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평전 외 예술을 사랑할 이를 위하여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0년 10월 12일 9:00 오전

신간

슈베르트 평전 외

예술을 사랑할 이를 위하여

글 박서정 기자

 
오페라 향연
이명윤·이해웅 저
음악 애호가인 두 저자가 프랑스 오페라를 위해 힘을 모았다. 17세기의 륄리부터 20세기의 풀랑크에 이르는 작곡가 30인의 프랑스 오페라 73편을 소개한다. 단순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대본을 기초로 작곡된 오페라를 기준으로 실었다. 이는 공연으로 접할 수 있는 프랑스 오페라를 망라한 것으로, 총 744쪽에 이른다.
책은 오페라의 스토리와 주요 아리아를 공연 사진과 명화 등 이미지와 함께 자세히 설명한다.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작곡가의 삶과 음악,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더했다. 
작품에 관심이 간다면, 추천된 공연 실황 DVD를 찾아보자. 두 저자의 특이한 이력도 눈길을 끈다. 이명윤은 오랜 시간 대학에서 재무 강의를 맡았고, 이해웅은 물리학을 전공하고, 오클랜드대학과 카이스트·유니스트에서 교편을 잡았다.
아침나라 | 5만원 | 031-955-6333~4

무대 위의 클래식
조성호 저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했던가. 저자는 서울대학교와 텍사스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인하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그 사이에 누리고 즐긴 음악에 관하여 2016년부터 운영한 블로그에 220여 편의 감상 후기를 적어 넣었다. 책은 그가 블로그에 올린 감상 후기 중 80여 편을 선별해 모은 것이다. 국내와 해외 연주자를 불문하고, 독주회·실내악·관현악 공연을 다채롭게 담았다. 클래식 음악을 향한 애정을 바탕으로 썼기에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2017년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피아노 독주회와 사이먼 래틀/베를린 필하모닉, 2018년 정경화·조성진 듀오 리사이틀 등의 지나간 공연을 회고하고 있으며, 부록으로 초심자를 위한 ‘클래식 공연 감상 가이드’도 수록하여 또 다른 클래식 음악 마니아에게 용기와 동료애를 갖게 한다.
예솔 | 2만원 | 02-3142-1663







미술과 무용, 그리고 몸철학
이광래 저
무용은 춤추는 신체의 시적·음악적·회화적 나타냄이면서. 또한 춤으로 시대를 사유하는 ‘몸철학’이다. 니체의 사상은 세기의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1877~1927)에게 영혼의 충격을 주었다. 바로 “정신의 삶보다 몸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경구로, 이는 몸이 정신보다 열등하다는 근대의 위계질서를 뒤엎는 것이었다. 내적 표현을 추구한 그는 몸이 사유·느낌·욕구의 역동적 복합성을 지닌 총체적 상태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 몸은 장르 구분 없이 여러 예술가에게 빼놓을 수 없는 사유의 통로가 되었다.
책은 미술과 무용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의 가로지름을 다룬다. 저자는 고려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예술철학을 연구했다. 특히 예술과 철학 영역에서 일어나는 인적/물적, 지적/정서적, 마음/몸의 가로지름을 ‘인터페이스(interface)’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이를 통해 미술과 무용이 상대를 어떻게 욕망하고 유혹해왔는지를 분석한다.
민음사 | 3만3천원 | 02-515-2000



브레히트, 연극에 대한 글들
베르톨트 브레히트 저 | 김기선 역
브레히트의 서사극 이론은 현대 연극의 가장 획기적인 혁신이다. 브레히트의 독자적인 연극 이론과 실천은 현재까지도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생각을 종합하고 체계화해 하나의 연극 이론으로 꿰어 저술한 적이 없기에 그 혁신을 이해하기 위해선 브레히트가 여기저기에 기고했던 연극에 관한 글들을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
책은 브레히트가 남긴 글들 가운데 연극에 관한 것, 특히 그의 서사극 이론을 이해하는 데 지침이 되는 내용만을 뽑아서 체계화한 것이다. 브레히트는 연극에 관한 일련의 글을 통해 극적 환상을 배제한 비(非)아리스토텔레스 연극 이론을 확립하고, 이를 서사극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서사극을 위한 새로운 연기법, 무대와 음악을 함께 제시했다. 이렇듯 종래 연극과 새로운 연극의 결합을 시도하면서 연극을 통한 현실 변화를 추구했다. “우리 시대의 연극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브레히트의 답이다.
지만지드라마 | 3만8천8백원 | 02-7474-001






