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ING STAR
피아니스트 이혁·이효
서로를 비추는 두 대의 피아노
쇼팽 콩쿠르를 뜨겁게 달군 형제 피아니스트가 선보일 ‘듀오’의 새로운 가능성

지난해, 전 세계 피아니스트들의 꿈의 무대라 불리는 제19회 쇼팽 콩쿠르에서 이혁·이효 형제가 나란히 본선 3라운드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결선 진출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각 라운드의 독주를 통해 각자의 개성과 해석으로 완성한 무대는 형제의 이름을 또렷하게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차분한 눈빛을 지닌 형 이혁(2000~)은 이미 2021년 쇼팽 콩쿠르 결선에 진출한 경력을 작년 경연장에서도 어김없이 발휘했다. 그가 절제된 움직임 속에서 단단한 선율을 빚어낸다면, 동생 이효(2007~)는 특유의 훤칠한 외모와 풍부한 감정 표현으로 곡의 화려한 면모를 단숨에 살려낸다. 검은 수트 대신 갈색 재킷이나 조끼를 택하는 이효의 과감한 스타일링과 무대를 즐기는 여유는, 학구적이고 진중한 분위기의 이혁과 묘한 대조를 이루며 콩쿠르 기간 내내 클래식 음악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오는 5월, 이들은 ‘형제’의 이름으로 서울에서 요엘 레비/KBS교향악단과의 협연(5.28)을 앞두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이혁과 안토니 비트/우치 필하모닉의 협연(6.12)이 예정돼 있으며,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12월에는 파리 루이비통 재단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리스트 피아노 편곡 버전)으로 듀오 리사이틀(12.10)을 선보일 예정이다. 바르샤바에서의 치열했던 기억을 뒤로하고, 연초부터 국내외 공연장을 바삐 오가며 쉼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형제에게 메일을 보냈다. 정성스레 돌아온 답변에는 지난 콩쿠르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연주에 대한 계획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같은 무대, 다른 시선
형제가 쇼팽 콩쿠르 무대에 나란히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같은 무대에 섰던 만큼 그 소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이혁 쇼팽 콩쿠르에서의 경험은 저희에게 정말 특별한 시간이었어요. 형제가 한 무대에 나란히 서게 되어 무척 뜻깊었습니다. 서로의 연주를 지켜보며 각자의 음악적 깊이와 표현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저희가 가진 음악적 강점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 경험이 저희의 음악을 한층 성숙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콩쿠르는 연주자의 해석과 태도를 동시에 드러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두 분에게 이번 대회는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요?
이효 저는 콩쿠르를 경쟁이라기보다 음악가로서 성장해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준비하는 시간 자체가 제게는 큰 의미가 있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거든요. 그래서 무대 위에서는 경쟁을 의식하기보다 제가 준비한 음악을 청중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지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이혁 사실 콩쿠르에서 정말 중요한 건 연주 그 자체보다 준비 과정인 것 같아요. 다양한 레퍼토리를 깊이 있게 공부하고, 한 곡 한 곡에 열정을 담아 저만의 색깔을 표현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점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콩쿠르 결과 자체보다, 준비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들이 저를 더 크게 성장시키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혁 사실 콩쿠르에서 정말 중요한 건 연주 그 자체보다 준비 과정인 것 같아요. 다양한 레퍼토리를 깊이 있게 공부하고, 한 곡 한 곡에 열정을 담아 저만의 색깔을 표현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점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콩쿠르 결과 자체보다, 준비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들이 저를 더 크게 성장시키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제19회 쇼팽 콩쿠르에서 이혁·이효 형제 ©NIFC
두 분이 체감한 쇼팽 콩쿠르 무대는 어떠했나요?
이혁 2021년 쇼팽 콩쿠르 참가 이후 4년 만에 다시 쇼팽의 음악을 대하며, 음악가로서 제 철학이나 해석이 그간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드리고 싶어 참가를 결정했습니다. 더 깊이 있는 쇼팽 연주를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고민의 과정을 무대에서 직접 보여드릴 수 있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어요. 비록 이번에 결선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그 여정 자체가 저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이효 저는 제 음악을 공유할 수 있는 무대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낍니다. 그래서 바르샤바의 청중뿐 아니라 유튜브 생중계로 지켜봐 주시는 많은 분들께 제가 준비한 쇼팽의 음악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기뻤어요. 덕분에 긴장하기보다는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느꼈고, 무대가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함께 확장되는 음악의 스펙트럼
콩쿠르 이후 형제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함께 만드는 음악’으로 향했다. 5월, 요엘 레비/KBS교향악단과 협연할 풀랑크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에서 이들은 유머와 우아함이 공존하는 특유의 분위기를 중요한 해석 포인트로 꼽았다. 파리 루이비통 재단 콘서트홀 등 해외 무대에서 선보일 프로그램에서는 두 대의 피아노가 지닌 가능성을 전면에 드러낸다.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교향적 무곡’,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리스트 피아노 편곡 버전) 등의 듀오 작품부터, 모차르트·풀랑크·마르티누의 협주곡까지. 시대와 양식을 넘나드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준비 중이다.
