 국내 음악계의 미래를 향해 있다. 바버 ‘현을 위한 아다지오’와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협연 이강호),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으로 이어지는 이번 공연은 김대진의 폭넓은 시야를 만나는 시간이다. 글 박찬미
창원시향의 상임지휘자로서 두 번째 오르는 무대다.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로 시작한다. 추모의 뜻을 전하는 자리에서 자주 연주되는 작품 아닌가. 올해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오늘의 우리가 있을 수 있는 이유는 과거 국가의 존립을 위해 헌신한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떠난 영혼을 추모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첫 서곡을 선정했다. 프로그램의 대미를 장식하는 베토벤의 교향곡이 너무나 반갑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으로 전 세계 음악계가 들떠 있었다. 이를 기념하는 크고 작은 공연들이 코로나 사태로 대부분 취소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베토벤의 음악으로 극복 의지를 다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를 느낀다. 물론 베토벤은 자신의 작품마다 각기 다른 영감을 불어넣었지만, 항상 그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 그는 마치 “내 음악을 통해 어려움을 부디 이겨내기 바란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이번에 연주할 교향곡 5번 ‘운명’은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김대진(1962~)은 줄리아드 음악원을 졸업하고 피아니스트로 연주 활동을 시작했다. 지휘자로 활동 폭을 넓힌 이후 제6대 수원시향 상임지휘자를 역임했고 2017년부터 창원시향 상임지휘자로 함께하고 있다. 금호아트홀 챔버뮤직 소사이어티, 여수음악제 등에서 음악감독으로 활약했으며 2018년부터 제9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을 맡고 있다.
창원시립교향악단은 창원시·마산시·진해시 3개 도시가 통합 창원시로 출범함에 따라 2012년 구 마산시향과 창원시향이 통합해 재탄생했다. 통합 이후 정치용, 박태영이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교향악축제·전주세계소리축제·남현대음악제 등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으며 통영현대음악제 주관단체로 참가하여 초연곡을 선보이는 등 도전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작곡가 윤이상·펜데르츠키·루토슬라브스키 등의 현대곡을 국내 초연했으며 특히 쇤베르크 ‘구레의 노래’ 초연은 한국음악사의 한 획을 긋는 일대 사건으로 찬사를 받았다. 현재 130여 명의 상임단원이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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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립교향악단 김경희
여자가 지휘한다면 비웃던 시절이 있었다. 오랜 세월 남성이 주류를 이뤄온 서양 음악계에선, 여성이 지휘봉을 쥐도록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작곡을 공부한 김경희는 지휘를 배우기 위해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입학 면접에선 “여자가 왜 지휘를 공부하는지” 질문을 받았다. 온갖 차별을 딛고 마침내 그는 국내 시향의 첫 여성 상임지휘자로 이름을 올렸다. 교향악축제에는 올해 첫 참여다. 현재 전주시향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 중이다. 그가 이끄는 전주시향은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협연 주희성), 교향곡 6번 ‘비창’을 선보인다. 글 장혜선
교향악축제 프로그램을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에서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으로 바꾼 특별한 이유는. ‘봄의 교향악’을 ‘여름의 교향악’으로 바꿔버린 코로나19의 여파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처음엔 밝은 느낌과 대규모 편성인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을 계획했는데, 바이러스 때문에 지쳐있는 분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곡을 생각하게 됐다. 많은 단원이 모여서 연습해야 하는 환경도 최대한 피해야 했다. 인원수와 연습 시간을 고려하여 차이콥스키 ‘비창’으로 변경한 것이다. 전주시향의 이번 메인 작곡가는 ‘차이콥스키’인 듯하다. 이번에 선보이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교향곡 6번 사이에는 20여 년의 간극이 있는데. 두 곡 모두 연주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피아니스트로서의 예술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피아니스트들에게 가장 많이 연주되는 협주곡이다. 교향곡 6번은 지휘자라면 꼭 하고 싶은 곡이다. 특히 인간의 감정을 극도로 끌어내는 장중함이 특징이다. 축제를 찾은 청중은 전주시향 사운드를 통해 인생의 고통과 사랑을 함께 느낄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김경희(1959~)는 숙명여대 작곡과 졸업 후 독일 베를린 예술대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공부했다. 2007년 과천시립청소년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부임했고, 이 악단이 2012년 과천시향으로 승격되는 순간에도 함께했다. 현재 숙명여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9년부터 전주시향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전주시립교향악단은 1975년 1월 전주관현악단으로 발족, 이듬해 시향으로 승격됐다. 1987년부터 상임단원을 두었으며, 현재는 연간 50여 회의 연주 활동을 펼친다. 전통문화가 숨 쉬는 예향의 고장 전라북도에 터를 잡고 있지만, 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악단이다. 클래식 음악의 다양화를 위해 그동안 ‘팝스 콘서트’와 ‘영화음악 페스티벌’을 모색했으며, 도내 유망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유망 신인 협주곡의 밤’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지역 대학 문화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캠퍼스 음악회’를 시도하는 등 다양한 기획 연주를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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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교향악단 최희준
최희준은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협연 백주영)을 선보인다. 특히 베토벤 교향곡 7번을 통해, 불안한 이 시대에 ‘위안’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학구적인 곡 해석과 기량을 갖춘 최희준과 탄탄한 연주 실력을 갖춘 수원시향의 조합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글 박서정
베토벤 250주년에 걸맞게 두 곡을 베토벤의 작품으로 선정했다.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과 교향곡 7번. 두 곡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축제가 연기되며 협주곡을 제외한 모든 곡을 변경하게 됐다. 관객 간 거리두기뿐 아니라 연주자 간 거리를 충분히 확보해 안전하게 공연하기 위해서다. 베토벤 교향곡 7번은 매우 다이내믹한 리듬을 토대로 강렬한 춤 또는 화려한 축제의 현장으로 이끈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 관객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교향악축제의 별미는 협연 무대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과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하는데, 어떤 기대를 갖고 있나. 백주영과 여러 번 무대에 함께 했다. 그녀와 만들었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의 하모니도 좋은 기억으로 가지고 있다. 이번 연주도 기대하고 있다.
