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지역 순례의 열세 번째 도시는 과천. 과천은 인구 7만 도시로 경기 중·서부에 자리하며 북쪽으로는 서울시, 동쪽으로는 성남시, 남쪽으로는 의왕시와 맞닿아 있는 도시다. 일제강점기에 시흥군으로 흡수되었지만 1982년 정부청사가 들어서고 4년 뒤인 1986년, 과천시로 승격되었다. 정부청사 이전으로 여러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 미래창조과학부가 정부과천청사로 입주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과천의 가장 큰 자랑은 한 폭의 그림 같은 자연 풍경이다. 관악산과 청계산에 둘러싸인 과천은 울창한 숲과 야생 밤나무, 약수터, 공원, 사찰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고 과천 8경이라고 하여 수려한 자연과 그 안에 깃든 역사가 만들어낸 풍경도 자랑거리다.
과천의 또 다른 매력은 문화와 관광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천은 문화와 관광을 한 번에 체험할 수 있는 도시로 가을이면 도시 전체가 무대가 되는 과천축제가 펼쳐져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축제가 시작되면 국내외에서 모여든 야외극과 거리극이 아름다운 가을밤을 수놓는다. 과천토요예술무대, 열대야 페스티벌, 누리마축제 등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그밖의 축제가 다양하다. 과천의 명소인 서울대공원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동물원으로 공원과 호수가 함께 있어 가족들이 나들이하기에도 적합하다.
문화공간으로는 한국 근현대미술과 세계 미술의 흐름을 볼 수 있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전통문화보존사업과 전통문화를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과천문화원, 경기소리전수관 및 아해박물관, 선바위 미술관, 건국 기념역사관, 추사 김정희의 예술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추사박물관 등이 있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이 펼쳐지는 과천시민회관이 있다. 과천시민회관은 대극장·소극장·체육관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관악산과 청계산을 현대적으로 형상화한 무대 막을 비롯해 929석의 객석, 200명이 동시에 공연할 수 있는 무대, 90명이 대기할 수 있는 분장실로 꾸며져 있다. 다목적 기능을 원활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1층과 2층으로 나뉜 객석, 주무대와 측면무대로 구성된 무대부로 만들어져 있으며, 대극장과 소극장이 공유하는 공동 로비 등 공용 공간을 두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소극장은 정통 클래식 음악 연주뿐 아니라 무용, 뮤지컬, 강연회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380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중·소형 공연에 알맞게 아담하고 무대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연장이다. 배우와 관객이 한 호흡으로 감상할 수 있어 객석과 무대가 이루는 열정의 일체감을 맛볼 수 있고 고전극에서 현대물까지 소화할 수 있으며 조명 브리지, 포인트 호이스트, 조명기 등이 과감히 노출된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밖에 시민들을 위한 체육관과 헬스클럽도 사랑을 받고 있다.
과천시립예술단의 활발한 문화예술 활동 역시 과천을 살기 좋은 문화도시로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과천시립예술단은 그동안 수준 높은 기획연주와 정기연주, 그리고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 관내 초·중·고교 학생들을 위한 멘토 프로그램, 그리고 시민을 대상으로 한 교양 강좌 ‘클래식 스토리’,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희망악기교실’, 과천의 미래, 꿈나무들을 위한 ‘유아동 클래식 콘서트’를 펼쳐왔다. 과천시립 교향악단과 여성합창단, 소년소녀합창단의 활동은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다양한 기획 강좌 역시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아왔다.
