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미쓰 도루 서거 30주년·음반으로 살펴본 빈 심포니의 역사와 오늘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6년 5월 31일 11:42 오후

RECORD COLUMN| 음반에 담긴 이야기

다케미쓰 도루 서거 30주년

일본의 전통과 세계의 모던, 자연과 인간을 연결한 작곡가

 

일본의 작곡가 다케미쓰 도루(1930~1996)는 드뷔시(1862~1918)와 메시앙(1908~1992)에게 큰 감명을 받아, 배음 효과를 응용해 신비롭고 미묘한 분위기가 가득한 음악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그는 일본의 전통악기와 전통 음계를 도입하거나, 다양한 조성 감각이 공존하는 범조성적 음향 세계를 구축해 그의 음악 세계를 꾸렸다. 다케미쓰의 음악에는 물과 바람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 많이 보인다. 물이 움직이는 듯한 음향의 흐름이 음악적 공간을 휘감고, 소리의 진행이 만드는 은은한 유동은 그만의 서정적 표현이 되었다. 다케미쓰의 서거 30주년을 맞아 그의 주요 음악을 수록한 여섯 개의 음반을 소개한다.

 

투명하게 울리는 시공간의 여백

아직 다케미쓰의 음악이 익숙하지 않다면, 초기작 ‘음의 고독’(1958)부터 만년의 작품 ‘정령의 정원’(1994)까지 그의 삶과 음악을 관통하는 관현악곡집(마린 알솝/본머스 심포니)(Naxos)❶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음반에 수록된 대표작은 ‘새의 무리가 오각형 정원으로 내려오다’(1977)로, 작품은 예측할 수 없는 진행 속에서 간간이 침묵하며 음색과 여백으로 공간을 만든다. 이것은 일본 예술에서 중요한 개념인 ‘마’(間, ま, 시·공간적 여백)와 연결된다.

그의 영화음악 또한 흥미롭다. 다케미쓰는 100편 안팎의 영화음악을 지은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가 참여한 세 편의 영화에서 추출한 음악을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해 편곡한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3개의 영화음악’을 들으면 대중적 리듬감과 선율미라는 다케미쓰의 또 다른 면모에 놀라게 된다.

올리버 크누센/런던 신포니에타의 연주(DG)❷는 다케미쓰의 작품이 완숙한 시기인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작품에 집중되어 있다. 금관 앙상블 작품 ‘낮의 신호’(1987)와 ‘밤의 신호’(1987)가 음반의 처음과 끝을 에워싸고, 그 안쪽에 드뷔시의 ‘바다’를 인용한 ‘꿈의 인용’(1991)과 ‘꿈/창문’(1985)을 두어 꿈의 소리로 다시 한번 감싼다. 다케미쓰가 꾸는 꿈은 결코 정적이지 않다. 메시앙이 연상되는 환상 속의 어른거림으로 매우 동적이고 다채롭다. 올리버 크누센은 다케미쓰가 쌓은 두터운 관현악 레이어를 투명하게 풀어내, 일본 특유의 여백을 통한 ‘마’의 감각을 놓치지 않았다.

이런 관점이라면 와카스기 히로시가 지휘하는 도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의 연주(DENON)❸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앨범은 NHK 방송 과정에서 우연히 스트라빈스키가 듣게 되면서 다케미쓰를 세상에 알리게 한 행운의 작품 ‘현을 위한 레퀴엠’(1957)으로 시작한다. 와카스기는 낭만적 서정보다는 현악 앙상블의 응집력에 무게를 두고 비장미를 끌어올린다. 함께 수록된 ‘11월의 발걸음’(1967)은 일본 전통악기와 서양 관현악의 어울림을 들려주는 기념비적 작품이다. 초연자인 쓰루타 긴시(비와, 일본의 전통 현악기)와 가츠야 요코야마(샤쿠하치, 일본의 전통 관악기)가 참여하여, ‘마’에서 솟구치는 에너지로 마음을 공명시킨다. 이 음반은 연주뿐만 아니라, 당시 최고의 녹음 기술로 타악기의 미세한 울림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마린 알솝의 세련미와 크누센의 현대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동양적 철학에 다가간다는 특징이 있다.

❶ Naxos 8557760

❷ DG 4534952

❸ DENON COCO-73083

 

신비로운 음향으로 그린 자연 풍경

❹ DG 4775382

실내악 분야라면 다케미쓰의 초심을 읽을 수 있는 음반 ‘정원의 비’(DG)❹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음반은 다케미쓰의 초기부터 1970년대 전반기까지 유럽의 새로운 음악을 흡수하며 자신만의 음악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오렐 니콜레, 하인츠 홀리거, 피터 서킨 등 1970년대 최고의 현대음악 연주자들이 총출동한 것은 당시 음악계의 다케미쓰에 대한 관심을 방증한다. 플루트·오보에·하프·현악을 위한 ‘유칼립투스’(1970)는 고요한 숲의 공간이 주는 고립감과 신비로움을 전달하고, 음반 제목으로 사용된 금관 앙상블 작품 ‘정원의 비’(1974)는 아주 느리고 정적인 화음의 이동으로 비 내리는 정원의 풍경과 기운을 묘사한다. 이 외에도 비장미와 서정성으로 비교적 대중적인 작품에 속하는 바이올린 소품 ‘비가’(1966)를 비롯한 여러 소품이 수록되어 일상의 공간을 신비로운 음향으로 적신다.