풀랑크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준비하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혁 이 곡이 지닌 유머와 우아함의 조화를 세밀하게 살려보려 합니다. 특히 두 대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마치 대화를 주고받듯 상호작용하는 구조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어요. 두 피아노는 때로 서로를 에코하듯 반응하고, 때로는 경쟁하듯 긴장감을 형성하다가도 다시 하나의 흐름으로 유연하게 합쳐지죠. 이런 관계 속에서 풀랑크 특유의 재치가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또 분위기 전환이 무척 중요한 곡인 만큼, 유머러스한 흐름 속에서 갑자기 서정적이거나 어두운 정서로 넘어가는 그 순간들을 잘 살려서 생동감 있는 무대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의 음악적 기반과 자라온 환경이 현재의 연주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이혁 세 살 무렵, 길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던 저를 눈여겨보신 부모님의 권유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두 악기를 병행하며 공부한 덕분에 음악을 어느 한 틀에 가두지 않고 조금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는 감각을 키울 수 있었죠. 이후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공부하며 다진 음악적 기반들이 지금의 저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자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효 프랑스에서의 생활은 제 음악을 형성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어요. 낯선 문화와 새로운 음악적 언어를 끊임없이 접하다 보니, 기존에 익숙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음악을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이런 변화들이 제 해석이나 표현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습니다.

©Bartek Barczyk 2025
‘형제 듀오’라는 명목으로 함께 개척하고 싶은 레퍼토리가 있나요?
이혁 다양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폭넓게 탐구하고 싶습니다. 피아노 듀오를 위한 레퍼토리는 생각보다 훨씬 방대하거든요. 고전부터 20세기, 그리고 현대 작품에 이르기까지 이 편성이 만들어낼 수 있는 다채로운 가능성을 계속 탐구해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저희 둘 다 러시아에서 오랜 시간 공부해온 만큼, 라흐마니노프나 프로코피예프 같은 러시아 작곡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듀오 레퍼토리로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앞으로 두 분이 각자 탐구해 나가고 싶은 음악적 방향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이혁 올해는 차이콥스키·스크랴빈·카푸스틴의 작품들로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최근에는 스크랴빈의 음악을 특히 관심 있게 탐구하고 있는데, 그의 독특한 화성과 색채감을 더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효 음악은 끝없이 배울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저는 특정 작곡가에 머물기보다 더 넓은 범위를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곡가의 의도를 존중하면서도 저만의 개인적인 해석이 균형을 이루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듀오와 솔로 활동의 비중은 어떻게 가져갈 계획인가요?
이혁 각자의 솔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듀오 무대에서는 또 다른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다방면의 음악가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저희가 공유하는 가장 큰 목표는 어떤 무대에서든 늘 최선을 다하고, 무엇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음악을 연주하는 것입니다. 공연의 규모나 장소에 상관없이 저희가 준비한 이야기를 청중과 나누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추후 음반이나, 듀오로 남기고 싶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이혁 녹음 프로젝트는 소속사(Liu & Kotow)와 함께 논의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첫 듀오 음반을 발매하게 된다면, 저희 형제의 음악적 개성과 에너지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싶어요. 피아노 듀오와 앙상블이 만들어낼 수 있는 다채로운 색채와 스케일, 그리고 저희만의 해석을 가득 담은 의미 있는 음반이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 보겠습니다.
글 홍예원 기자
이혁(2000~)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수학 후, 프랑스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2016년 파데레프스키 콩쿠르 최연소 우승, 2022년 롱티보 콩쿠르에서 공동 1위를 차지했으며, 2025년 쇼팽 콩쿠르에서 본선 3라운드에 진출했다.
이효(2007~) 프랑스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을 졸업하고, 에바 포블로츠카의 지도를 받았다. 2022년 롱티보 콩쿠르에서 2위 없는 3위를 차지했으며, 2025년 쇼팽 콩쿠르에서 형 이혁과 함께 본선 3라운드에 진출했다.
PERFORMANCE INFORMATION
요엘 레비/KBS교향악단(협연 이혁·이효)
5월 2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풀랑크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FP61
안토니 비트/우치 필하모닉(협연 이혁)
6월 12일 폴란드 우치 필하모닉홀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1·3번
이혁·이효 듀오 리사이틀
12월 10일 오후 8시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 재단 콘서트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리스트 피아노 편곡 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