최희준(1973~)은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드레스덴 음대에서 지휘를 공부했다. 독일 전국 음대 지휘 콩쿠르(2003)·바트 홈부르크 지휘 콩쿠르(2005)에서 우승, 난파음악상(2008)을 수상했다. 작센 주립극장 수석지휘자로 활동하며 다수의 오페라와 발레를 지휘했고, 귀국 후 코리안심포니·전주시향의 상임지휘자를 역임한 바 있다. 한양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9년부터 수원시향을 맡고 있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은 1982년 창단했으며, 송태옥·정두영·김몽필·금난새·박은성·김대진 등이 지휘자로 재직했다. 창단 30주년을 기념한 베토벤 교향곡 2번과 5번(Sony Classical/2012)을 비롯하여 차이콥스키 교향곡 전곡 연주실황(Sony Classical/2014), 시벨리우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한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 연주 실황(Sony Classical/2016) 등을 발매했다. 뉴욕 카네기 홀에서 연주했으며, 독일·오스트리아·미국·영국 등에서 초청연주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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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줄리안 코바체프
불가리아에서 태어난 줄리안 코바체프는 카라얀(1908~1989)의 계보를 잇는다. 카라얀의 장학금을 받으며 지휘를 공부했고, 1984년 카라얀 지휘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런 그가 2014년 대구시향 상임지휘자로 부임해 화제를 모았다. 2015년에는 대구 공연 중 부정맥으로 쓰러졌다가 시민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다. 그는 대구를 ‘제2의 고향’이라 칭한다. 그런데 이번 해에는 대구시향이 아닌 부천필과 함께 교향악축제에 참여하여 더욱 이목을 끈다. 경쾌한 분위기의 글린카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김동현),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선보인다. 글 장혜선
그동안 대구시향과 함께 다섯 번이나 교향악축제에 참여했다. 올해는 상임지휘자로 있는 대구시향이 아닌, 부천필과 무대에 선다. 한국 음악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교향악축제는 참가만으로도 엄청난 영광이다. 부천필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천필에 관한 좋은 얘기는 이미 자주 들어서, 이들과 함께 멋진 음악을 만들고 싶다. 부천필과는 첫 호흡이어서 레퍼토리 선정에 많은 신경을 썼을 것 같다. 글린카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은 짧지만 경쾌한 분위기여서 서곡으로 적합하다. 올해는 차이콥스키 탄생 180주년이고,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김동현과 함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고, 마지막으로는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올릴 예정이다. 베토벤 ‘영웅’은 베토벤이 생전 가장 좋아했던 교향곡이다. 베토벤 교향곡 5·7·9번보다는 적게 연주되지만 위대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줄리안 코바체프(1955~)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서 공부했다. 졸업 후 카라얀에게 장학금을 받으며 지휘를 공부했고, 1984년 카라얀 지휘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1985년 이탈리아 베르디 극장에서 데뷔했고, 불가리아 소피아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맡았다. 2014년 4월부터 대구시향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1988년 창단 직후 쇤베르크와 버르토크 등 20세기 작품을 국내 초연하고, 브람스와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부천필은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로 특히 유명하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지휘자 임헌정과 함께한 말러 사이클은 한국에서의 첫 시도여서 호평을 받았다. 2015년부터 제2대 상임지휘자로 박영민이 위촉되어 ‘말러 시리즈’와 ‘쇼스타코비치 시리즈’를 진행했다. 유명 오페라를 부천필 스타일로 선보이는 ‘BPO 오페라’도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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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정치용
지난 10년간 5개 악단과 함께 축제 무대에 선 정치용은 “악단 내 원활한 소통”을 강조한다. 2018년부터 상임지휘자로 함께하고 있는 코리안심포니와도 이를 토대로 성장 중이다. 이번 축제에서 정치용과 코리안심포니는 멘델스존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협연 임동민), 슈만 교향곡 3번‘라인’을 연주한다. 이들의 ‘고요하고도 즐거운 항해’에 기대가 모아진다. 글 박찬미
코리안심포니와 함께하는 이번 축제도 고대했을 것 같다. 교향악축제가 원래대로 4월에 열렸다면 한국 창작곡과 R.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알프스’ op.64 등을 연주했을 것이다. 두 작품 모두 대규모 편성이다. 무대 위 거리두기가 불가피해지면서 레퍼토리를 변경해야 했다. 아쉬움은 남지만 새롭게 선정한 곡들 역시 그간 청중에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준비하려고 한다. 멘델스존의 서곡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슈만 교향곡 3번 ‘라인’을 연주한다. 기대와 희망을 품은 작품들이 아닌가. 멘델스존의 서곡은 자주 연주되는 작품이 아니라 관객도 생소하게 느낄 수 있겠다. 하지만 한여름의 더위에 시원한 바다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다소 어지러운 우리의 마음을 다스리는 곡이다. 한편, 라인강은 많은 독일인이 자부심을 느끼는 대상이다. 오랜 옛날부터 ‘독일의 젖줄’이라고 불렸고, 전후(戰後) 독일의 경제 부흥을 ‘라인 강의 기적’이라고도 칭한다. 교향곡 3번 ‘라인’은 슈만이 라인강을 끼고 있는 뒤셀도르프에서 삶의 새로운 장을 연 시기에 작곡됐다. 당시 그가 느꼈던 기대와 희망이 가득 느껴지는 작품이다.