 

자주 사용한 플루트로 표현한 ‘물과 바람’

❺ Naxos 8555859

플루트는 다케미쓰가 자주 사용한 악기였고, 자연스레 물과 바람을 표현할 때도 이 악기는 선두에 있었다. 캐나다의 플루티스트 로버트 에이켄과 토론토 뉴 뮤직 앙상블의 연주(Naxos)❺가 이를 증명한다. 이 음반은 앞서 소개한 음반과 달리 비교적 후년의 작품들을 수록했다. 드뷔시의 소나타와 동일하게 플루트·비올라·하프로 편성된 ‘그리고 나서 그것이 바람인 것을 알았네’(1992)는 다케미쓰의 대표적인 실내악 걸작으로, 음반 속 연주는 공기의 유동적인 흐름을 극도로 섬세하게 들려준다. 플루트와 기타를 위한 ‘바다를 향해’(1981)는 에이켄이 초연했던 곡이며, ‘브라이스’는 뉴 뮤직 앙상블을 위해 작곡된 만큼 이 앨범이 남다른 고유성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겐자부로 오에의 소설 ‘비의 나무’에서 영감받은 타악기 작품 ‘비의 나무’(1981)와 앙상블을 위한 ‘비의 주문’(1982)은 우산을 쓴 모습의 음반 표지 그림과 겹친다. 특히 ‘비의 나무’는 다케미쓰가 이후에도 비슷한 이름으로 여러 곡을 쓸 정도로 그의 감성의 중심에 있다.

❻ BIS CD-805

 

다케미쓰의 음악은 피아니스트에게도 중요한 레퍼토리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가와 노리코의 전곡 음반(BIS)❻은 다케미쓰가 타계한 해(1996)에 녹음되었다. 그의 피아노 작품 전곡을 수록한 만큼, 20세 때의 출세작부터 세상을 떠나기 4년 전에 작곡한 마지막 피아노곡까지 그의 모든 피아노 음악을 망라하고 있다. ‘감은 눈’(1979)과 ‘감은 눈 2번’(1988)은 오딜롱 르동(1840~1916)의 그림에서 영감받아 작곡한 곡으로, 오가와는 물의 흐름과 빛의 굴절과 같은 독특한 선율미에 취하게 하는 연주를 펼친다.

 

‘비의 나무 스케치’(1982)는 빗방울이 나뭇잎에 떨어지는 소리를 고음역에서 묘사하고, 마지막 피아노곡인 ‘비의 나무 스케치 2번’(1992)은 메시앙을 추모하며 쓴 곡으로 작품에는 메시앙이 연상되는 음향에 다케미쓰의 투명한 슬픔이 공존한다. 오가와는 명징한 타건으로 배음을 조절하면서 소리가 사라지는 물성적 순간을 돋보이게 한다. 다케미쓰는 “당신의 소리는 나의 음악에 완벽하게 어울린다”라고 말하며 그의 연주에 신뢰를 보냈다.
송주호(음악 칼럼니스트)

PERFORMANCE INFORMATION
공원영 피아노 독주회
5월 22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
다케미쓰 도루 ‘비의 나무 스케치 2번’ 외
알렉산더 가지예프 피아노 독주회
9월 30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다케미쓰 도루 ‘비의 나무 스케치 2번’ 외


음반으로 살펴본 빈 심포니의 역사와 오늘

5월 내한을 앞둔 빈 심포니가 걸어온 영광과 도약의 시간을 음반으로 돌아보다

© Peter Rigaud

20세기의 시작점인 1900년에 창단된 빈 심포니의 위상은 이웃한 빈 필하모닉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20세기 내내 빈의 음향과 전통을 간직한 악단으로서 꾸준히 제 자리를 지켜왔다. 행정·재정 구조의 제약으로 빈 필하모닉만큼 국제적 브랜드를 빠르게 확장하진 못했지만, 21세기에 서서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브레겐츠 페스티벌 상주악단으로 활동함과 동시에 국제적으로 활동의 폭을 넓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2024/25 시즌부터 페트르 포펠카(1986~)라는 체코 출신의 작곡가이자 지휘자를 맞이하며 다시금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모노에서 스테레오로 축적된 빈의 음향