과천시립교향악단은 창단 이래 90여 회의 정기연주회와 기획연주회를 통해 음악적 성과를 보여주었고 문화교류를 위한 해외 및 지방 초청 공연을 통해서도 과천시 문화사절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2008년 12월 중국 베이징대학, 2013년 8월 독일 문화축제 초청 연주, 2015·2016년 교향악축제 참가 등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지휘자 서진을 중심으로 과천만의 색깔을 지닌 교향악단으로서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과천시립여성합창단은 국내 유일의 전문시립여성합창단으로 1996년 5월 창단되었다. 2007년 필리핀 마닐라에 특별 초청되어 필리핀 마드리갈 싱어즈와 연합 공연을 펼쳤으며, 2010년에는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최 기념 ‘한인 음악축제의 밤’에 초청되어 연주했다. 2013년에는 일본 다카츠시 시민합창단의 초청으로 뮤자가와사키 콘서트홀에서 연주했다. 2003년 지휘자 김희철을 영입해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아우르며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과천시립소년소녀 합창단은 1995년 5월 창단하여 활동해 왔다. 매년 정기연주회를 갖고 있으며 통영국제음악제, 제주국제음악제, 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 세계 어린이합창제 등 다양한 초청 연주를 통해 문화예술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과천은 2013년 경기도 살기 좋은 도시 평가에서 월등한 점수를 받아 도내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물론 과천이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과제 역시 적지 않다. 융·복합 지식기반사업을 중심으로 지역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방면의 능력을 창조해낼 수 있는 지식정보타운 조성을 비롯해 복합쇼핑몰 및 호텔 등과 과천서울대공원, 과천경마장 등 주변 문화관광시설을 연계해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복합문화관광단지를 만드는 일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또한 오래된 시설과 낙후된 건물 등 재건축 사업 역시 과천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INTERVIEW 1 과천문화체육과장 유관선
문화예술이 꽃피는 무공해 청정 도시를 꿈꾼다
문화예술이 꽃피는 무공해 청정 도시를 꿈꾼다 과천은 인구 7만 명의 소도시이지만 문화·예술·경제면에서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또한 국가 관련 공공단체들이 몰려 있어 지식정보면에서도 다른 도시에 비해 월등히 앞서 있다. 유관선 과천문화체육과장은 과천이야말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무공해 전원도시라고 말한다. 올해로 과천시 승격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을 갖고 도약을 꿈꾸는 과천의 미래를 미리 만나본다.
과천만의 장점과 매력, 특징은 무엇인가요?
과천은 산으로 둘러싸인 경치가 무척 아름다운 곳이지요. 유흥 시설도 거의 없어서 범죄가 없고 시민들이 안심하고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문화와 예술, 역사가 어우려진 전원도시입니다. 도서관도 많아서 책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공간도 많고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서울대공원 등 다양한 문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시민들을 위한 예술단 활동이 돋보이는데요.
과천 안에서 문화예술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무척 많습니다. 특히 예술단의 활동이 많아서 찾아가는 음악회가 굉장히 인기를 얻고 있지요. 과천예술단은 과천시민회관이나 찾아가는 음악회, 야회음악회에서 그동안 많은 시민과 만나왔고요. 클래식 음악 외에도 연극, 시조, 국악 등 다양한 공연과 발표회도 많습니다. 동호회 활동도 활성화되어 정기적인 공연도 갖고 있습니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특히 많은데 장학사업도 일찍 시작했고 시민 아카데미와 문화센터 프로그램, 청소년 수련장 내 잉글리시 타운 등 배움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도 굉장히 강화되어 왔습니다. 여성비전센터와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꾸준히 개발하면서 진행해왔고요.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과천과학관, 추사박물관 등 미술, 과학, 역사, 문화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과천은 문화예술 최고의 도시를 지향할 만큼 각 분야에 관심이 높습니다. 7만 도시에 시를 대표하는 시립교향악단이 있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만큼 문화예술에 대한 시당국과 시민들의 기대가 크고 교육 수준도 높다는 의미겠지요. 앞으로 더 문화적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또한 과천에 인간문화재 줄타기 명인들의 기념비가 세워질 만큼 우리나라 고유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문화단체와 예술단체도 굉장히 많고요.
과천의 축제도 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20년째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마당극에서 출발해 작년에는 콘텐츠를 바꿔 관광형, 시민 참여형으로 한국 마사회와 함께 말을 주제로 한 과천 누리마 축제를 선보였습니다. 과천 시민뿐 아니라 다른 도시 사람들도 많이 참여해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말을 주제로 연극, 뮤지컬, 춤이 펼쳐지고 새로운 감동을 주고받았지요.
문화예술 공간인 과천시민회관의 역할이 컸을 것 같습니다.
대공연장, 소공연장, 체육관, 수영장, 헬스장 등 과천 시민들이 문화·예술·교육·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이곳에서 다양한 기획과 강좌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과천에는 장애인 복지관과 노인 복지관 등 각 연령대별로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다각도로 문화 공간을 마련해두었습니다.
문화공간이나 기획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공연장, 문화원, 학교, 도서관 등을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이 애용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지요.