슈베르트 평전
엘리자베스 노먼 맥케이 저 | 이석호 역
1996년 영국에서 출간된 맥케이(1931~2018)의 ‘슈베르트 평전’은 영미권에서 나온 슈베르트에 관한 전기적 연구 가운데 독보적인 저작이다. 많은 기록과 증언을 충실하게 검증했을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쉽게 읽히는 유연한 스토리텔링까지 더해져 그 가치를 더한다. 각종 연구서·논문·평론 등에서도 즐겨 인용되는 책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선보인다.
슈베르트(1797~1828)는 빈 외곽에서 태어나 31년이란 짧은 시간을 지상에서 보냈다. 저자는 그의 삶을 정통적인 연대기 방식으로 보여준다. 슈베르트가 살던 때 통용된 오스트리아 화폐 단위를 설명하는 등 시대적 배경에 관한 언급도 빼놓지 않는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독일어권 자료에만 의지하지 않고, 여러 나라에서 나온 다양한 분석을 반영하여 슈베르트의 삶을 말한다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풍월당 | 4만8천원 | 02-512-1466



#책 속으로 #슈베르트 #음악과삶 #풍월당
#155쪽 #겸손 #친한벗
1817년 1월의 끄트머리, 슈베르트는 마침내 스무 살이 되었다. 성인이 된 작곡가의 모습은 대충 이러했다. 자그마한 키에 몸피는 투실했고, 안경을 낀 외모는 별다른 매력이 없었다. 잘난 체하는 법 없이 겸손했으며, 허세가 난무하는 기성 사회에 섞이기보다는 뜻 맞는 친한 벗들과 어울리는 편을 선호했던 것도 이 젊은이가 가진 한 가지 면모였다. 그는 자신의 감정과 염원에 관해서는 친구들에게도 좀처럼 입을열지 않은 채 음악에 몰두했다.

#199쪽 #가곡
비록 1819년의 가곡들은 완벽한 성공작이 되진 못했지만, 거기에 투자된 노력은 작곡가의 정신과 영혼을 열어주었고 창조성을 확장시켜주었다. 동시에 슈베르트는 가곡 기법과 그 이해에 대한 변화 과정을 통해 성악 작법의 발전 잠재력을 견인하는 존재가 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랄지, 그해 10월에 인간과 신들 사이의 갈등과 지상에서의 인간의 운명에 대해 논한 괴테의 시에 붙인 가곡 ‘프로메테우스’를 쓸 때는 ‘사랑의 비밀을 아는 이는 드물어라’를 썼던 다섯 달 전보다 한결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프로메테우스’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슈베르트는 가곡에 새로운 극적 표현력을 부여함으로써 원시의 강력한 시각적 이미지에 대한 답을 내놓았고, 또한 이제 본인이 지적 수준에서나 기법 면에서 뛰어난 문학적 과업에 응대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659쪽 #궁극적사인 #매독
가족과 친구들이 나서서 슈베르트의 삶을, 특히 그의 성적 취향과 관련된 활동에서 아주 중요한 일부를 은폐하고, 또한 그 과정에서 어쩌면 얼마간의 증거를 파괴한 덕분으로 후세의 전기 저술가들은 그만큼 더 고단해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가족의 바람이 어떠한 것이었건, 또한 그의 의사들이 어떠한 결정을 내렸건 간에,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슈베르트의 궁극적 사인은 장티푸스였다. 그러나 이미 그 전부터 매독 말기 증상으로 인해 신체 기능이 저하된 상태였고, 거기에 잘못된 치료 요법으로 인한 수은 중독과 자기관리 소홀로 인해 그 증상은 더욱 심화되었다고 말이다.

#681쪽 #비밀 #예술에헌신
슈베르트는 살아서도 많은 비밀을 안고 살았고, 죽은 뒤에도 많은 비밀을 남겨 놓았다. 그의 생전에 꽁꽁 숨겨졌던 작품의 비밀은 다행스럽게도 세상에 알려져 지금에 이르고 있으나, 그의 개인적 비밀은 확실한 기록 증거가 나타날 때까지는 계속 비밀인 채로 남을 것이다. 슈베르트가 직접 남긴 기록과 그를 알았던 주변인들의 설명에서 추측해낼 수 있는 바는 차치하고서라도, 또한 이를 통해 인간 슈베르트와 그가 남긴 음악, 그의 급변하는 기분과 강력한 정념에 대한 이해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의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결국 우리는 존라이트너가 말했던 것처럼 슈베르트의 음악이 간직한 정신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1813년에 테오도르 쾨르너가 말했듯, “예술에 헌신한” 삶의 결과인 이러한 정신이 있기에 지금 그의 음악을 듣는 우리의 마음이 움직이고 영혼이 풍요로워지는 것이리라.

※월간객석 10월 호에 기재된 책 '오페라 향연'의 가격을 4만5천원에서 5만원으로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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