정치용(1957~)은 서울대 작곡과를 거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하며 미햐엘 길렌을 사사했다. 잘츠부르크 여름 음악제 부지휘자를 거쳐 라이프치히 방송교향악단, 뮌헨 심포니 등을 객원지휘했다. 이후 창원시향·서울시향·인천시향 상임지휘자를 역임했으며, 2018년부터 코리안심포니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1985년 창단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1987년부터 국립극장 전속 오케스트라로서 국립오페라단·국립발레단·국립합창단의 정규 레퍼토리에 참여했으며, 2001년 예술의전당 상주 오케스트라로 지정되어 교향악, 국립예술단체와의 연주, 예술의전당 기획 공연 등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아부다비 페스티벌 초청연주·한-태국 수교 60주년·한-베트남 수교 26주년·한-덴마크 수교 60주년 기념음악회에 오르며 한국 클래식 음악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8/3
강릉시립교향악단 류석원
류석원은 그것이 음악이든, 지휘자와 악단의 관계든 농익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무언(無言)의 음악적 화합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그렇단다. 이제는 단원들이 친구처럼 다정하게 느껴진다는 류석원과 강릉시향은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3번(협연 조진주),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한다. 글 박서정
강릉시향이 공유하는 소리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우리의 목표는 한마디로 ‘극치의 희열’이다. 예술로 화합할 때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다. 앙상블에서 한 악기가 선율을 연주하려면, 배경이 되는 다른 모든 악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림자놀이를 하듯, 서로의 생각·색깔·분위기에 맞춰 하나의 악기처럼 소리 낼 때 희열이 발생한다. 단원들끼리 소리에 관해 합치되면, 흔들리지 않는 악단이 된다. 그때는 지휘자도 필요 없다. 여러 교향악단이 한자리에 모이는 교향악축제에서 유독 말러 교향곡 1번은 자주 연주됐다. 교향악단들이 연주력을 과시하기 위해 말러 교향곡을 고르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이번 연주에서 강릉시향이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는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곡을 내놓을 생각은 없다. 말러가 어렵다고 해서 연주하는 것도 아니다. 작년부터 계획해온 것이고 지난 7년의 시간이 축적된 성장 곡선에서 거치는 작품일 뿐이다. 비유하자면 말러는 모든 악기가 각자 소리를 내는 중앙시장이다. 훈련해온 것처럼 상대방의 허락을 받고 들어오느냐가 문제지, 틀리냐 아니냐는 아무 상관 없다. 한 선율이 나머지 소리와 어떻게 화합을 이뤄가는지에 귀 기울여 들어달라.
류석원(1955~)은 클라리넷을 전공하고, 불가리아 국립 소피아 음악원 지휘·음악학 전문연주자 및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2년부터 2007년, 그리고 2014년부터 현재 강릉시향 상임지휘자를 역임하고 있다. 현재 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로, 2018년 9월 스페인 알메리아 대학교 주최 스페인 전국 지휘 마스터클래스에 지도교수로 초청되는 등 후학 양성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1992년 9월 창단한 강릉시립교향악단은 1999년 5월 전 단원을 상임으로 재창단했고, 홍윤식·류석원·임승빈·정성수가 상임지휘자로 재직했다. 베토벤 교향곡 전곡 시리즈를 완주했고, 현재 60여 명에 이르는 단원이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문화소외지역을 찾아가는 음악회와 학교 탐방 연주회, 평창대관령음악제·강릉 성산가곡제 등 연간 60여 회에 이르는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휘자와 단원이 공감대 안에서 앙상블 매뉴얼을 공유하는 독특한 오케스트라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8/4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성기선
성기선/강남심포니의 무대는 그 곡목만으로도 여름 향기를 물씬 풍긴다. 8월, 한여름의 교향악축제 분위기에 맞춰 프로그램 구성에 변화를 준 것. 무대는 글라주노프 ‘사계’ 중 ‘여름’으로 시작해 ‘레이몬다’ 제3막 중 간주곡,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송지원)으로 이어지고, 브람스 교향곡 2번으로 마무리된다. 성기선은 지난 5월, 강남심포니 제2대 상임지휘자의 임기를 마쳤다. 재임 기간 동안 지휘와 해설, 폭넓은 레퍼토리를 통해 지역 관객의 저변 확대는 물론 오케스트라의 성장에 힘써왔다. 이번 무대는 그야말로 성기선과 강남심포니의 풍성한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테다. 글 이미라
올해는 글라주노프와 브람스를 연주한다. 어떤 테마를 가지고 두 작곡가를 선택했나? 본래 4~5월에 진행되던 교향악축제가 여름으로 연기되며 기존 프로그램이었던 글라주노프 바이올린 협주곡에 시기적인 특성을 고려한 ‘사계’ 중 ‘여름’을 추가했다. 발레 음악인 ‘레이몬다’ 역시 바이올린 협주곡과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고. 브람스 교향곡 2번은 그가 수십 년을 고민해서 세상에 내어놓은 교향곡 1번과는 달리, 1877년 여름휴가 중 경치가 아름다운 오스트리아 시골의 호숫가에서 휴가를 즐기며 비교적 짧은 시간에 완성한 곡이다. 모두 8월과 잘 어울리는 곡들이다. 이번 공연이 어떻게 보면 고별공연이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악단을 이끌어왔는데, 끝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남심포니는 출중한 능력을 지닌 단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휘자의 음악적인 비전을 구현하는 데 있어 열린 마음을 가지고 따라와 준 단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전문적인 교향악단 사무국의 지원이 있다면 더욱 도약할 수 있는 단체라고 생각한다.
