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중계 방송의 화면 전환은 어떻게 이뤄지나?

음악의 주요 대목에 맞춰 바뀌는 화면 구성 비법이 궁금해요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9월 1일 12:00 오전

오케스트라 중계 방송의 화면 전환은 어떻게 이뤄지나?
음악의 주요 대목에 맞춰 바뀌는 화면 구성 비법이 궁금해요

안녕하세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20대 후반 직장인입니다. 퇴근 후 직장 동료들과 클래식 음악 연주회에 함께 가고 싶은데, 비싼 티켓 값이 부담돼 막상 약속을 잡지 못할 때가 많아요. 다행히 요즘에는 클래식 음악 연주 실황을 방영해주는 TV 프로그램이 많아 집에서 공연장 분위기를 만끽하곤 한답니다. 어느 날 좋아하는 음악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연주가 방영됐는데, 문득 오케스트라 중계 방송의 화면은 어떻게 전환되는지 궁금했어요. 촬영 기사는 어떻게 주요한 대목을 연주하는 연주자를 적재적소에 포착하나요?
김수현(서울시 광진구 광장동)

A 김수현 독자님, 안녕하세요. 음악을 감상하시며 화면 전환 방식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군요. 오케스트라 연주를 중계해 주는 TV 프로그램을 위해선 여러 촬영 기사가 서로 다른 위치에 포진해 있답니다. 하지만 모두 클래식 음악 전문가가 아닐 텐데, 촬영 기사가 주요한 대목을 연주하는 연주자를 어떻게 정확한 순간에 포착하는지 궁금하시죠? 그 뒤에는 ‘스코어리더(Score-Reader)’가 있답니다. 스코어리더는 말 그대로 ‘악보’를 ‘읽어주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운동경기에서 스코어를 올리려는 선수처럼 스코어리더도 공연을 녹화할 때만큼은 긴장감이 넘친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스코어리더가 하는 일을 알려드릴게요.

우선 공연 전 스코어리더는 음악을 형식에 따라 세밀하게 나눠 악보에 표시합니다. 각 부분에서 어떤 악기가 주선율을 연주하는지, 오페라의 경우에는 어떤 가수가 주요한 장면을 연기하는지에 따라 화면이 전환될 타이밍을 정합니다. 정리한 내용으로 콘티를 짜고 리허설에 들어가는데, 여기서 콘티란 촬영을 위해 필요한 모든 사항을 기록한 일종의 대본을 뜻합니다. 리허설을 진행하며 악보와 다른 부분은 없는지, 연주에 특이 사항은 없는지 등을 체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작성한 최종 콘티를 담당 PD와 충분히 상의한 후, 촬영 기사들과 공유합니다. 콘티도 만들었고 리허설도 했으니, 이제 스코어리더는 공연을 편안히 감상하면 될까요?


▲ 스코어리딩 중인 스코어리더의 테이블

쉬기엔 아직 이릅니다. 많은 사람이 공연 후 편집 과정을 거칠 것으로 생각하지요. 하지만 오케스트라 단원 개개인을 모두 촬영할 수가 없기에 본 공연에서 정확히 화면을 전환해야 필요한 영상을 획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촬영 기사들이 중계차에 있는 스코어리더의 리딩에 맞게 움직이는 것이죠. 다만 성악곡인 경우, 가사를 삽입하기 위해 공연 후 편집 과정을 거치며, 재즈 공연의 경우에도 즉흥적인 요소가 많아 화면 편집을 합니다.

스코어리더가 어떻게 콘티를 짜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화면이 나옵니다. 음악의 흐름에 따라 정확히 바뀌는 화면 뒤 숨은 비밀, 스코어리더. 그들이 있기에 클래식 음악 연주 중계가 더욱 흥미진진할 수 있다는 것, 잊지마세요.

취재에 도움 주신 분들 정수연(전 KBS 스코어리더)·김민영(방송 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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