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새로운 문화 지도를 그리다, 구리문화재단 대표이사 진화자, 공주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김지광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2월 3일 9:00 오전

REGIONAL CULTURE AND ARTS 1

 

지역에 새로운 문화 지도를 그리다

구리문화재단 대표이사 진화자

 

어린이에서 어르신까지, 모두를 위한 예술을 위하여

 

경기도 구리시 지역신문사에서 문화부 기자로 10여 년을 활동한 뒤, 12년간 구리시 의원으로 활동하며 구리시 문화와 교육 발전에도 힘을 보탰던 진화자는 2023년부터 구리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진화자는 시의원 시절, 구리아트홀 설립부터 개관까지 세심히 관여하며 구리시 문화 환경의 초석을 다졌다. 문화예술과 관련된 예산이 삭감될 위기에 처하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예산을 지켜내 ‘문화 시의원’이라는 별명도 얻었다고. 이러한 발자취를 돌아보면, 그가 문화재단을 이끌게 된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구리시와 함께한 지 어느덧 25년. 진화자는 구리시를 “작지만 강한 도시”라고 표현하며, “시민들의 높은 의식과 문화예술을 향한 관심 덕분에 대표이사로서 보람이 크다”라고 전했다. 구리 문화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그의 시선으로 들여다보았다.

 

시의원으로 오랜 기간 재임했습니다. 문화재단 대표이사의 역할은 이전과 어떤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나요?

시의원으로서는 감사 역할을 수행하며, 시장의 정책이나 예산 집행이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주고 있는지, 또는 불필요하게 낭비되지 않는지를 꼼꼼히 살폈습니다. 반면, 문화재단에서는 시민들이 원하는 행사를 발굴하고, 이를 반영해 직접 기획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등 더 적극적이고 실행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취임 후, 다른 지역 재단과는 어떤 차별화를 이루고자 했는지요?

구리시는 아동 친화 도시를 표방하며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교육사업과 문화예술 활동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어린이를 위한 축제인 ‘어린이 공연 펀스티벌’을 처음으로 개최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구리아트홀 안에서 열린 공연뿐 아니라 광장에서 진행된 마술쇼·버스킹·마켓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했거든요. 이 외에도 어린이들이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사업들을 발굴 중입니다. 기존에 아동문학평론사 주최로 열렸던 방정환문학상도 지난해부터 구리문화재단과 업무협약을 맺어 공동 주최를 시작했어요. 시상식에서 그치지 않고, 방정환의 시를 활용한 동요를 제작하거나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사업의 확장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 문화재단들이 기관 명칭을 ‘문화관광재단’으로 바꾸며 기능을 확장하고 있는데, 구리문화재단은 이러한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구리시 인창동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동구릉이 있어요. 태조 이성계를 비롯해 7명의 왕과 10명의 왕비가 모여 있는 조선 최대의 왕릉군으로, 역사적 교육 장소이자 문화관광자원으로 큰 가능성을 지닌 곳입니다. 또, 토평동은 오랜 기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었는데, 최근 그 제한이 해제되면서 약 12만 평의 부지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내 구리시의 예술지도가 크게 바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산이 삭감되며 문화예술 분야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재단에 생긴 변화는 무엇인가요?

예산이 삭감되었다고 해서 시민에게 문화기회를 제공하는 일을 멈출 수는 없으니, 시민과 재단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업들을 확인하고 국비와 도비를 활용한 콘텐츠 창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올해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한 공연예술 지역 유통 지원사업에 네 작품이 선정됐습니다. 한 작품이 선정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열 작품을 준비해 클래식 음악·오페라·무용극·창극이라는 다양한 장르의 네 작품을 지원받는 성과를 거뒀죠. 기부금 후원 제도로 ‘만만세 운동’도 운영 중입니다. 만 원의 기부자를 만 명 모으자는 의미로, 부담 없는 참여를 통해 시민들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이끌고자 기획된 후원 방식입니다. 이렇게 기부에 참여한 시민들은 재단 행사에 관심이 높아지고, 궁극적으로 우리 공연의 잠재고객이 될 수 있으니까요.

