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아트’ 전

미래와 조우한 증기시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4월 1일 12:00 오전

19세기 산업혁명 시대부터 예측할 수 없는 미래까지,
스팀펑크는 시대를 초월하며 기계에 예술성을 부여한다

글 장혜선 인턴 기자(hyesun@gaeksuk.com) 사진 한가람디자인미술관


▲ 톰 밸웰 ‘마인제국의 선페스트 의사’

증기기관이 휘발유·디젤 같은 다른 에너지로 대체되지 않고 계속하여 발전했다면 이 세상은 어떠한 모습일지 눈을 감고 상상해보자. 우리는 허연 증기를 뿜는 기관차·여객기·비행기와 마주했을 것이다. ‘스팀펑크 아트’는 그 상상력의 뿌연 연기 속에서 움트기 시작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시대는 산업혁명에 의한 기술 발전을 이룬 혁신의 시대였다. 이 매력적인 시절은 자연스럽게 후대 작가들의 소재가 되었다.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의해 우리 인류의 두 눈이 크게 떠졌던 19세기의 요소들을 담은 과학소설 장르를 스팀펑크(steampunk)라 부른다. 공상 과학 소설가 케빈 웨인 지터가 1987년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스팀펑크는 이내 고유명사가 됐고, 마침내 새로운 장르가 열렸다. 문학으로 시작한 장르는 이제 순수미술·디자인·공예·사진·영화·애니메이션·패션 같은 예술 영역을 자유로이 넘나든다.
친숙하지 않은 이름 때문에 낯설게만 취급하기에 스팀펑크는 이미 우리 삶에 다양한 모습으로 융화되어 있다. 최초의 스톱모션 영상인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 소설가 쥘 베른의 ‘해저 2만 리’,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이 작품 속에 숨겨져 있는 스팀펑크적 요소들로 인해 후대에 끝없이 재해석되는 경우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서도 스팀펑크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증기기관 모양을 한 배가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장면이 그렇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스팀펑크 아트 전’에서는 이 장르에서 흔하게 다뤄지는 소재들을 만날 수 있다. 산업혁명기의 대표적 상징물인 증기기관·톱니바퀴·마스크 등이 그것인데, 마스크 작품의 선구자인 미국 작가 톰 밴웰의 작품도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다. 그의 작품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스팀펑크의 특징을 확실히 반영한다. ‘마인제국의 선페스트 의사’는 유럽에서 흑사병이 돌았을 때 의사들이 썼던 마스크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흑사병의 공포가 유럽을 덮치고 예술이 흔들리던 시절, 그 선명한 공포를 다시 예술로 재현해낸 것은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시대가 서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뜻이다.
전시는 스팀펑크 아트의 다양한 성격 및 장르를 분류하여 4가지 테마로 구성돼 있다. 스팀펑크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히스토리 영역, 세계적인 스팀펑크 아티스트들의 순수미술 1·2영역, 화려하고 장식적인 디자인·크래프트 영역, 스팀펑크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영화·애니메이션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에 더해 일반인·전문가·학생을 위한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준비되어 있다.

3월 8일부터 5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 나카무라 가즈히코 ‘기계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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