성기선(1968~)은 커티스 음대 지휘과를 졸업했다. 서울예고 재학 시절 서울시청소년교향악단 지휘로 데뷔했다. 줄리아드 음악원 예비학교 지휘자, 뉴욕 신포니에타 음악감독, 코넬대 초빙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이화여대 음대 관현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6년 강남심포니 제2대 상임지휘자로 취임해 올해 5월에 임기를 마쳤다.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는 1997년에 창단된 서울특별시 최초의 기초자치단체 소속 교향악단으로, 2009년 6월부터 강남문화재단 소속 예술단체로 활동 중이다. 폭넓은 레퍼토리를 담은 정기연주회와 기획 공연으로 지역 관객의 저변 확대를 이뤄가는 것은 물론 세계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강남구 자매도시인 미국 리버사이드시 초청 공연(2003), 시카고 문화회관 초청 연주(2013)를 선보였다. 1998·1999·2000년 교향악축제실황 음반 제작을 시작으로, 국내 교향악단 최초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음반(2002~2006)을 선보했으며, 브람스 교향곡 전곡 녹음(2009~2011)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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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립교향악단 조규진
“나에게 교향곡이란 하나의 세계를 이룩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기술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말러의 말처럼, 그의 교향곡에는 슬픔·사랑·분노·광기·희망 등 삶의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장송 행진곡으로 시작해 찬란한 빛으로 끝나는 말러 교향곡 5번은 조규진과 청주시향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다.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협연 한상일)까지 더해진 그들의 무대가 지친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까. 글 이미라
올해는 말러 5번과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선보인다. 올해는 구스타프 말러 탄생 160주년이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지난 6월 청주시향 정기연주회에서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과 5번 ‘운명’을 연주했기에 교향악축제에서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말러 교향곡 1번을 선보이고자 했다. 그런데 피아노 협주곡이 비교적 짧은 리스트 작품으로 바뀌며 말러 교향곡 1번보다 연주 시간이 더 긴 5번으로 바꾸게 되었다. 말러 교향곡 5번은 장송 행진곡으로 시작해 유난히 밝고 찬란한 5악장으로 마무리된다.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기에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담겨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말러 교향곡은 교향악축제 단골 레퍼토리(2010 ~2019년 기준, 2위)에 꼽힐 만큼 자주 연주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악단이 말러의 작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말러는 “나에게 교향곡이란 하나의 세계를 이룩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기술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향곡의 편성 확대를 통해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작곡가다. 그의 작품 속에는 슬픔·사랑·분노·광기·희망 등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특히 수많은 타악기를 통해 폭발적인 감성을 경험하게 하는 그의 관현악법 기술은 정말 위대하다.
조규진(1961~)은 서울대 음대 작곡과, 잘츠부르크 음대와 빈 국립음대 지휘과를 졸업했다. 톤퀸스틀러 오케스트라(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 등 국내외 많은 오케스트라와 함께했다. 청주시향 제6대 상임지휘자(2006~2010)를 했으며, 현재 충남대 관현악과 교수, 사단법인 한국지휘자협회 회장, 청주시향 제9대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2019~)로 활동 중이다.
1973년 청주관현악단으로 출발한 청주시립교향악단은 연간 수십여 회의 공연을 통해 대중성과 전문성을 고루 갖춘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하기 위해 끊임없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주부를 위한 브런치 콘서트, 아이들을 위한 EQ-classic 콘서트, 팝스 콘서트, 오페라 갈라 콘서트, 시네마 클래식, 수능생 음악회 등 관객층을 세부적으로 나눠 맞춤형 음악회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온라인을 통한 실시간 생중계 공연을 통해 누구나 쉽게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청주예술의전당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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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립교향악단 이병욱
이병욱과 인천시향의 두 번째 교향악축제 무대다. 지난해 말러 교향곡 5번으로 인천시향의 잠재력과 방향성을 제시했다면, 이번 무대는 2년간 함께 만들어온 색채를 보여줄 차례다. 바버 ‘현을 위한 아다지오’, 바버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양인모),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으로 이어지는 스토리에서 그들이 선사할 따뜻한 음색과 유연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 이미라
교향악축제의 시기가 변경되며 공연 프로그램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공연의 문을 여는 서곡을 바버 ‘스캔들학교’에서 ‘현을 위한 아다지오’로 변경했다. 코로나19 이슈 안에서 조금 절제되고 차분한 시작을 하고 싶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분들의 일상이 바뀌고, 예전에는 당연했던 행동을 이제는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삭막한 시대에 아름다우면서 슬프고, 또 울림이 있는 ‘현을 위한 아다지오’로 연주를 관람하는 모든 분들이 나 자신과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서곡 이후 바버 바이올린 협주곡 op.14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으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전체 프로그램이 하나의 스토리처럼 느껴지는데, 이번 무대를 통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서곡부터 교향곡까지, 프로그램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슬프고 아련한 ‘현을 위한 아다지오’로 시작해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가 가득한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까지, 어떠한 고난과 역경도 함께 이겨내고 치유하며 계속 발전해온 우리의 이야기에 비추어 보면 좋겠다.
