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과 예방접종 센터, 예술이 있는 곳에 치유의 희망이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7월 5일 9:00 오전

 GAEKSUK EYE

 

FROM ITALIA

극장과 예방접종 센터

예술이 있는 곳에 치유의 희망이

백신 예방접종 센터로 활용 중인 밀라노 아르마니 극장

 

코로나로 인해 경직 됐던 세계는 백신 예방접종으로 숨통이 트이고 있다. 이탈리아는 전체 인구의 22%가 백신 접종을 마쳤다.(6월 11일 기준) 고령 인구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연령대별 접종을 시행했다. 하지만 6월 초부터 16세 이상이라면 연령대와 상관없이 백신을 예약 및 접종할 수 있게 됐다. 백신 접종을 시작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이탈리아 문화예술계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먼저 문화 공간의 재활용이 눈에 띈다. 백신 예방접종을 독려하고 있는 아르마니 재단은 지난 3월 밀라노에 위치한 아르마니 극장을 백신 예방접종센터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이로 인해 잠들어 있던 공간들이 백신 예방접종 장소로 탈바꿈하기 시작하며 사람들의 발길이 다시 극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협업사례는 공연예술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평가받았다. 극장이 백신 예방접종 센터가 된 것과 반대로 백신 예방접종 센터가 무대로 변신한 사례도 있다.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우디네 시의 한 백신 예방접종 센터 대기실이 시끌벅적했다. 백신을 맞은 후 경과를 기다리는 15분 동안 짧은 공연이 진행된 것이다. 공연 15분, 인터미션 15분으로 구성된 무대는 극장에서 벗어나 예방접종 센터 대기실에서 펼쳐졌다. 이러한 깜짝 공연을 준비한 극단은 아나-테마 테아트로(Ana-Theme Teatro)였다. 이들은 젊은 감각으로 혁신적인 무대를 만드는 극단으로 평가받는다. 연극은 5분 단위의 짤막한 단편으로 나누었다. 백신 예방접종을 하러 온 관객(?)이 공연 중간에 들어오더라도 극의 맥락을 짚을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연극은 한 명의 배우가 등장해 예술계가 그동안 인간이 겪은 극악무도한 질병들과 맞서 싸워야 했던 순간들을 나열한다. 그리고 보카치오(1313-1375)의 ‘데카메론’과 올해 서거 700주년을 맞은 단테의 작품 등 인류가 남긴 위대한 작품들을 독백으로 풀어낸다. 공연은 6월 한 달간 총 8번에 걸쳐 진행되었다. 백신은 ‘새 출발’의 상징이 되었다. 문화공간의 활용은 오랫동안 중단했던 공연 재개의 물꼬를 틀었다. 멀어져 있던 예술을 사람들의 품으로 다시 안겨주기도 했다. 극장과 지역사회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이번 프로젝트들은 무대를 통해 백신 접종률을 높였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이러한 사례들은 육체의 질병을 치료하는 백신과 더불어 영혼을 치료할 백신인 예술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글 이실비아(이탈리아 통신원, 성악가)

사진 아르마니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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