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TRADITION
소리꾼·21c한국음악프로젝트 음악감독 권송희
한국음악 변화의 중심에 서서
국악의 표정을 바꾸는 ‘소리꾼’으로, 창작국악의 새 얼굴을 성장시키는 ‘멘토’로
대중음악계에 ‘슈퍼스타 K’나 ’팬텀싱어‘가 있다면, 국악계에는 신진 음악가들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펼칠 기회의 장인 ‘21c한국음악프로젝트’(이하 21c프로젝트)가 있다. 올해로 20회를 맞이한 이 대회는 국악을 기반으로 한 실험적인 창작곡을 발굴하는 국내 대표적인 창작국악경연대회다. 전통문화의 대중화와 보존을 위해 2001년 설립된 국악방송의 취지에 발맞춰 지난 2007년부터 첫 경연을 시작했다.
그동안 소리꾼 고영열(2016)·서도밴드(2018) 등 걸출한 국악 스타들을 배출해 온 21c프로젝트는 지난 3·4월 예선 심사를 거쳐 본선에 오를 최종 10팀을 선발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본선 진출자들에게 전문적인 음악적 조언을 건네는 ‘음악감독 멘토링’ 시스템이다. 2024년부터 이 대회 음악감독을 맡아온 소리꾼 권송희(1987~)는 자유국악단 타니모션의 보컬로 이 대회 은상을 수상(2011)한 바 있다. 그는 촉박한 일정 속에서도 합동무대 연습·프로필 촬영·음원 녹음부터 퍼포먼스·의상·무대 배치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정체성을 살리는 연출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6월 본선 경연대회를 앞두고 참가자들과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음악감독 권송희와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확장된 국악 창작의 세계
21c프로젝트에서 3년째 음악감독 자리를 재직 중이다. 지난 프로젝트(2024·2025)에 비해 올해 참가자들에게 특별히 대비되는 특징이나, 참가자들이 가진 공통된 매력 포인트가 있을까?작년과 달리, 특별히 연주·노래팀을 구분 짓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음향이나 질감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많이 보인다. 사회적인 아픔을 치유로 풀어내는 메시지를 가진 팀도 있어 서사의 폭이 넓어졌다는 인상도 받았다. 이전 대회 수상 경험이 있는 두 팀이 대상을 향한 뚜렷한 목표를 갖고 다시 올라온 점도 흥미롭고, 그 열정이 본선 무대 전체의 긴장감을 높여줄 것 같아 기대된다.
21c프로젝트도 벌써 20주년을 맞이했다. 참여했던 프로젝트(제5회)와 비교해서 전반적인 분위기나 소통 방식 등에서 달라졌다고 느끼는 지점이 있다면?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준비의 밀도’라고 느낀다. 무대 연출·AI 활용 이미지 레퍼런스·음원 녹음 계획까지, 한 곡을 선보이기 위한 준비 과정을 이미 촘촘하게 파악한 팀이 많다. 대회 경험이 있는 팀은 자신의 강점·보완점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고. 무엇보다 처음부터 팀 구성에 ‘기획자’가 포함되어 대회 이후 음악 산업 안에서의 진로까지 시야에 넣고 있는 팀이 생겼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21c프로젝트가 전통음악의 전승과 홍보에 있어 실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자신이 쌓아온 음악을 담아내는 방식, 다른 것들과의 조화, 창작음악이 파고들 수 있는 지점을 보여주는 무대라는 점에서 이 대회를 바라보는 분들에게 많은 영감과 자극을 준다고 생각한다. 수상한 팀들의 이후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전통음악도 결국 긴 창작의 역사 속에서 살아남고 전승된 것이니만큼 이 대회는 ‘새로운 음악이 태어나는 소중한 산실’이라고 생각한다.
클래식 음악·재즈·미디어 아트 등 장르 간의 결합,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음악이 자칫 국악의 본질을 흐린다는 우려도 있다. ‘국악다움’과 ‘새로움’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먼저 ‘국악다움’과 ‘새로움’이라는 말 자체가 때로는 하나의 선입견이나 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의 장르 간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요즘, 각자가 생각하는 국악다움과 새로움이 굳어지고 균형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오히려 다양한 음악을 만들기 어려워지니까. 물론 무리하게 전통 음악의 요소를 넣거나, 일반 의상에 한복 질감의 액세서리를 더하는 방식이 과연 국악의 본질을 지키는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음악과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깊이 고민하는 것이다. 자신의 음악적 DNA를 바탕으로 다른 장르와 동등한 힘으로 만나고, 그 음악을 창의적으로 펼쳐낼 수 있어야 진정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적 본질에 닿을 수 있다.

2025년 21c한국음악프로젝트 본선 경연대회

2025년 21c한국음악프로젝트 우승팀 오름새 ©BRANTIST
각자의 색깔로 ‘전통’을 채색해가며
멘토링 과정 중 연출 방향을 설정할 때 특별히 염두에 두는 지점이 있다면?
본선에 오른 팀들의 음악적 숙련도는 이미 검증이 됐다고 본다. 그러니 이제 제3자의 눈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곡의 방향이 무대에서 충분히 표현되고 있는가?’를 보려고 한다. 모든 팀에게 동일하게 주어진 조건(대회 생중계·무대 전환·곡 길이 등) 안에서 각 팀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는 것도 중요하다. 무대 배치·의상·퍼포먼스·음악적 부분에 대한 예시를 찾아 제안하기도 하지만,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전적으로 팀의 선택에 맡긴다. 그리고 이미 충분히 계획이 잘 세워진 팀에게는 최대한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
참가자들의 작업물을 바탕으로 그들과 소통하며 오히려 배우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본인의 음악 활동에도 영감을 주는 부분이 있나?
열린 자세로 주고받는 대화, 파격적인 실험, 내가 그 나이였을 때는 상상도 못 했을 과감함 같은 것들을 많이 배운다. 지금 세대의 음악이 탄생하는 과정을 가장 앞줄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자산이다. 그 과정에서 내 음악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도 있는데, 이 대답은 매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향후 예술 활동에 있어 새로운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작년부터 ‘권송희&정중엽(이날치, 장기하와 얼굴들 멤버)’이라는 이름으로 듀오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에는 전자 음향과 내 목소리를 기반으로 한 음악들로 꾸려진 싱글·EP 음반을 준비하고 있고, 30대 후반을 주로 음악을 창작하며 보냈다 보니, 이제는 전통 판소리로 돌아가 완창 발표를 하거나 음원을 발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 화려하지 않더라도 묵묵히 그 길을 걷는 시간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글 장지현 수습기자 사진 국악방송
권송희(1987~) 한양대에서 학·석사과정을 마치고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국악뮤지컬 집단 타루, 타니모션, 이날치에서 활동했다. 전통 판소리를 기반으로 현대적 시도를 통해 국악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PERFORMANCE INFORMATION
국악방송 21c한국음악프로젝트 본선 경연대회
6월 25일 오후 7시 국립국악원 예악당
조선버전, 이사이, B-error, 포짓, 개호주 밴드, 하모예, 판도라, 염경관, 비랑, 적감(출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