 

문화가 삶이 되는 도시를 꿈꾸다

‘기획공연-Fall in Love with 바싸르오케스트라’(2024.11.23)

올해 재단이 준비 중인 핵심적인 사업을 소개해 주세요.

구리문화재단은 어린이·가족 공연 전문 제작사인 ‘문화공작소 상상마루’와 협약을 맺고 ‘키즈컬 아시아로’ 사업을 통해 어린이 뮤지컬을 창작해 왔는데, 올해는 베트남 청소년 극장에서 한국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을 공연할 예정입니다. 이후에는 베트남팀이 구리를 찾아 공연할 계획이고요. ‘구구구페스타’도 핵심적인 사업입니다. 구구구는 ‘구리 구석 구경’의 약자로, 시민들이 생활 권역에서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각 동마다 무대를 설치해 공연을 펼치는 축제입니다. ‘어린이공연 펀스티벌’과 ‘키즈컬 아시아로’가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축제라면, ‘구구구페스타’는 어르신을 비롯해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축제죠.

‘어린이공연 펀스티벌-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24.5.4)

다양한 세대를 위한 공연을 준비 중인 것 같은데, 세대 간 공감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복지를 문화 차원으로 실현하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월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악극 ‘가시나무 새’를 준비했습니다. 원로 배우들이 오르는 작품으로, 옛 추억을 떠올리고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작품이에요. 작년에는 트로트 가수 김연자·박서진 등을 섭외해 찾아가는 대중음악 콘서트를 기획했는데, 구리시장의 “시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뜻에 따라 무료로 진행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이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저 역시 행복했고요.

지역 예술인들과의 상생도 중요한데, 이를 위한 방안도 마련되어 있나요?

예술인 지원 사업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의 젊은 예술인들에게 마중물이 되어주기 위함이에요. 바싸르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8월 구리의 지역대표예술단체로 선정되었고, 구리아트홀에서 기획 공연을 함께 개최했습니다. 20~30년간 구리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예술인들이 많습니다. 재단은 지역 예술인들과의 상생을 도모하며, 대관을 보다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에요. 올해는 더 많은 예술인이 자신의 꿈과 창작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특색 있는 지원 사업을 기획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 예술 생태계가 더욱 풍요로워지기를 기대합니다.

구리문화재단을 이끌며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합니다.

언젠가 워크숍에서 들었던 “좋은 동네에서는 문화가 삶이 되고 삶이 문화가 된다”라는 말이 늘 마음에 남습니다. 구리를 그런 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김강민 기자 사진 구리문화재단

 

진화자(1961~) 문화부 기자 역임 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구리지부 이사, 구리시의회의 부의장 및 의원 등을 역임했으며, 2023년 5월부터 구리문화재단을 이끌고 있다.

 

PERFORMANCE INFORMATION

악극 ‘가시나무 새’

2월 8일 오후 2·6시 구리아트홀 코스모스 대극장

전원주(전여사 역), 황범식(황선주 역), 한인수(최달봉 역) 외

 


 

REGIONAL CULTURE AND ARTS 2

 

사람, 역사, 자연, 치유를 엮는 시간

공주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김지광

 

한적한 도시에 불고 있는 한적한 문화적 변화. 그래서 더욱 눈길이 간다

 

“잠시 붓을 놓고, 문화와 정책의 붓을 들어 공주시 문화와 관광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습니다.”

김지광 대표이사는 충남 공주 토박이다. 군복무 외 공주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마쳤다. 대학 시절에도 공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한때는 지역의 미술 작가라는 딱지를 떼고자 서울과 인근으로 맴돌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은 쉽사리 공주를 떠나지 못했다.

