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 퓨처데이즈: 시간의 공간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0년 7월 20일 9:00 오전

전시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

퓨처데이즈: 시간의 공간

새로운 시공간을 찾다

 

통의동 보안여관 - 사이키델릭 네이처

통의동 보안여관 – 사이키델릭 네이처

 

삶은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는 것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이달 새로운 삶으로 당신을 안내할 두 편의 전시가 있다. 자신만의 이상향을 구축한 서울의 대안공간을 조명한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전과 최첨단 기술로 시간의 제약을 극복한 ‘퓨처데이즈: 시간의 공간’전이다.

 

취향의 이상향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전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기획한 첫 국내 전시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 오래됐거나 멋진 구찌 제품은 하나도 볼 수 없다. 몇 해 전 자사의 제품을 전시해 브랜드의 역사를 보여줬던 루이비통과는 다른 행보다. 대신 구찌는, 한국 서울의 독립 및 대안 예술 공간 열 곳을 선정, 대림미술관(서울시 종로구)에 재현해냈다. 관객은 각 장소의 특성들로 채워진 미술관을 거닐게 되는데, 이로써 구찌의 심미관을 관람하며, 또한 체험하게 된다.

사실 공간과 구찌의 조합은 2017년부터 이어지는 것이다. 구찌에 영감을 준 세계 명소를 소개하는 ‘구찌 플레이스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첫 번째 장소로 선정된 곳은 영국의 채스워스 하우스. 1552년 세워진 고저택으로 영화 ‘오만과 편견’(2005)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영국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고, 2017 크루즈 광고 캠페인이 채스워스의 고풍스러운 대저택과 독창적인 초원을 배경으로 촬영했다는 이유에서 선정됐다. 구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람들이 직접 방문해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전은 이러한 연장선에 있다. 전시가 열린 대림미술관은 2019년 국내 최초로 ‘구찌 플레이스’로 선정된 바 있다. 현대미술과 디자인의 발전 및 교류를 추진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는 국제적인 플랫폼이라는 설명이 덧붙었다. 이번 전시에는 ‘다른 공간’이라는 의미를 더했다. 대안 및 독립공간으로 구체화되는 이 개념은, 기존 질서에 편입되지 않으며, 각자가 그리는 이상향을 현실에서 구축해가는 장소를 뜻한다. 서울의 독자적인 대안공간으로 시청각, 통의동 보안여관, D/P, 합정지구, OF, 탈영역 우정국, 공간:일리, 스페이스 원, 취미가, 화이트노이즈가 선정됐다. 공통적으로 2000년대 자발적으로 생겨나, 주류의 상업 논리에서 벗어난 정치적이고 실험적인 예술 작품을 선보여온 곳이다. 그간 주류 문화를 선도해온 명품 브랜드가 그 범위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 깊다.

이번 전시의 총괄 큐레이터 미리암 벤 살라는 “다른 공간은 인간이 다른 인간 및 주변 환경과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하는 곳”이라며, “회피주의가 더는 선택지가 될 수 없는 현시점에서 공동의 대안적 모습을 숙고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라고 기획 배경을 밝혔다. 서로 다른 이상향이 공존하는 전시장에서 나만의 공간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

4월 17일~7월 12일

대림미술관

 

 

올리비아 에르랭어 – 이다, 이다, 이다!(2020)

 

시공간을 초월한 미래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해왔다. 창작집단 프로젝트 은(ONN)이 기획·제작한 ‘퓨처데이즈: 시간의 공간’전은 기술의 확장성을 한층 끌어올린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을 아우르는 확장현실(XR) 기술을 적용한 현대미술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공을 거스르는 순간을 다양한 감각으로 체험하게 하는 작가 신준식의 신작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실감 콘텐츠 기술을 회화 도구로 삼아 작업하고 있다. 확장 현실 콘텐츠를 오브제로 사용한 작품 ‘SOMEDAYS IN FUTURE’(2019)는 기술을 통해 제작한 가상 형상으로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을 구현했다. 신준식은 작품의 의도에 대해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곳이 현실인지 가상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겠는가. 만약 인간이 나노 초(10억분의 1초) 같은 찰나의 시간을 느낄 수 있다면 공간의 개념은 무색해진다. 작품을 통해 시공을 거슬러 과거와 미래, 또는 원하는 곳 어디로든 이동하는 유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람 방식은 ‘퓨처데이즈: 시간의 공간’전이 다른 전시와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관객은 태블릿과 홀로렌즈(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 장치)를 사용해 전시 공간을 걸어 다니며 작품을 감상한다. 이로써 기존의 평면적 작품 관람의 한계를 넘어서는 360도 관람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그동안 작가의 상상 속에만 머물렀던 예술세계를 관객의 눈앞에 직접 펼쳐 보인다는 의미가 있다. 작곡가이자 이번 전시를 총괄한 예술감독 김인현은 “관객 스스로 작품의 일부가 되어,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작가가 창작한 시공의 해방과 다감각적 체험을 누리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 외에 다양한 체험 행사 또한 마련되어 있다. 개막 기간 중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퓨처데이즈’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일부 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 XR 기술을 적용한 음악극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는 7월 26일까지 매주말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플랫폼 라이브에서 공연된다. 전시 연계행사인 ‘뮤지엄 애프터 다크’는 7월 3·10·17일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펼쳐지며, 김인현의 창작 오라토리오 ‘Being Alive’와 안무가 박진아·허지은의 공연을 선보인다. 기술 발전으로 도달할 미래가 궁금하다면 발걸음을 옮겨보자.

 

음악극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

 

신준식 – 루이 15세를 만나다(2020)

 

퓨처데이즈: 시간의 공간

5월 22일~7월 19일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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