이병욱(1975~)은 교향곡부터 오페라·발레·현대음악에 이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며 국내외 유수의 악단과 페스티벌에 초청받고 있다.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전문연주자·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TIMF앙상블 수석지휘자·뉘른베르크 심포니 객원지휘자·현대음악 전문 앙상블 OENM 수석객원지휘자·인제대 음악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2018년 10월부터 인천시향 제8대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심규태
인천시립교향악단은 1966년 6월 초대 상임지휘자 김중석과 임원식·금노상·첸 주오황·금난새·정치용을 거치며 성장했다.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이 개관한 1994년에 4관 편성으로 증원됐다. 지금까지 총 380여 회의 정기연주와 3천여 회의 기획연주를 선보였고, 인천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사절단 역할 또한 하고 있다. 2018년부터 이병욱이 제8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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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장윤성
혹자는 프라임필을 두고 ‘반주 전문 오케스트라’라고 평한다. 하지만 프라임필은 지휘자의 지휘봉에 가장 민첩히 반응하는 악단이다. 장윤성은 2015년부터 프라임필 전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부임 후 다른 교향악단이 잘 시도하지 않는 레퍼토리를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프라임필만의 탄탄한 기본기를 대중에게 확인시켜주기 위한 전략이다. 이번 교향악축제에서는 보로딘의 오페라 ‘이고르 공’ 서곡, 슈포어 현악 4중주 협주곡 op.131,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을 선보인다. “프라임필의 특장점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윤성은 힘주어 말했다. 글 장혜선
프라임필의 음악적 색채가 확립되는 3년이었으리라 예상되는데. 이번 교향악축제는 프라임필의 독특한 장점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곡들로 구성했다. 특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은 실제 러시아 혁명을 다룬 곡으로, 현재 코로나19 사태와도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다. 바이러스 창궐로 인한 인류의 고통을 극복하려는 의지는 마지막 승리의 쟁취를 그린 이 곡의 의도와 맞아떨어진다. 프라임필의 야성적인 색채와 잘 어우러질 것 같다.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바이올린 장유진·강수연, 비올라 이한나, 첼로 심준호)과 함께하는 루이스 슈포어(1784~1859)의 현악 4중주 협주곡 op.131도 기대되는 레퍼토리다. 일반 청중에게 현악 4중주 협주곡은 다소 낯선 편인데, 무엇에 초점을 맞춰 곡을 감상하면 좋을까. 실연으로 접하기 힘든 곡이지만, 현악 4중주단과 오케스트라가 쌍방향으로 주고받는 호흡에 집중하면 이 곡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장윤성(1963~)은 서울대 작곡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빈 국립음대에서 공부했다. 1993년 러시아 프로코피예프 지휘자 콩쿠르에서 2위 했다. 작곡가 펜데레츠키의 교향곡 5번 ‘코리아’를 폴란드 크라코프 라디오 심포니와 유럽 초연했다. 울산시향·창원시향·대전시향 상임지휘자로 활동했으며, 서울시향 수석 객원지휘자를 거쳐 2015년부터 프라임필 전임지휘자로 활약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 지휘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1997년 2월 창단했다. 창단 후 오페라와 발레 반주에 적극 참여하며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1998년 유니버설발레단과 뉴욕 및 워싱턴 공연을 함께했다. 2000년에는 영국 현대무용의 메카 새들러스 웰스 극장에서 공연했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협연 김대진)을 하루 만에 연주하는 기획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2000년부터 군포문화예술회관에 상주하며, 2018년에는 아힘 프라이어가 연출한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중 ‘라인의 황금’을 한국 초연으로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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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마시모 자네티
마시모 자네티가 내뿜는 에너지는 밝다 못해 찬란했다. 특히 2018년부터 상임지휘자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경기필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의 눈은 반짝였다. 작년 자네티는 경기필과 함께 교향악축제에 첫발을 디뎠고, 올해 축제 무대에 또 한번 오른다. 자네티의 기대감은 그야말로 최고조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최예은)을 생일 케이크로 준비했고, 생전에 베토벤을 존경했던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할 예정이다. 글 박찬미
경기필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그 매력은 무엇인가. 유연한 감각을 지닌 악단이다.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순간부터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기 직전까지,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15개월이었다. 그 시간 동안 브람스 교향곡 1~3번과 피아노 협주곡 2번, 2중 협주곡을 공연했고, 베토벤 교향곡 3·5·6·9번을 연주했으며, 말러·R. 슈트라우스·프로코피예프·레스피기·모차르트 등 방대한 양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단 15개월 만에 말이다. 단원들의 유연성이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축제 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 원래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를 연주할 계획이었다. 굉장히 거대한 규모의 작품이다. 그런데 코로나 감염 예방 차원에서 악단의 규모에 제한이 걸렸다. 프랑스 작품을 올리고 싶었지만, 라벨·드뷔시·포레 등의 교향악 작품은 대부분 대규모 편성이라 완전히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비교적 적게 연주되는 멘델스존을 떠올렸고, 그 순간 교향곡 4번 ‘이탈리아’가 생각났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빛과 희망을 전하는 작품이다.
마시모 자네티(1962~)는 벨기에 플랑드르 오페라 음악감독을 역임했고, 2018년 9월부터 경기필의 음악감독 및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베를린 슈타츠오퍼·바르셀로나 리세우 극장에서 오페라를 지휘했고,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린츠 브루크너 오케스트라·베를린 방송교향악단 등을 객원지휘했다.
