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김영희 & 김재원, 현을 타고 흐르는 음악의 유산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6년 2월 2일 9:00 오전

NEXT GENERATION

 

바이올리니스트 김영희 & 김재원

현을 타고 흐르는 음악의 유산

 

부산신포니에타 창단 40주년, 새로운 세대로 앙상블의 시간이 이어진다

 

 

모녀의 손이 하나의 바이올린 위에 포개진다. 일평생 부산 클래식 음악계를 일궈온 어머니 김영희의 손에서, 딸 김재원에게로 소중한 음악적 유산이 전해지는 순간이다.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은 현악 앙상블 ‘부산신포니에타’는 그렇게 가족이라는 끈끈하고 특별한 연결고리 속에서 또 한 번의 음악적 도약을 꿈꾸고 있다.

 

부산에 지은 ‘앙상블’이라는 집

부산신포니에타는 김영희가 부산대 음대 교수로 재직하던 1986년에 창단한 현악 앙상블이다. 부산의 실내악 환경이 열악하던 시절, 단체의 연습부터 행정까지 모든 것을 손수 감당하던 김영희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린 날의 김재원은 그 어머니의 곁에서 자랐다. 포스터를 같이 붙이고, 악보 정리를 돕던 소녀는 커가며 어머니와 같은 악기를 손에 쥐었다. 이후 일찍이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부악장·프랑스 툴루즈 카피톨 오케스트라의 종신 악장 역임까지, ‘앙상블 집’ 딸로 보고자란 역량을 드러내기도 했다.

딸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차렸을 때는 언제인가요?

김영희 어릴 때부터 악보를 읽고 외우는 속도가 빠르더라고요. 절대음감이라는 것도 금방 알았고요. 네 살 무렵 처음 악기를 쥐여 주었는데, 활 잡는 자세를 스스로 바로잡으려 애쓰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부산신포니에타의 역사가 재원 씨의 나이보다 더 길죠. 어린 시절, 단체에 대해 기억나는 것이 있나요?

김재원 부산신포니에타 공연장에 늘 흐르던 따뜻한 분위기가 늘 기억나요. 무대와 객석이 하나로 연결된 듯한 에너지가 늘 존재했죠. 무엇보다 어머니와 함께 연주하는 순간들이 참 행복했어요. 어머니는 제게 앞으로도 오래 함께 무대에 서고 싶은 최고의 음악 동료입니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가장 큰 음악적 가르침은 무엇인가요?

김재원 어머니는 ‘연습해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으셨어요. 늘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셨죠. 아무리 바쁜 날에도 2~3시간씩 집중해서 연습하시던 모습은 지금도 제 삶의 기준이 됩니다.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방향은 분명히 제시하는 태도, 그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해외에서 악장으로 활동할 때도 본보기였고, 지금 단체를 이끄는 데에도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최근 재원 씨 거취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툴루즈 카피톨 오케스트라 악장을 내려놓고 현재 이화여대 교수로 자리를 잡게 되었죠.

김재원 유럽에서 지내는 동안 툴루즈 카피톨,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드 파리, 오슬로 필하모닉까지… 음악에 온전히 시간을 쏟았습니다. 배움의 연속이었고, 타지에서의 외로움 또한 음악으로 채웠죠. 귀국을 결심한 큰 이유는 가족이에요. 종신 악장 임명 후에 고민도 많았지만, 가족과의 시간은 제게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어릴 때부터 리더이자 교육자이신 어머니 모습을 보며 저도 자연스럽게 교육자로서의 꿈을 마음 한 곳에 가지고 있었던 것도 같고요. 요즘엔 학교에 부임해 맡게 된 학생들과 함께하며, 교육자의 삶을 차분히 시작하고 있습니다.

 

40년의 무게 중심을 이제 딸에게로!

오랜 기간 이끌어온 단체를 딸에게 넘겨주게 된 소회는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김영희 40년간 음악감독으로서 열정을 쏟아온 만큼, 이젠 부산신포니에타를 보다 세계적인 무대로 확장하고 싶은 시점이었습니다. 마침, 김재원이 스위스와 프랑스에서의 귀한 경험을 가지고 귀국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악장이라는 자리와 리더십을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기획력을 바탕으로, 우리 단체의 다음 시대를 이끌어 가주길 기대하고 있어요.

