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드뷔시의 파리’ 외
드뷔시의 파리 외 예술이 태어나는 곳, 예술이 머무르는 곳
드뷔시의 파리: 벨 에포크 시대의 초상
캐서린 카우츠키 저 | 배인혜 역
“그는 파리가 낳은 산물이었고, 그 도시의 회화·문학·정치·밤의 유흥가는 드뷔시의 창조력에 대체 불가한 자극제가 되었다.”
‘아름다운 시절’로 기억되는 19세기 말 파리, 이곳에 모인 수많은 예술가 사이 클로드 드뷔시(1862~1918)가 있었다. 이 책은 당시 파리의 문화가 드뷔시의 음악에 미친 영향을 파고든다. 이 시대 파리의 예술은 전통과 현대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장이었다. 미국에서 유래한 사교춤의 일종인 케이크워크와 캉캉 춤이 도시의 밤을 장식하는 동안, 한편에선 전통 춤곡인 미뉴에트를 고집했다. 동양에 대한 호기심이 파리 예술계를 관통했지만, 다른 편에선 인종차별·식민주의·민족주의로 얼룩진 그림자가 드리우기도 했다. 드뷔시는 이 역설적인 풍경을 포착해 음악에 녹여 넣었다. 책과 드뷔시의 음악을 따라 세기말 파리를 여행해보는 건 어떨까.
만복당 | 1만8천원 | 070-8064-5045
영화관에 간 클래식
김태용 저
록 밴드 퀸(Queen)의 보컬리스트였던 프레디 머큐리(1946~1991)는 오페라 애호가였다. 오페라 아리아의 특성을 적극 반영해 노래하는 것은 물론, 2집 앨범(Barcelona)에서는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1933~2018)와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프레디 머큐리의 애정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의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영화관에 간 클래식’을 펼쳐보자. 이 책은 ‘보헤미안 랩소디’을 비롯해 최근 개봉작에 삽입된 클래식 음악을 조명한다. 현대인의 사랑에 대한 관념을 비틀어 칸영화제를 휩쓴 ‘더 랍스터’(2015), 사고로 터널에 갇힌 한 남자를 구조하는 과정을 담은 ‘터널’(2016) 등. 영화의 줄거리는 물론, 삽입된 클래식 음악의 탄생 배경,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저자가 직접 추천하는 명음반 리스트까지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마련되어 있다.
페이스메이커 | 1만7천원 | 02-719-7735
알코올과 작가들
그레그 클라크, 몬티 보챔프 저 | 이재욱 역
“술을 마시면 감정이 무르익는다. 나는 술을 마시고 고조된 감정을 이야기에 넣는다.”
‘위대한 개츠비’를 쓴 스콧 피츠제럴드의 말이다. 술은 수많은 작가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고 그들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했다. 자신의 작품에 와인을 수시로 등장시킨 셰익스피어, 누구보다 스카치위스키를 사랑했던 마크 트웨인, 폭음과 절주로 갈등한 레이먼드 카버 등. 특히 애주가였던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술에 관한 상징적인 문인으로 꼽힌다. 책은 와인·맥주·위스키 등 여덟 가지 술에 얽힌 역사와 술독에 빠진 대문호의 일화를 명쾌하게 풀어낸다. 이들의 특별한 노하우가 담긴 알코올 제조법은 덤. 일러스트레이터와 아트 디렉터인 두 저자는 글에 재치 있는 삽화를 곁들여 보는 재미도 더했다.
을유문화사 | 1만5천원 | 02-733-8153
내가 사랑한 공간들
윤광준 저
사진작가 윤광준은 사진뿐만 아니라 미술·음악·디자인·건축 분야에서 전방위로 활약하는 예술가다. 그의 전작 ‘심미안 수업’에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견해를 나누었다면, 이번 신간 ‘내가 사랑한 공간들’은 그 아름다움의 실체를 어디서 어떻게 경험하면 좋을지 소개한다. 책 속에 큐레이션 된 스무 개의 공간은 윤광준 작가가 실제로도 자주 찾는 곳이며 일반인에게도 개방되어 있다. 누구나 하루에도 몇 번씩 찾게 되는 화장실이나 지하철 공간을 미학적으로 접근해, 반복되는 삶을 보다 특별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이외에도 개성을 지닌 쇼핑 공간과 예술 공간을 소개한다. 각 공간에 담긴 아름다움을 짚어내며, 공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경험하도록 이끄는 안내서다. 을유문화사 | 1만6천9백원 | 02-733-8153
스타인웨이 만들기
제임스 배런 저 | 이석호 역
1850년, 독일의 슈타인베르크 일가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내 성(姓)을 영어식 이름인 ‘스타인웨이’로 바꾼 뒤, 온 가족이 나서 피아노 제작 사업을 시작했다. 오늘날 기라성 같은 피아니스트들의 동반자로 활약하는 피아노 브랜드 ‘스타인웨이’가 탄생한 순간이다. 25년간 ‘뉴욕 타임스’지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제임스 배런은 11개월 간 스타인웨이 제작과정을 밀착 취재해 책에 담았다. 스타인웨이사가 지나온 역사와 피아노의 변천사를 추적하는 동시에, 가공되지 않는 나무가 한 대의 스타인웨이 피아노 ‘K0862’로 완성되는 과정을 생생히 전한다.