공주의 명물 칼국수를 한 그릇씩 나누고 듣는 얘기는 흥미로웠다. 소설가 강석경이 경주의 나지막한 지세와 느린 시간에 매료되어 ‘능으로 가는 길’이라는 에세이집을 냈던 것처럼, 공주도 백제로부터 물려받은 고즈넉한 시간과 적당한 도회적 분위기, 이를 벗어나면 펼쳐지는 자연의 분위기가 섞인 곳이었다. 공주문화관광재단은 올해로 출범 5주년을 맞았다.

작지만, 강한 도시

“인구 10만의 공주시는 작지만 강하다”라는 김 대표이사의 말처럼 공주문예회관을 비롯해 공주시충남연정국악단과 공주시충남교향악단이 있다. 올해는 벨기에 국립오케스트라, 스위스 취리히 유스 콰이어, 백건우 등이 무대에 오른다. “최근에는 공주시민들의 높아진 뮤지컬 수요를 반영해 ‘홍련’과 ‘라흐헤스트’를 올릴 예정입니다.”

도심 사이로 흐르는 제민천을 기점으로 돌아보면 대도시 문화 인프라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살펴보면 지역만의 뾰족한 문화적 특징이 그들만의 문화 무기로 존재한다. 이러한 요소를 관광과 연결하고자 2020년 출범한 공주문화재단은 2004년 공주문화‘관광’재단(이하 공주재단)으로 재출범했다. 공주만 아니라 관광 기능을 더한 문화재단들이 재출범을 선언하는 가운데 찬반의 논의는 있지만, 원래 문화와 관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좋은 문화를 누리고 싶은 욕망과 좋은 곳을 방문하려는 욕심은 동일선상에 있다.

“지역 생태계의 기본적인 자원 중 하나인 문화를 관광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문화관광재단의 목적 중 하나입니다. 지역 문화란 독특한 경우가 많기에 관광산업과 잘 연결하며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죠. 공주도 사람, 장소, 환경 등 특징이 강한 문화들이 있는데요. 문제는 ‘관광 콘텐츠로서의 구심점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입니다.” 올해도 여러 사업들을 준비 중이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하숙문화를 관광과 연결한 프로젝트다.

당신의 추억을 두드리는 문화도시

소리극 ‘정수정전’(2024년 11월 8일 공주문예회관)

근현대사에도, 김 대표이사의 기억에도 공주는 교육 도시로 기억되고 기록되어 있다. 바야흐로 1960~70년대에 충남에서 똘똘한 학생들은 명문이 위치한 공주로 ‘유학’ 왔다. “학창시절 720명 12학급 중 200명 정도만 공주 원주민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느 지역에나 존재하겠지만, 공주의 1960~70년대 하숙문화는 독특했습니다. 농경사회에서 (교육)공무원은 사회적으로 대우받았고, 이를 배출하던 국립사범대학과 교육대학교, 사범대 부속고교가 지금도 있습니다. 특히 명문 중·고등학교가 몰려 있는 원도심의 가정집들은 유학생들을 위해 하숙업을 겸했고요. 방학이면 이들이 빠져나가 한산할 정도였습니다.”

그때의 추억과 향수로 공주시는 공주하숙마을을 만들었다. ‘추억의 하숙촌’을 표방하는 곳, 1960~70년대 모습을 간직한 ‘생활의 박물관’, 그리고 오늘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게스트하우스를 겸하는 동네다.

“추억과 향수로 연결되는 ‘하숙 관광’이라 해야 할까요. 저 역시 하숙집의 아들이었는데요. 초등학생 때 외지에서 온 형·누나들 10~12명이 한 상에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뚜렷합니다. 성장 환경이 다른 이들이 한 집에 모였으니 에피소드가 어찌 없을 수 있을까요. 이제 그들은 사회 일선에서 은퇴했지만, 여기서의 기억과 추억을 갖고 이곳을 방문하는 잠재적인 관광객들이 되었습니다. 하숙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겐 옹기종기 모여 살며 나눈 ‘정(情)’ 문화도 보여주고 싶고요.”

