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프로듀서 신춘수, 3전 4기, 그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4월 15일 8: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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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로듀서 신춘수

3전 4기, 그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박진호(studio BoB)

 

 

 

 

 

 

 

 

 

 

 

 

 

창작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로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네 번째 도전하는 그의 열정과 포부

 

호수 너머 아른거리는 등대의 녹색 불빛. 뮤지컬 프로듀서 신춘수는 서서히 번져오는 녹색 불빛에서 개츠비의 내면을 목격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광란의 시대 속에서 침잠하는 개츠비의 인생이 한 편의 뮤지컬로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상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로 다가왔다.

20여 년간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스위니 토드’ 등의 작품들을 흥행시키며 한국 뮤지컬계의 역사를 이끌어 온 뮤지컬 프로듀서 신춘수. 현재 오디컴퍼니 대표이사를 맡으며 뮤지컬에 몰두하는 그의 꿈은 원래 영화감독이었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품은 영화감독의 꿈을 안고 서울예대 영화과에 다시 입학한 그는 ‘사랑은 비를 타고’로 뮤지컬계에 입문했다. 이후, 오디컴퍼니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그가 기획·개발·제작을 맡아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 선보인 작품은 총 세 편. 그러나 2009년 리바이벌 공연으로 처음 도전했던 ‘드림걸즈’는 트라이아웃 단계에서 중단됐고, ‘홀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2014)와 ‘닥터 지바고’(2015)는 현지 무대에 올랐지만,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올해 4월, 그가 첫 단독 리드 프로듀서로 참여한 ‘위대한 개츠비’가 다시 한번 브로드웨이로 향한다.

지난 3월 8일, 오디컴퍼니 사옥에서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신춘수를 만났다. 그는 기자에게 명함을 건네며, ‘오디컴퍼니 대표’가 아닌, ‘프로듀서’로 자신을 소개했다. 작품 이야기를 시작하는 그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오는 4월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첫선을 보인다. 네 번째 브로드웨이 진출작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오랫동안 창작 뮤지컬의 소재에 대해 고민해 왔다.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창작 뮤지컬들이 탄생했지만, 문학성을 기반으로 한 뮤지컬을 만들겠다는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 좋은 원작을 찾고, 원작을 무대화할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리고… 작품의 저작권이 만료되기 전부터 ‘위대한 개츠비’의 뮤지컬화를 계획하고 있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다룬다. 개츠비의 맹목적인 사랑과 삶, 그리고 그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관객들이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원작의 본고장에서 선보이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부담이 상당했다. 미국인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바라볼지 두려웠다. 원작의 이야기를 어떻게 무대에 올릴지 고민하며 작품을 읽고 또 읽었다.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이 된 1920년대와 지금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과 사회적 불평등은 지금의 팬데믹과 빈부 격차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10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있지만, 오히려 시대를 관통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확신이 생겼다.

원작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강조한 부분은 무엇인가.

뮤지컬은 소설이나 영화와 달리 등장인물의 내면을 음악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든 등장인물이 음악을 통해 각각의 생명력을 드러낼 수 있게끔 노력했다. ‘위대한 개츠비’가 1920년대의 시대상을 관통하는 작품인 만큼, 당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던, 그 시대만의 특별한 요소를 작품에 반영하려고 했다. 음악적으로는 재즈의 특징을 살리고, 연출적으로는 개츠비의 성대한 파티 장면을 화려하게 구현하기 위해 무대에 신경을 썼다.

 

본고장 브로드웨이로 가는 길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월드 프리미어 무대 렌더링 ©Paul Tate dePoo III

언제부터 브로드웨이 진출의 꿈을 키워왔는지 궁금하다.

‘이왕 할 거면 본고장에서 성공하겠다’라는 생각으로 뮤지컬을 시작했다. 2021년 설립한 오디컴퍼니의 사명도 ‘세계로 향하는 문을 연다(Open the Door)’의 약자(OD)다. 그렇게 세운 목표가 점차 뚜렷해졌고, 2009년 뮤지컬 ‘드림걸즈’의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실행에 옮기게 됐다.

브로드웨이 현지 창작진 및 배우들과의 호흡도 중요할 것 같다.

대부분의 창작진과 전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연출가 마크 브루니는 영화 ‘과속 스캔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스핀’을 제작하며 만났고, 작곡가 제이슨 하울런드와는 이미 작업을 함께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각본가와 작사가를 만났다. 사실 나를 포함한 이번 창작진들 모두 최고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각본가를 제외하고 브로드웨이 데뷔 경험이 있지만, 다들 작품에 대한 ‘결핍’이 있다. 나부터도 브로드웨이에 데뷔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결핍에 재능과 열정이 더해져 작품을 제작하는 내내 좋은 에너지로 함께할 수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았다. 제작 과정에서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전에는 브로드웨이 진출이라는 타이틀에 집중했었다. 작품 자체보다 브로드웨이에 빨리 진출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했다. 뮤지컬 프로듀서에게 실패란, 흥행의 문제가 아니다. 잘 만들어도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 작품을 만드냐, 못 만드냐의 문제다. 일단 작품을 만들면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성장을 한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방향성과 스타일대로 나아가는 중이다. 과거의 내가 절실하기만 했다면, 지금은 작품을 만들고 선보이는 매 순간을 즐기고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주춤했던 국내 뮤지컬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현재 브로드웨이의 상황은 어떠한가.

팬데믹 전에 브로드웨이를 찾았던 관객들이 극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아직 상황이 좋다고는 볼 수 없지만, 뮤지컬 시장은 이 장르에 학습된, 꾸준히 작품을 접했던 고정 관객층이 있기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바로 공연의 힘이 아닐까.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위대한 개츠비’가 이번 브로드웨이 진출을 시작으로 영국, 호주, 아시아 등 전 세계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홍예원 기자 사진 박진호(studio BoB)

 

 

창작 뮤지컬, ‘꿈의 무대’를 겨냥하다

 

뮤지컬 ‘마리 퀴리’ ©라이브㈜

한국 창작 뮤지컬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4월 미국 브로드웨이 오프닝 공연을 앞둔 ‘위대한 개츠비’를 비롯해 뮤지컬 ‘마리 퀴리’가 6월 1일부터 7월 28일까지 런던 채링 크로스 씨어터에서 초연한다. ‘마리 퀴리’는 2020년 초연한 한국 창작 뮤지컬로, 영국 창작진과 배우들이 기존의 작품을 현지화해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지난 2020년에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애틀랜타 무대에 올랐으며, 2022년에는 ‘레드북’이 영국에서 쇼케이스를 선보인 바 있다.

 

 

신춘수 2001년 오디컴퍼니 설립 이후, ‘사랑은 비를 타고’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스위니 토드’ 등을 제작했다. 2020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으며, 미국 브로드웨이 리그의 한국인 최초 정회원으로 속해있다. 현재 (사)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Performance information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오프닝 공연

4월 25일 미국 브로드웨이 씨어터

원작 F. 스콧 피츠제럴드, 연출 마크 브루니, 안무 도미니크 켈리, 음악감독 다니엘 에드몬즈,

제레미 조던(제이 개츠비 역), 에바 노블자다(데이지 뷰캐넌 역)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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