©jino park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1997년 경기팝스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창단됐다. 2대 상임지휘자에 유광이 오르며 본격적인 관현악 체재로 개편됨과 동시에 경기도립오케스트라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2006년 지금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을 얻었다. 5대 예술단장 겸 상임지휘자로 성시연이 올랐고, 2015년에는 한국 오케스트라 최초로 데카에서 말러 교향곡 5번 음반을 발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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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립교향악단 김광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협연 박종화),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선보이는 김광현과 원주시향은 특별히 이지수의 관현악을 위한 ‘달의 바다’를 선보인다. 고전과 창작음악의 균형감 속에서 “대중에게 클래식 음악을 사랑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는 그의 다짐이 느껴진다. 글 박서정
2018년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를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으로 국내 초연하는 등 국내 관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을 소개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이번 교향악축제에서는 유일하게 위촉곡을 세계초연한다. 영화음악 감독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 이지수에게 위촉한 관현악을 위한 ‘달의 바다’를 연주한다. 미디음악이 아닌, 실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구현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그의 능력은 가히 독보적이다. 이번 작품에서 관객은 마치 달의 뒷면을 보는 것 같은 신비감과 입체감, 그리고 화려함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축제가 연기되며 레퍼토리에도 변화가 생겼다. 원래 코른골트(1897~1957)의 신포니에타를 연주할 계획이었는데, 관객에게 친숙한 선율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으로 대체했다고. 한여름에 잘 어울리는 차이콥스키로 관객들의 연주회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했다. 기악에서 선율은 결국 노래다. 합창지휘자로 평생을 살아오신 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합창은 늘 가까이 있었다. 집에는 음악도서관 못지않은 합창 문헌·영상·악보·녹음 자료가 있었고. 선율을 다루고 연습시킬 때 더욱 심혈을 기울이곤 한다. 모든 단원이 차이콥스키를 온몸으로 느끼고 즐기면서 연주하는 모습을 기대해 달라.
김광현(1981~)은 서울대에서 작곡·지휘를 전공, 임헌정과 김덕기를 사사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대에서 지휘과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국내외 유수의 교향악단을 지휘했으며, 오페라 지휘에서도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 2012년 경기필 부지휘자를 역임했고, 2015년부터 원주시향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원주시립교향악단은 임헌정을 초대명예음악감독으로 초빙하여 1997년 7월 창단됐다. 모차르트 페스티벌, 대한민국 국제음악제 등에서 초청연주를 가졌고, 창단 15주년을 기념해 초대 상임지휘자 박영민과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 연주를 선보인 바 있다. 2015년 제2대 상임지휘자로 김광현 취임 후 시민이 직접 듣고 싶은 곡을 사연과 함께 신청하는 ‘신청곡 콘서트’와 원주 출신의 음악가와 협연하는 ‘아이 러브 원주’를 시행하는 한편, 2019/20 시즌에 말러&브루크너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8/10
KBS교향악단 지중배
30년 전, 어린 소년 지중배에게 교향악축제 무대는 커다란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처음으로 본 외국인 지휘자, 매일 이어지던 대편성의 관현악곡들…. 특히 R. 슈트라우스의 음악을 처음 들은 그날은 놀라움과 흥분이 뒤섞인 신선한 경험으로 남아있다. 이제는 그 설렘을 무대 위에서 느껴볼 차례다. 교향악축제의 마지막 날, 지중배가 KBS교향악단과 함께 바그너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서곡, 엘가 첼로 협주곡 op.85(협연 이상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 글 이미라
KBS교향악단 객원지휘자로 교향악축제에 데뷔한다. 얼마 전까지 미정으로 남겨졌던 자리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연주를 한 달 남겨두고 합류하게 됐다. 독일에서 그간 많은 연주가 취소되며 무대가 그리운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맡고 있는 모국의 교향악단이 없는 상황에서 교향악축제라는 유서 깊은 무대에 객원지휘자로 KBS교향악단과 함께하게 되어 기쁘다. 이번 무대에선 지휘를 맡기 전, 기존에 발표된 레퍼토리를 그대로 연주한다. 갑자기 지휘자가 변경되었을 때, 부득이하게 프로그램 변경을 요청할 때도 있다. 그러나 나는 잘 변경하지 않는 편이다. 각 오케스트라가 설정한 프로그램의 의미 혹은 전체 시즌의 흐름과 스토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다. KBS교향악단이 구성한 이번 곡목은 지휘자·단원·관객에게 친숙한 곡이고, 이번 축제의 끝을 장식하는 데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축제의 마지막 날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서곡을 연주하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중세 마이스터징어들의 시대가 열리면서 당시 음악은 귀족 예술에서 서민 예술로 이동했다. 이 축제를 통해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모든 분이 교향악축제와 클래식 음악을 즐겼으면 하는 염원을 담고 싶다.
지중배(1982~)는 서울예고·서울대·만하임 음대를 졸업했다. 독일 트리어시립극장(2012~15) 및 울름시립극장 수석지휘자(2015~18)를 역임했고, 바덴바덴 필하모니 객원지휘를 비롯해 여러 단체와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KBS교향악단은 1956년 12월 초대 상임지휘자 임원식과 창단 연주를 가진 이래 홍연택·원경수·오트마 마가·정명훈·드미트리 키타옌코 등 세계 정상의 지휘자들과 함께했으며, 백건우·조성진·장영주·길 샤함·정명화·미샤 마이스키·파비오 루이지와 같은 국내외 유수의 음악가들을 초청해 수준 높은 무대를 선사하고 있다. 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오스트리아 등 국제무대에 오르는 한편, 벚꽃축제 음악회·직장인 콘서트 등 친근하고 새로운 시도 또한 이어가고 있다. 2018년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말러 교향곡 9번 실황 음반을 발매했다.