김재원 저는 이것이 개인의 선택을 넘어서, 부산이라는 도시 안에 축적된 음악적 시간을 다음 세대가 건네받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가 훌륭히 이끌어오신 단체와 함께 좋은 공연들을 기획하며, 관객에게 더욱 친숙한 단체로 또 다른 40년의 세월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처음 단체를 창단했을 때는 현악 앙상블에 대한 인지도가 지금보다 훨씬 낮았을 때입니다. 당시 창단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김영희 뮌헨과 빈에서 9년간 유학하며 앙상블 단체에서 활동한 경험이 큰 계기였습니다. 귀국 후 부산대에서 재직하며 제자들과 함께 그 경험을 부산에서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었죠. 그렇게 단체를 창단하고, 부산에서도 수준 높은 실내악 연주를 꾸준히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민간단체를 40년간 운영하는 데에는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요.

김영희 특별한 후원 없이 단체를 운영하는 시간이 길었고, 현실적 어려움도 있었죠. 다만 최근에는 문화재단을 중심으로 공연 기획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며, 국내외 저명한 연주자들과 함께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습니다. 이 공연들이 관객들의 호응으로 이루어지며 티켓 판매 수익으로 다음 해의 공연을 가능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부산에서, 세계를 향하다

부산신포니에타만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영희 21명의 단원 모두가 솔리스트로서의 기량을 지니는 동시에, 지휘자 없이 하나의 호흡과 균형을 추구하는 앙상블입니다. 아주 작은 소리의 섬세함부터 내면의 열정을 담은 거대한 음량의 소리까지, 그 음색의 깊이와 밀도가 부산신포니에타만의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부산 클래식 음악계에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부산콘서트홀·낙동아트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었고, 오페라하우스도 공사 중에 있죠. 부산신포니에타처럼 부산을 기반으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단체가 이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김재원 도시의 음악적 환경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특히, 좋은 공연장은 좋은 연주자와 페스티벌을 불러옵니다. 부산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을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점에서 큰 기대와 설렘을 가지게 됩니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현악 앙상블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그간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의 경험은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나요? 또한 앞으로 이뤄가고 싶은 변화는 무엇인가요?

김재원 리더와 단원의 소통, 명확한 방향 제시, 효율적인 리허설과 깊이 있는 음악적 연구까지 저의 모든 경험이 현재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기존의 관객층에 더해 새로운 관객과의 접점도 넓혀나가야겠죠. 다양한 기획과 홍보를 통해 더 많은 분이 저희의 음악을 접할 수 있길 바랍니다.

창단 40주년 기념 연주회에서 호르니스트 라덱 바보락과 함께하는 것도 이런 확장의 일환이라고요?

김재원 한국과 체코 수교 36주년을 기념하며 체코 출신의 라덱 바보락과 함께 무대에 오릅니다. 라덱 바보락은 서울국제음악제에서 함께 실내악 연주를 하며 인연을 맺었고, 음악적 공감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연주자입니다.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악기인 호른과 현악 앙상블이 만나 깊은 감동을 만들어낼 것이라 기대합니다. 김영희 음악감독 및 초기 단원들, 부산 출신의 연주자, 그리고 제자들이 함께해 더욱 의미가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연주를 통해 부산신포니에타의 앞으로의 방향을 음악적으로 분명하게 전하고 싶고, 또 관객들에게도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되길 바랍니다.

허서현 기자 사진 부산신포니에타

 

김영희(1947~)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 뮌헨 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레겐스부르크 솔리스트 앙상블 단원으로 활동했다. 부산대 교수·부산시향 운영위원을 역임했고 부산신포니에타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김재원(1994~)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 파리 국립고등음악원 석사과정·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부악장·프랑스 툴루즈 카피톨 오케스트라 종신 악장을 역임했고, 2025년 이화여대 음대 조교수로 임용됐다.

 

 

PERFORMANCE INFORMATION

부산신포니에타 창단 40주년 기념 연주회

2월 3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하순봉 ‘현을 위한 테리빌리타’(한국 초연), 도니체티 호른 협주곡 F장조(협연 라덱 바보락), 드보르자크 바이올린과 현을 위한 로망스 Op.11(협연 김재원) 외

 

대구콘서트하우스(DCH) 앙상블 페스티벌(개막 공연)

2월 4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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