빈 심포니는 1940년대 말부터 레코딩을 시작했을 정도로 일찍부터 레코딩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는데, 초창기에는 음반사의 요구로 다양한 지휘자들과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가장 먼저 미국의 음반사들이 관심을 보였는데,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 레이블에서는 헨리 스보보다(1897~1990)와 헤르만 셰르헨(1891~1966), 루돌프 모랄트(1902~1958) 같은 지휘자들과의 레코딩을 다양하게 선보였고, 복스(VOX) 레이블에서는 오토 클렘페러와 베토벤·브루크너·말러의 레퍼토리를 녹음했다. 특히 클렘페러와 녹음한 말러 교향곡 2번과 ‘대지의 노래’는 지휘자의 EMI 시대 직전을 대표하는 음반으로, 모노 레코딩임에도 불구하고 감상용으로 손색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본격적인 스테레오 시대를 맞이하면서 빈 심포니는 중요한 음반을 하나 남기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로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와 협연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DG)❶이다. 본격적인 하이파이 시대를 맞이한 만큼 현대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두 명인의 기량이 최고조로 발휘된 순간을 포착한 이 음반은 지금까지도 극찬을 받는 역사적인 명반으로 일컬어진다. 한편, 필립스 레이블에서도 레코딩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1960~1970년 사이 음악감독을 맡은 볼프강 자발리슈(1923~2013)와 좋은 스테레오 레코딩을 남기며 본격적으로 메인 레퍼토리를 쌓아나갈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이들의 레코딩이 박스(DECCA)로 발매되어 이 시기를 새로이 발견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가운데 브람스 교향곡 전집(Philips)❷과 바그너 서곡집은 반드시 들어보아야 할 명반으로 손꼽을 만하다.

1970~80년대에 빈 심포니는 음반회사들의 상업적인 판단으로 인해 본격적인 콘서트 오케스트라의 이미지라기보다는 반주 악단으로서의 역할이 두드러져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3~1976년에 음악감독을 맡았던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1914~2005)와의 연주가 DG에서 음반으로 발매되면서 중요한 명반을 남길 수 있었다.

미켈란젤리와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3·5번과 베르만과의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2번 음반이 좋은 예로, 빈 심포니 고유의 색채와 격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에 있어서 악단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어 온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와의 전곡 녹음 음반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1936~)과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전곡(Denon)❸도 빈 심포니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기록이다.

❶ DG E4777158

❷ Philips 4387572

❸ Denon 5789482

 

세계적인 지휘 거장들과 함께 한 시간

한편,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빈 심포니의 음악감독을 역임한 파비오 루이지(1959~)는 악단의 기량을 극대화시킨 중요한 지휘자라고 말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 발매된 말러 교향곡 1번과 6번(Wiener Symphoniker)❹은 이들이 만든 최상의 협업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이 두 음반에서 빈 심포니의 연주력과 레퍼런스급 음질은 매우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데, 오케스트라의 정교한 세공력과 섬세한 다이내믹 밸런스야말로 지금까지 발매된 악단의 모든 음반 가운데 단연 최고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악보에 의거한 명확한 구조적 투명성과 절제를 통한 과장되지 않은 해석은 이들 작품이 갖고 있는 기묘한 아이러니를 부드러운 스타일로 드러냈고, 여기에 지휘자의 능력이 강하게 반영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자극적인 말러 해석에 친연성을 느끼는 감상자들이라면 조금 부족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엄격한 고전주의자이자 존경받는 교수인 루이지가 악단으로부터 빈 고유의 오케스트라 음향과 품격을 되찾았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이들의 조합이 만들어낸 슈만 교향곡 전집(Orfeo)❺도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레퍼토리를 대표하는 수연으로 추천할 만하다.

❺ Orfeo C717102

❹ Wiener Symphoniker WS003

 

 

 

 

 

 

 

이후 2014년부터 2020년까지 필리프 조르당(1974~)이 이 악단을 이끌었을 때가 예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기에 ‘전성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빈 심포니가 자체 레이블을 발족시킨 것이 바로 이 시기로서,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브람스 교향곡 전곡, 베토벤 교향곡 전곡,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슈베르트 교향곡 8·9번 등을 자체 레이블을 통해 발매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베토벤 교향곡 전집은 역사주의적 관점과 빈 고유의 전통을 잘 융합시킨 해석으로 강한 어택과 빠른 템포를 인상적으로 표현해 낸다. 악단으로서는 최초의 베토벤 교향곡 전집인 만큼 그 역사적인 중요성 또한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짧은 공백을 지나, 새로운 도약으로

반면 조르당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빈 심포니에 새로운 활기를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정력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다고 평가받는 안드레스 오르스코-에스트라다(1977~)는 2021~2022년의 짧은 재임과 조기 사임으로 인해 음반 작업이 없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❻ DG 4867082

한편, 최근 몇 년 사이 DG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 음반에서 빈 심포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소프라노 박혜상이 베르트랑 드 비이의 지휘로 녹음한 아리아집 ‘I AM HERA’와 바이올리니스트 마리아 두에냐스와 지휘자 만프레드 호네크가 녹음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히사이시 조 작품집 등이 그것으로, DG의 탁월한 레코딩 퀄리티 덕에 빈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서 펼치는 빈 심포니의 역량을 적나라하게 만끽할 수 있다. 더불어 가장 최근에 발매된 르노 카퓌송과의 R.슈트라우스 바이올린 협주곡(DG)❻을 들어보면 최근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페트르 포펠카의 범상치 않은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새로운 웅비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박제성(음악 칼럼니스트)

PERFORMANCE INFORMATION
페트르 포펠카/빈 심포니
5월 25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협연 아나스타샤 코베키나)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b단조,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5월 26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협연 손민수)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a단조, 베토벤 교향곡 5번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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