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양성원, 베토벤의 정신을 품은 음악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7월 8일 9:00 오전

FESTIVAL 2

 

첼리스트·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 양성원

베토벤의 정신을 품은 음악제

 

평창은 지금, 자기만의 정체성을 만드는 중!

 

 

 

7월 말이면 평창과 강원도 일대에서 평창대관령음악제(7.24~8.3)가 열린다. 아름다운 자연과 야외 공연장, 국내외의 연주자들과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활약이 이 음악제를 더 낭만적이고 특별하게 만든다.

평창대관령음악제가 20주년을 맞았던 작년, 양성원이 이 음악제의 4대 예술감독으로 부임했다. 그가 음악제를 매만진 지 이제 불과 2년인데, 프로그램 기획·연주자 초청·협력사 유치 등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음악제 안팎을 살뜰히 챙기면서도, 아티스트로서 개인의 활동도 멈추지 않았다.

4월에는 프랑스 본(Beaune)에서 열린 베토벤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음반 ‘에코 오브 로망스’(Decca)와 책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김영사)을 발간했다. 7월에는 평창 대관령음악제와 야노스 슈타커 첼로 페스티벌(7.3~5)을 함께 이끈다.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묻자, 그는 “같은 일을 반복해야 했다면 힘들어서 원동력이 필요했을 텐데, 이 일들은 전부 다 다른 성격의 일이니까요. 그저 즐겁게 했더니 됐어요”라며 웃는다.

그와 마주 앉아 이번 평창대관령음악제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올해의 프로그램과 연주자 소개에 관해 묻자, 실무적인 부분을 이야기할 때와 달리, 표정에는 즐거운 기색이 가득했다. 줄곧 이 주제가 시작되길 기다렸던 것처럼, “정말 좋은 질문이에요!”라며 음악제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평창대관령음악제(이하 음악제)의 예술감독으로서 맞는 두 번째 해입니다. 새롭게 설정한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외면적 성장보다는 내면적 성장을 추구하고, 20~30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우리 음악제만의 단단한 정체성을 만들고자 합니다. 좋은 감독이 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스스로 날카롭게 질문을 던졌어요. 현재 음악제는 메인 콘서트와 찾아가는 가족음악회까지 모두 합해 총 40여 회의 연주회가 열립니다. 축제의 규모를 더 키워 훌륭한 연주자들을 더 많이 초청하고 더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만나고 싶기도 해요. 대편성 오케스트라 작품을 연주할 수 있는 전용 홀도 필요하고요.

음악제 주제가 ‘루트비히!’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주제는 ‘베토벤’이 아닌, ‘베토벤의 정신’입니다. 베토벤은 작품에 인간의 존엄성과 예술적 가치를 담은 작곡가입니다. 그리고 베토벤의 그 정신에 공감해, 동시대에 살았다면 베토벤을 ‘루트비히!’라고 친근하게 불렀을 것 같은 작곡가들을 선정해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이제 막 클래식 음악에 입문한 분들에게는 도전적인 프로그램일 수도 있지만, 장담하건대 모두 ‘믿고 들을 수 있는’ 좋은 곡들로 채웠습니다.

작년 주제였던 ‘자연’과도 이어지나요?

그럼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연으로는 찾아가는 가족음악회의 ‘새를 노래하는 사람들’(7.24~28)이 있습니다. 휘파람으로 연주하는 새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작품도 있어요. 내년 음악제 주제도 벌써 정해졌는데요, 내년의 메시지는 당연히 올해의 음악제와도 연결됩니다. 그러니 내년에도 재미있을 것 같죠?(웃음)

 

축제의 책임과 역할

올해는 음악제에서 교육 기능이 강화됐다. 작년과 비교해 마스터클래스가 3→5회, 떠오르는 연주자 공연이 1→2회, 유망주가 함께하는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 공연이 1→3회로 늘었다. 아티스트가 진행하는 특강도 신설됐다. “음악제는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라는 그의 뜻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였다.