프란츠 | 2만2천원 | 02-455-8442
#책 속으로 #182 #186 #354~356 #프란츠
# 19세기 하반기에는 현대식 콘서트 그랜드 발달사의 몇 가지 중요한 전환점이 있었다. K0862의 선조 역시 그 가운데 하나다. 19세기 요람기에 있던 만국박람회를 참관한 ‘뉴욕 타임스’ 기자는 K0862의 먼 조상뻘 되는 피아노를 연주해보고는 “터치가 놀랍도록 부드럽다”라고 평가했다. 박람회의 판관들 역시 이 악기에 매혹되어 금메달을 하사했다. 이로써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라는 회사가 처음으로 이름을 알린 것이다. (182쪽)
# 스타인웨이가 최초의 그랜드피아노를 제작한 것은 그 이듬해인 1856년의 일이다. 이번에도 수정궁 박람회 출품을 염두에 둔 행보였다. 처음 시도하는 디자인이었던 만큼 다소 취약점이 있었고, 그랬던지라 출품 성적은 전년에 미치지 못했다. 금메달은 치커링에 돌아갔고 스타인웨이는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 한편 스타인웨이의 디자인 변화와 후속적인 개량 노력은 혁명적인 결과로 이어졌으니, 당시 건설 중이던 2,000~3,000석 규모 콘서트홀의 가장 구석 자리까지 소리가 전달되는 피아노가 그것이었다. 날카롭거나 쟁그랑거리지않는 깨끗한 소리도 강점이거니와 터치는 민첩하고도 섬세했다. 그 어떤 기교파 피아니스트의 날랜 손놀림도, 그 어떤 난곡도 너끈히 소화할 만큼 재빠르게 되튀는 건반의 움직임이 비로소 가능해진 것이다. (186쪽)
# 피아니스트들에게 스타인웨이 지하실은 공공연한 비밀의 영역이자 전설적인 일화들로 가득한 공간이며, 출입자에게는 일종의 지위를 부여하는 성역이다. 수십 개의 형광등이 웅웅거리고 스팀 파이프들이 쉭쉭 소리를 내는 천장 아래, 검은 피아노들 여러 대가 도열한 채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빌리 조엘의 녹음 프로젝트에 쓰인 뒤 라디오 시티 뮤직홀에서 거행된 존 레논 트리뷰트 무대에 동원된 바 있는 백색 그랜드피아노 CD-980은 이곳에 보관하지 않는다). 모리츠 로젠탈부터 찰스 로즌에 이르기까지, 또 글렌 굴드부터 우치다 미츠코와 알프레트 브렌델에 이르기까지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이곳을 직접 방문해 마음에 드는 피아노를 선정하고 대여한 뒤 대중 앞에서 연주했다. 볼드윈 피아노와 뵈젠도르퍼 피아노를 고집해온 레너드 번스타인 또한 1960년대 이곳 지하실에 은밀히 들러 녹음용 스타인웨이를 골랐다고 한다.
스타인웨이 지하실은 1928년 세르게이 라프마니노프가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를 처음 만난 장소이기도 하다. 라흐마니노프는 두 대의 피아노용으로 편곡한 본인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그 자리에서 호로비츠와 연주한 뒤 “이 작품은 호로비츠식으로 연주되어야 마땅하다”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러시아 출신의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이곳을 드나들었다. 피아노를 구경하거나 연습을 하기 위한 방문만큼이나 사랑방 드나들 듯 카드 게임을 하러 찾아오는 발걸음도 많았다고 한다. 1950년대에는 레온 플라이셔가 가장 아끼는 피아노로 연습을 하는 동안 게리 프레그먼이 곁방에서 쪽잠을 자는가 하면, 반대로 역할을 바꿔서 그래프먼이 연습을 하는 동안 플라이셔가 낮잠을 자기도 했다. 그래프먼은 이곳의 피아노들을 ‘저녁의 여인들’이라 불렀는데, “좀 투박한 표현일지는 몰라도 열정적인 하룻밤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들”이라는 이유였다. (354~3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