서울 강남권과 가깝다는 것도 과천의 특징입니다.
과천은 서울과 가깝지만 서울보다 훨씬 좋은 공기와 문화시설, 전원적인 여유를 맛볼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시민들도 조용한 분위기의 환경을 좋아해 과천 안에서도 충분히 문화적 충족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과천 축제나 공연을 보러 다른 지역에서 많이 찾아오시지요.
도시가 생긴지 30년이 지나 도심 노후에 대한 문제들도 제기되고 있을 것 같은데요.
도심재생사업에 대해선 여러 계획이 현재 논의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식산업단지 구성과 새로운 문화 예술 기획 등 최대한 시민들이 과천이라는 도시를 계속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여건들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도시발전으로 인해 인구의 새로운 유입에 대비해서도 과천은 새로운 미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과천이 지향하는 도시의 모습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과천은 삶을 나누고 공감하는 여유와 행복이 있는 전원도시를 꿈꾸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청정 도시로서 훌륭한 인프라가 많지만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성이 중시되는 전인교육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육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예술교육이지요. 그래서 과천시는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문화와 예술적인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예술 교육을 확대하고 멘토-멘티 프로그램으로 인생의 좋은 가르침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예술단 활동을 통해 다양한 공연과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전원도시에서 행복을 느끼고 서로 위로해주고 아껴주는 이웃사람들을 통해 인생의 거친 풍랑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그런 넉넉한 삶의 공간이 과천이라면 그것이 야말로 우리가 진정 꿈꾸는 명품 도시겠지요.
사진 이정은 인턴 기자
INTERVIEW 2 과천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서진
젊은 열정에 주목하라!
2014년 과천시립교향악단 제2대 지휘자로 취임한 서진은 섬세하고 드라마틱한 지휘 테크닉으로 다양한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음악의 메신저라는 평가를 받으며 과천시향의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 유학하여 스위스 바젤 국립음대에서 첼로를 전공하고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악대학원에서 지휘를 전공했다. 현재 서경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크로스쳄버 오케스트와 헬로우 SEM 오케스트라, 브링 업 인터내셔널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과천시향은 2015년과 2016년 연속으로 교향악축제에 초대되어 그들만의 부드럽고 깊은 소리를 무대에 전하며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다. 2014년부터 과천시향을 이끌고 있는 지휘자 서진은 2016년 교향악축제 때 연주한 쇼스타코비치 작품을 통해 과천시향이 갖고 있는 열정을 잘 전달한 것 같다고 말한다.
“과천시향 단원들은 새로운 호기심을 갖고 음악에 다가가려는 사람들이라 음악이 훨씬 순수하고 열정이 느껴집니다. 오케스트라가 그런 마음을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런 부분이 참 고맙고 지휘자로서 큰 힘이 됩니다. 우리만의 소리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기본기를 중시하는 연습이 꾸준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깊은 소리를 내기 위해 음정과 박자 등 가장 기본적인 것에 충실해야 하니까요.”
따뜻한 카리스마를 지닌 그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단원과 청중 역시 감동을 느끼고 함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리라는 건 음악을 향해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작곡가가 원하는 소리가 무엇인지 알아서 그가 원하는 소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지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음악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음악도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니까요.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지며 그 안에서 나온 음악만이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람을 가장 중시하는 그이지만 단원들과 연습할 때는 음악적으로 무척 예민하고 완벽을 향한 최선의 노력을 단원들에게 촉구한다. 그는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다양한 기획연주와 찾아가는 연주회가 있지만 무엇보다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같은 고전 작품을 통해 탄탄한 기본기를 쌓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과천에 와서 느낀 점은 시민들의 유대감이 끈끈하고 문화예술을 배우고 접하는 것을 굉장히 원하고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과천시립예술단이 할 수 있는 공연이 더 많고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리라 여겨지고요. 교육과 문화예술, 복지가 잘 어우러진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술교육과 공연 예술의 발전이 중요하지요. 그런 면에서 시민에게 먼저 다가가는 찾아가는 음악회와 관내 초중교교 학생들을 위한 멘토 프로그램,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 강좌 ‘클래식스토리’,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악기를 빌려주고 가르쳐주는 ‘희망악기 교실’, 과천의 꿈나무들을 위한 유아동 클래식 콘서트 등은 앞으로도 계속 예술단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훌륭한 아이디어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행하는 분들과 함께 지역 문화에 맞는 새로운 문화예술 콘텐츠가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더욱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는 과천 시립예술단만이 가진 장점들을 살린 브랜드들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며 노후된 공연장이나 연습실 등의 문제도 잘 해결되어 시민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전문적인 클래식 전용 홀이나 문화공간도 많이 생겨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사랑하는 연주 단체가 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시민과 더 가깝게 호흡하고 클래식 음악으로 함께 삶을 나눌 수 있도록 단원 모두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또 연주하려고 합니다.”