공주재단은 작년 말부터 연구 용역을 시작했다. 하숙 문화를 소재로 한 두 편의 창작뮤지컬도 선보였고, 지금은 3탄을 준비 중이다. 더불어 반려 동물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공주시는 자유, 여유, 자연이 어우러진 슬로 시티입니다. 관광객과 도시를 연결할 수 있는 매개체가 반려동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공주의 자연이 다시 보였고, 반려동물 장례식장과 즐비한 반려동물 카페가 눈에 들어와 이 요소들을 연결해 관광 콘텐츠를 만들었지요. 공주재단의 목적성은 이런 요소들을 ‘점’으로 삼아 ‘선’을 그어 동선을 만들고, 이를 펼쳐 면을 만들어 면(장)을 만드는 것에 있지 않을까요.”

사람과 예술. 연결과 선잇기가 생명

문화 사업의 ‘실행’만큼 중요한 것은 ‘홍보’와 ‘소통’이다. 그래서 김 대표이사는 길거리 플래카드도 공주재단의 중요한 무기로 활용한다. “고령화 인구가 많은 도시다 보니 모든 정보와 홍보를 온라인으로만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길가의 현수막이 요긴하게 쓰이는 곳이죠. 눈에 잘 띄는 곳을 선점하고 재단의 콘텐츠를 알려 유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청년 세대도 놓칠 수 없다. “재단 사업의 중요한 고객이자, 공주시 문화예술계의 미래이기도 하다”는 말처럼 청년 세대층의 문화적 욕구와 청년 예술가들의 문화적 욕망을 탐색하고 연결 중이다.

“국립공주대 동아리연합회, 공주시청년센터, 공주재단이 모인 포럼 제목이 ‘취직대학-‘취’미도 ‘직’업이 될 수 있는가?’였습니다. 대학 재학 중 동아리를 통해 만난 예술 취미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들과, 대학 졸업 후 공주에 정착하려는 청년 예술가들의 네트워크였습니다. 대학생은 예술이 생계가 될 수 있는가를 묻고, 청년 예술가들은 후배와 동료들을 만나 고민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김 대표이사가 걷는 길, 연결하는 기관, 잠시 머무는 관광지마다 모든 추억이 머물러 있다. 하지만 그는 ‘공주’를 문화적으로 지키는 ‘왕자’이지만, 관광객들에게는 여전히 “하루 만에 둘러보고 지나가는 관광지 중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야간광관 특화도시 사업(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을 통해 심야는 물론 1박 2일의 즐거움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더불어 ‘종교문화유산의 길’을 통한 치유관광도 신경 쓰고 있다. “원도심에는 천주교 황새바위성지, 유관순이 다녔다는 100여 년 전통의 공주제일교회, 불교의 마곡사와 계룡산 갑사가 있는 곳이 공주입니다. 일종의 종교관광으로 국비 지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공주는 시간(밤), 마음(종교), 자연(반려동물), 하숙(추억)이 어우러진 곳으로 탈바꿈 중이다.

김 대표이사의 부친은 학교 교사였다. 초등학교 시절, 교실 환경미화는 깨끗이 치움과 동시에 아름답게(美) 꾸미는 것이었다. 부친 옆에서 교실 미화를 돕던 소년은 고교시절 가입한 미술부에서 하얀 캔버스를 아름다운 것들로 채웠다. 지금은 문화와 정책의 붓으로 공주시를 채색 중이다.

“예술가들의 소재와 표현은 각기 다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나중에 보면 다 한곳으로 모이는 것 같아요. 대표이사로서 붓을 잠시 놓았지만, 지금은 문화인과 예술가들의 생각을 모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함박눈이 세상을 하얗게 채색한 1월의 오후였다. 공주재단의 소식을 담은 플래카드의 알록달록한 글씨가 보였다.

송현민(편집장) 사진 공주문화관광재단

 

김지광(1966~) 충남대(학사), 공주대(석사), 원광대(박사 수료)에서 수학했다. 공주미술협회 사무장과 지부장을 역임했고, TJB 대전방송 ‘화첩기행’을 진행했다. 현재 공주문화관광재단 제4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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