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카티아 라베크·마리엘 라베크, 창조와 재창조의 확장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6년 4월 23일 5: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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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하는 연주자들 인터뷰

피아니스트 카티아 라베크·마리엘 라베크

창조와 재창조의 확장

 

영화에서 오페라, 그리고 피아노 2중주로 재탄생한 필립 글래스의 ‘콕토 3부작’ 연주

©Umberto Nicoletti

20세기 초 파리의 예술계는 그야말로 무법지대에 가까웠다. 전통은 무시되고 고전은 왜곡됐으며, 모두가 거장인 양 과시했다. 그러나 그만큼 개성이 존중됐고, 이전에는 시도하기 어려웠으며 이후에도 쉽지 않을 실험과 도전이 활발히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장 콕토(1889~1963)는 이러한 시대의 파리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자매 간의 긴밀한 호흡,확실한 역할분담

그는 문필가를 본업으로 삼았지만, 연극과 영화에서 감독과 배우로 활동하고, 회화 작업에도 참여하는 등 다방면에서의 당돌한 활동을 통해 피카소, 에릭 사티 등 당대 주요 예술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또한 ‘프랑스 6인조(Les Six, 뒤레·오네게르·미요·타유페르·오리크·풀랑크)의 결성을 이끄는 등 기획자로서의 역량도 발휘했다. 콕토와 같은 인물들 덕분에 당시 예술적 가치가 의심받던 영화와 사진 같은 기술 기반 장르가 주목받고 성장할 수 있었다. 직진밖에 몰랐던 콕토의 활동이 남긴 충격은 동시대에만 머물지 않았다. 필립 글래스(1937~)는 10대 후반, 파리에서 콕토의 영화 ‘오르페’(1949)를 보고 크게 감동했고 이를 바탕으로 오페라 ‘오르페’(1991)를 작곡했다. 이 작품은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지하 세계에서 데려오는 고전 서사를 일부 차용하면서도, 배경을 현대로 옮기고 오르페우스와 지하 세계 공주의 사랑을 중심에 둔 새로운 이야기로 재구성됐다. 이후 글래스는 콕토의 작품을 바탕으로 ‘미녀와 야수’(1994), ‘앙팡테리블’(1996)을 발표했으며, 이 세 작품은 ‘콕토 3부작’으로 불린다. ‘미녀와 야수’는 앙상블을 위한 오페라로, 영화와 결합해 상영과 동시에 연주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히 이 작품은 가수의 노래가 영화 속 인물의 입 모양과 정확히 맞도록 작곡되어, 마치 등장인물이 직접 노래하는 듯한 효과를 만드는 독보적인 형식을 지닌다. 2008년에는 필립 글래스 앙상블이 내한해 평창대관령음악제와 LG아트센터에서 영화 상영과 함께 이 작품을 선보였으며, 음악감독 마이클 리스먼(1943~)이 지휘를 맡고 글래스가 직접 건반 연주자로 참여했다. ‘앙팡테리블’은 피아노 세 대로 연주되는 소규모 오페라로, 어린 시절 사고로 집에 머물게 된 폴과 그를 돌보는 누나 엘리자베트의 이야기를 통해 닫힌 공간 속에서 형성되는 관계와 가치관에 질문을 던진다.

 

화려한 무대 구성도 볼거리

라베크 자매는 피아노 듀오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온 연주자들이다. 이들은 프로젝트가 아닌 전문 듀오로 활동해 왔으며, 자매라는 점에서 비롯된 긴밀한 호흡과 역할 분담이 가장 큰 특징이다. 카티아 라베크(1950~)는 드라마틱한 표현력으로 제1피아노를 맡고, 마리엘 라베크(1952~)는 깊이 있는 해석으로 제2피아노를 담당하며 강력한 앙상블을 구축했다. 라베크 자매의 진정한 성과는 음악적 성취에 있다. 이들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것은 1981년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피아노 듀오로 편곡해 연주한 무대였다. 관현악곡을 피아노로 옮기는 과정에서 많은 요소가 축소될 수밖에 없음에도, 오히려 피아노만이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음향 세계를 구축하며 주목받았다. 이후에도 다양한 작품을 피아노 2중주로 편곡했으며, 이들을 위해 다수의 피아노 2중주곡들이 작곡되기도 했다. 이들은 미니멀리즘 음악에도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으며, 필립 글래스와의 협업을 통해 음악적 영역을 확장해왔다. 글래스가 자매에게 헌정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네 악장’(2008)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고, 2015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2중 협주곡’의 세계 초연(두다멜/LA필)으로 음악적 확장을 이뤄냈다. 마리엘은 “그의 음악은 우리에게 잘 맞고, 연주할 때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으며, 관객의 반응도 즉각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글래스의 ‘콕토 3부작’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2020년 마이클 리스먼이 글래스의 요청으로 라베크 자매를 위해 ‘앙팡테리블’을 모음곡으로 편곡했고, 라베크 자매가 리스먼에게 나머지 두 작품의 편곡을 요청하며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콕토 3부작’이 완성됐다. 카티아는 각 작품에 대해 “‘미녀와 야수’는 성과 샹들리에가 만들어내는 경이롭고 고딕적인 분위기, ‘오르페’는 결국 모든 것이 꿈으로 드러나는 세계, ‘앙팡테리블’은 강한 드라마적 긴장감이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라베크 자매의 작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본래 극음악이었던 만큼, 시릴 테스트의 연출과 니나 샬로의 무대디자인, 메디 투탱 로페즈의 조명이 어우러져 미니멀한 샹들리에가 만들어내는 초현실적인 분위기 속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여기에 프랑스 조향사 프랑시스 퀵장의 향이 더해지며 공연은 시각과 청각, 후각을 아우르는 새로운 감각의 종합예술로 확장된다(서울 공연에서는 향 연출 제외). 이들의 무대는 단순한 연주를 넘어 감각을 확장하는 경험을 제시한다. 세상을 감동과 감격으로 물들인 라베크 자매의 무대가 우리 앞에 다가왔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경험하라!

송주호(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LG아트센터

 

카티아 라베크(1950~)·마리엘 라베크(1952~) 프랑스 출신의 피아노 듀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서 수학했으며, 1968년 피아노 듀오로 활동을 시작했다.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음반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고, 피에르 불레즈·필립 글래스 등과 협업하며 현대음악과 클래식 음악을 넘나드는 듀오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 ‘필립 글래스: 콕토 3부작’(Decca)을 발매했으며, 2026년 데뷔 55주년을 기념한 음반 ‘55’를 선보일 예정이다.

필립 글래스 ‘장 콕토 3부작-
미녀와 야수’

 

PERFORMANCE INFORMATION

라베크 자매 듀오 리사이틀 4월 26일 오후 5시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홀

필립 글래스 ‘장 콕토 3부작-오르페, 미녀와 야수, 앙팡테리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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