음악제에서의 교육은 학교에서의 교육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음악제는 무대 위에서 예술적인 교류가 일어납니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자와 음악적으로 대화하고 연주하는 경험은 학생에게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어주죠. 학생에게 꼭 필요하지만, 학교에서 배우기는 어렵습니다.

음악제의 사회 환원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음악제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일지 늘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년에 찾아가는 가족음악회를 신설했습니다. 도민들이 평창으로 올 수 없다면, 우리가 강원도 구석구석을 찾아가기로 한 것이죠.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한 명의 아이라도 음악에 호기심을 갖게 된다면 그것으로 가치는 충분합니다.

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위해 음악제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요?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 클래식 음악계가 많이 성장했어요. 우리의 훌륭한 연주자들을 청중과 연결하는 게 음악제의 역할이죠. 긴 시간이 흘러도 “그때 음악제에서 느꼈던 감동을 잊을 수 없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공연을 준비해야 하고요. 연주자는 진심으로 연주할 수 있고, 청중은 새로운 연주자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해요.

 

음악제에 숨겨둔 수수께끼

프로그램 기획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요?

잘 알려진 작품과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때로는 새벽 3시에 자다가 일어나, ‘이 곡과 저 곡을 함께 연주하면 좋겠다!’라고 메모하기도 했어요. 재미는 물론, 예술가들이 연주하고 싶은 작품이자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작품들입니다. 이런 프로그램이 거듭된다면, 우리 음악제가 훨씬 더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확고한 정체성을 갖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코피예프(1891~1953)·미슬리베체트(1737~1781)·티에르 에스카이흐(1965~) 등 베토벤과의 연관성을 찾기 쉽지 않은 작곡가들도 있습니다. 이들이 프로그램에 포함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수께끼가 있어야 재미있으니까요! 작품을 깊게 들여다봐야 곡들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어요. 베토벤과 프로코피예프는 셰익스피어를 굉장히 좋아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미슬리베체트는 베토벤이 좋아했던 작곡가로, 그의 작품이 베토벤에게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에스카이흐는 리듬적인 재미를 주는 현대 작곡가고요. 모든 관객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도록 음악제에서는 간단히 해설을 곁들일 예정입니다.

이번 음악제에서 꼭 봐야 하는 공연을 추천한다면요?

‘베토벤의 ‘피델리오’(7.30)는 자주 공연되는 작품이 아닌 만큼 추천합니다. 이번에는 ‘평창 드림팀’(7.25·8.1)을 만들었어요. 뛰어난 젊은 연주자들이니 꼭 들으셨으면 좋겠고요. 첼리스트 미클로시 페레니와 바이올리니스트 기욤 쉬트르는 대가 중의 대가입니다. 또 신예 연주자들의 무대를 통해 다음 세대의 주목할 연주자를 가장 먼저 발견하는 기쁨도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음,아무래도 다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음악제를 즐기기 위해 미리 준비할 것이 있을까요?

프로그램을 음반으로 미리 예습할 예정이라면, 하나의 연주를 반복해서 듣기보다 여러 연주자의 연주를 다양하게 들어보세요. 한 작품을 다각적으로 살피면서요. 평소와는 다른 환경에서 평소에 즐겨듣지 않는 연주를 감상하면 완전히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새로운 경험을 하기에 평창은 아주 매력적인 곳이고요! 음악제를 준비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었느냐고 묻자, “지금은 머릿속에 음악제 생각이 가득해, 기억에 남는 일을 한 가지만 고를 수 없다”라는 재치 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영혼이 가고 싶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자신의 음악적 신념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고보니, 대화 내내 그의 영혼은 평창을 향해 있었던 것 같다.

김강민 기자 사진 평창대관령음악제

 

양성원(1967~) 파리 음악원과 인디애나 대학을 졸업, 야노스 슈타커를 사사했다. EMI 클래식스 아티스트(2000~2008), 데카/유니버설 아티스트로서 총 22장의 음반을 발매했다. 현재 연세대와 영국 로열 아카데미 오브 뮤직(RAM)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프랑스의 본 베토벤 페스티벌, 페스티벌 오원,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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