11시 콘서트 초청 연주와 서울국제음악제, 현대음악제 등 문화예술 도시 과천을 알리는 외부초청공연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천시향은 지금 새로운 도약을 위해 한걸음 성큼 다가가고 있다. 그의 말대로 과천시향의 단원들은 아직 젊고 더 많은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그들이 매번 공연마다 가장 좋은 퀄리티의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언제나 순수한 열정과 음악 정신이 살아 있는 오케스트라. 그 정신이 과천의 새로운 미래를 움직일 것이다. 과천시립교향악단의 젊은 열정을 응원한다.
FOCUS ON 국립현대미술관 & 추사박물관
과천으로 떠나는 미술 나들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덕수궁관·서울관의 유기적인 활동을 바탕으로 관객들에게 현대미술을 선보인다. 전시뿐 아니라 미술연구센터, 미술은행, 레지던시 운영 등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1986년 문을 열어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이한 과천관은 국립현대미술관 3개관 체계의 중심에 있다.
건축가 김태수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통해 전통과 현대,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추구했다. 6만6000㎡가 넘는 드넓은 대지면적을 보유한 과천관은 과천저수지와 청계산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리하고 있다. 옛 성곽과 봉화대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품은 미술관 건물과 함께, 외부에는 탁 트인 들판 위에 설치미술과 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자연과 예술의 어우러짐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단연 백남준의 ‘다다익선’(1988)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미술 교과서에서 한 번쯤 보았을 작품이다. 1003대의 TV 수상기들이 높다란 탑을 이루며 화면에는 제각각 다른 영상들이 재생되는 ‘다다익선’은 과천관에 들어서는 관객들이 처음으로 만나는 작품이자 이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총 8개 전시실에서는 회화·공예·미디어·사진·조각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전시가 펼쳐진다. 특히 올해는 과천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와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어 더욱 주목할 만하다.
1층 로비에 마련된 어린이미술관은 어린이 관객들이 현대미술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 공간이다. 작가와 함께하는 프로젝트 수업, 상시 기획 전시 교육, 놀이형 물성 체험 등 매년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미술관, 특히 현대미술을 낯설어 하는 어린 자녀와 함께 와도 충분히 즐거운 미술관 나들이가 될 것이다.
추사박물관
실사구시와 추사체로 이름을 남긴 추사 김정희(1786~1856)는 과천과 인연이 깊다. 추사의 부친인 유당 김노경이 1824년 현 과천 주암동에 별장인 과지초당(瓜地草堂)을 조성하면서 추사와 과천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1837년 부친이 별세하자 청계산 옥녀봉 중턱에 안장하고 3년상을 치렀으며, 1852년 북청 유배에서 풀려난 후 과천으로 돌아와 4년간 기거하며 말년을 보냈다. 추사의 학문과 예술은 이 시기에 무르익어 수준 높은 작품을 많이 남겼다.
과천시는 1996년 과천 관련 추사 김정희 연구보고서를 발간한 이래 추사의 삶을 기리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2006년 추사 연구의 권위자인 후지츠카 아키나오의 자료들을 기증받았고, 2007년에는 주암동에 과지초당과 추사가 사용하던 독우물을 복원했다. 이러한 오랜 준비 끝에 2013년 추사박물관을 개관했다.
박물관 1층에는 추사의 학문과 예술을, 2층에는 그의 전 생애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되어 있다. 지하 1층에는 기획전시실과 함께 후지츠카 기증실이 있어 추사와 관련한 연구 자료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추사의 글과 그림을 따라 해보는 프로그램, 선비의 하루를 체험하는 프로그램, 족자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일정을 확인하여 미리 접수하는 것이 좋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추사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