지금의 고통은 성장통일 뿐이다
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
매해 교향악축제가 열리는 예술의전당으로 가는 길에는 봄날의 벚꽃이 수줍게 피기 시작해, 축제의 막이 내릴 무렵이면 봄바람과 함께 이파리들이 슬슬 자취를 감춘다. 하지만 올해는 여름으로 옮겨졌기에 그 길목에는 벚꽃 이파리 대신 가로수의 매미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축제가 한창 열려야 할 3~4월이었지만, 그 시기에 예술의전당 측은 취소된 교향악축제의 재생을 위해 전례 없는 심폐 소생술을 행해야 했다. 심장에 더 닿기 위해 이 과정에서 몇 개의 뼈가 부러져 나간다고도 하지 않던가. 재생과 소생의 시간은 이처럼 희생과 고통을 수반한다. 그 과정 속에서 예술의전당은 더욱더 굳게 마음을 다졌고, 참여할 지휘자들과 교향악단은 더 단단히 뜻을 모았으며, 그간 축제를 지원해온 한화그룹은 평소보다 더 세심하고 배려 깊은 지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면서도 기존 문제점들이 쌓여 있는 서랍을 열어보기도 했다. ‘코로나19 이전’과 ‘코로나19 이후’로 나눠질 지금, 유인택 사장은 이 과정 속에서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보기도 했다. 유 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교향악축제의 진행과정과 변화될 ‘공연장-관객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코로나19 속에서도 교향악축제를 ‘감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해 3월 22일에 사장으로 취임한 후, 곧바로 주관했던 행사가 교향악축제 개막식(3월 31일)이자 한화그룹 후원 20주년을 기념하는 현판식이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특별한 인연을 가진 행사가 됐는데, 코로나19 앞에서 고민이 많았다. 31년 동안 서울과 지방을 잇고 국내 클래식 음악계의 발전을 견인해온 축제라는 점에서, 그 전통과 흐름에 간극을 두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개최 가능한 일정을 확보하고 ‘스페셜’이라는 부제를 붙여 전례 없이 여름에 관객들을 맞이하게 됐다. 코로나19로 움츠러든 음악계에 정상화를 촉구하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는 축소 진행이다. 평소 때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몇 개 안되는 교향악단이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그 존재가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객석’의 표지 촬영을 진행하면서 모이기 힘든 지휘자들이 한데 모여 있는 것을 보며 가슴 한켠에서 뭔가 짠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들은 한국 음악계를 이끌어가는 리더이자, 현재 힘든 시기를 헤쳐 나갈 전사들이다. 그들과 생각을 나누고 소통하며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원래 3월 31일부터 4월 22일까지 18회를 예정했다. 우여곡절 끝에 14회 공연으로 재개된 만큼 ‘축소’라는 말 대신 “더 알찬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정점을 찍던 지난 4월 10일, 참여하기로 한 지휘자들과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그들이 교향악축제를 앞두고 한자리에 모인 일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자리에서 축제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비추었고, 그간 축제의 개선점도 청취했다. 5월 중에 참가 교향악단과 협연자를 일차적으로 확정했고, 이후 끝없는 조정과 조율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예술의전당 측의 뜻에 흔쾌히 동참해준 음악가와 악단들에게 감사드리고, 교향악축제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관객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이번 축제는 예술의전당을 직접 찾지 못하는 관객을 위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될 예정이라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예술의전당 야외 공간으로 중계상영도 계획 중이라고. 교향악축제는 긴 시간 동안 자랑스러운 성취를 해왔지만, 한편으로는 개선해야 할 것도 많이 생겼다. 내적으로는 축제를 관통하는 맥락·메시지·주제가 보다 부각되면 좋겠고 곡목 선정에 있어서도 예술의전당 측이 보다 주도적으로 나서줄 것도 주문받아왔다. 외적으로는 축제 분위기 조성과 관객 규모 확대의 필요성을 지적 받았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러한 조언을 토대로 변화의 실마리를 풀어가고자 한다. 음악회 야외 생중계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찾아낸 대안 중 하나로, 클래식 음악 공연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야외에서 편하게 즐기는 자리도 제공하자는 취지로 네이버TV와 손잡고 추진하려 한다. 감염 우려가 적은 야외에서 ‘거리두기’를 지키며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예술의전당 내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450인치 대형 전광판으로 실시간 실황을 감상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장들이 휴관 중이다. 한편, 예술가들의 일상 경제와 삶도 위축되면서 ‘폐쇄’와 ‘취소’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반론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균형 잡기가 가장 중요할 때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술인들의 일자리는 곧 무대이다. 그래서 무대와 공연을 만드는 것만이 우리 예술인들의 일상을 정상화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공연이 연이어 취소될 적에 제일 주목한 것도 이 점이다. 예술의전당은 공연이 불가할 경우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그들이 공연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예술기부를 통해 모금한 전액 공연 제작에 활용하는 프로젝트도 활발히 진행 중인데 ‘한여름 밤의 숲속 음악회’나 ‘수요 마티네 콘서트: 다시 생기있게 Sempre Animato’ 공연 등의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객석의 간격을 한 자리씩 띄우는 기계적인 거리두기가 아닌, ‘일행 간 자리 띄어 앉기’로 안전을 고려하며 관객석 규모를 확대해 예술단체의 손해도 최소화하고 있다.
국내 음악축제의 지형도 또한 많이 바뀌리라 생각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예술의전당의 청사진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코로나19 발생과 함께 우리는 이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었다. 공연만이 가지는 현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공연의 영상화와 상영이라는 관람 행위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그렇다고 단순히 공연을 상영하는 것만으로는 관객을 붙잡을 수 없다. 따라서 공연 기획과 제작 과정에 영상 송출과 상영을 전제에 두고 가야 할 것이다. 단순히 연출과 편집에 세련미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기술과 접목된 새로운 공연예술 생산과 향유 방식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술의전당은 ‘스테이지 무비’를 통해 공연상영을 목표로 한 공연제작 개념을 도입해 기존의 공연 영상화 사업(SAC on Screen)과 함께 비대면 공연제작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러한 영상 제작 환경을 고려한 스튜디오 조성도 검토 중이다.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 급변하는 시대적 조류에 발맞춰 다양한 형식 찾기와 실험에도 적극 동참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경영지원센터와도 협업하고자 한다.
교향악축제와 한화그룹과의 인연이 각별하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의 문화예술 후원이 많이 취소되고 있는 상황인데, 후원을 결심한 한화그룹에게 더욱 각별함을 느낄 것 같다. 기업과 예술가나 예술단체, 공연장의 관계는 향후 어떠해야 하며, 코로나19 이후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변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코로나19로 인해 공연 취소가 이어지니 자연스레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축제는 한화그룹의 지원과 관심이 없다면 재개될 수 없었을 것이다. 취소와 재개의 아픔을 겪었음에도 이 축제의 의미와 의의를 십분 이해하고 지원의 손길을 거두지 않은 한화그룹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올해 취소의 절차를 밟지 않았기에 21년의 시간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모습은 기업과 예술단체-공연장의 관계에 있어 모범사례가 되리라 본다. 메세나는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나 고객 이벤트를 넘어, 단기적으로는 공연을 가능케 하는 재정적 발판이자, 장기적으로는 문화예술의 기틀을 만들어 전체적인 수준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국격과 국민들의 자부심이 올라가기도 하고. 이러한 효과가 있는 만큼 단순히 지원금을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니라 예술계와 기업이 동반 성장하고 발전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송현민(음악평론가·편집장) 사진 예술의전당
2020 교향악축제 일정
매해 꽃 피는 4월이 되면 예술의전당에서는 ‘교향악축제’가 펼쳐진다. ‘교향악축제’는 국내 교향악단의 현 위상을 총체적으로 그려내는 지표다. 첫 시작은 1988년 2월 16일, 예술의전당 음악당 개관을 기념하며 열렸다. 당시 45일간 총 31회의 음악회가 개최됐는데, 서울시향·KBS교향악단·코리안심포니 등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악단은 물론, 대구·부산·광주·전주·대전·수원·인천 등 7개 지역 교향악단이 참여해 호평을 받았다. 이듬해 강릉·청주시향까지 합류하며 국내 교향악단의 현황을 살펴보는 본격적인 교향악축제로 발돋움했다. 그렇게 묵묵히 32년의 역사를 쌓아온 교향악축제가 지난 4월에는 코로나19로 최소 되어 아쉬움을 자아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예술의전당은 교향악축제를 재개하기 위해 고민했다. 많은 노력 끝에 예술의전당은 오는 7월 28일부터 8월 10일까지 총 14회의 일정으로 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교향악축제 역사상 최초로 여름에 진행되는 만큼 다양한 형식을 고민했다. 바이러스로 지쳐있는 모든 시민이 즐기는 축제가 되기 위해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 모든 공연이 네이버 공연 라이브를 통해 방영되며, 예술의전당 신세계야외스퀘어 야외무대에서 400인치 대형 모니터로 생중계된다. 온 가족이 더운 여름밤 예술의전당에서 ‘음악 피크닉’을 즐기는 장이 펼쳐질 전망이다. 올해는 중견 지휘자와 젊은 지휘자, 해외 지휘자 간의 적절한 조화가 눈에 띈다. 연륜으로 무장한 중견 지휘자들이 나서는 창원시향(김대진)·전주시향(김경희)·코리안심포니(정치용)·강릉시향(류석원)·강남심포니(성기선)·청주시향(조규진)·군포프라임필(장윤성), 30~40대 젊은 지휘자들이 이끄는 수원시향(최희준)·인천시향(이병욱)·원주시향(김광현)·KBS교향악단(지중배), 그리고 외국인 지휘자가 이끄는 서울시향(윌슨 응)·경기필(마시모 자네티)과 대구시향 상임지휘자인 줄리안 코바체프가 지휘할 부천필을 만날 수 있다. 축제의 밤을 수놓을 주인공은 단연 협연진. 올해는 바이올리니스트의 무대가 두드러진다. 서울대 교수로 후학을 양성 중인 백주영을 필두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한 김동현,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진주, 윤이상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송지원, 파가니니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양인모, 안네 소피 무터의 러브콜을 받아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최예은 등 총 6인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자리를 빛낸다. 피아니스트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국내 인지도가 높은 피아니스트 김정원, 주희성, 임동민, 한상일, 박종화가 축제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이강호와 윤이상 콩쿠르 우승자인 이상은의 첼로 선율도 즐길 수 있다. 군포프라임필과 현악 4중주 협연을 선보이는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바이올린 장유진·이재형, 비올라 이한나, 첼로 심준호)의 무대도 놓칠 수 없는 백미다. 축제의 다수 레퍼토리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 시대를 향한 위로를 담았다. 창원시향과 인천시향은 추모곡으로 자주 연주되는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를 선보인다. 수원시향은 위기를 극복하는 삶을 살아간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을 연주한다. 이외에도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며 베토벤 작품들이 대거 올라갈 예정이다.
글 장혜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