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젊은 그대의 끝없는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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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11월 5일 9:00 오전

WELCOME INTERVIEW_1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는 트리포노프. 그의 장기인 라흐마니노프를 11월 서울에서 만나게 된다

‘전(全)지구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콩쿠르에서 질주하던 소년은 이제 세계 여러 도시를 다니며 빽빽한 연주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아직 서른이 되기까지 몇 년이 남았지만 다닐 트리포노프(Daniil Trifonov, 1991~)의 시계는 누구보다 바쁘게 돌아간다. 전방위적인 그의 인기는 아시아에서도 유효하다. 당장 오는 11월 스케줄 중 절반은 한국·대만·홍콩·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의 공연이 연이어 예정되어 있다.

음반을 놓고 이야기하자면, 트리포노프는 지금까지 라흐마니노프·리스트·쇼팽 등 낭만 시기 음악에 주력해왔다. 특히 라흐마니노프에 대해서는 꾸준한 접근을 해왔는데, 2015년 야닉 네제 세갱/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주곡 녹음, 지난해 기돈 크레머와 함께한 피아노 3중주 음반 ‘기도(Prechiera)’, 지난 10월 마찬가지로 네제 세갱/필라델피아와 녹음한 신보 ‘데스티네이션 라흐마니노프(Destination Rachmaninov)’ 등을 선보인 바 있다. 오는 11월 15일 안토니오 파파노/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의 내한 공연에서 협연할 작품 역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다.

지난해 결혼을 하면서 개인적 삶의 전환기를 맞이했듯이, 음악가로서의 그의 커리어 역시 언젠가 변화를 요구받을 수 있다. ‘콩쿠르 스타 출신의 청년 연주자’라는 이미지의 유효기간을 생각한다면 그 변화의 시기는 머지않아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다행인 것은, 트리포노프 자신은 그러한 준비를 일찌감치 해온 것으로 보인다. 예전부터 틈틈이 작곡을 해온 그는 ‘피아노 협주곡 E♭단조’(2014), 라흐마니노프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한 피아노 독주곡 ‘라흐마니아나(Rachmaniana)’, ‘피아노 5중주’(2018) 등을 발표했다. 피아노 협주곡은 2014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연주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아직 20대를 지나고 있는 이 음악가가 10년 후, 20년 후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미래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이 청년의 오늘에 주목하자. 이하는 트리포노프와 주고받은 짧은 인터뷰.

 

오는 11월 한국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라흐마니노프는 다닐 트리포노프 자신이 태어난 러시아의 작곡가이기 때문에 더욱 깊은 이해가 가능할 듯하다. 스스로 이해하고 느끼는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어떤 것인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듣자마자 감정을 끌어올린다. 감정의 표현이 가장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하는데, 동시에 연주하는 이들에게 음악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작품을 만날 때마다 매번 더 깊어지고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들이 많이 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라흐마니노프의 매력일 것이다. 음악가에게도 재미있는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이고, 평소 음악 잘 모르던 일반인들도 뜨거운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곡가라 생각한다.

요즘은 어떤 곡을 작곡하고 있는가? 작곡에 몰두할 시간이 많지 않지만 가끔 작곡을 한다. 현악 앙상블과 피아노 작품을 쓰고 있다. 교향곡도 쓰고 있지만 완성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지난여름 베르비에 페스티벌(7월 29일)에서 내가 작곡한 피아노 5중주를 바이올리니스트 빌데 프랑와 키릴 트로소프, 비올라 오리 캄, 첼리스트 클레멘스 하겐과 함께 초연했다. 몇 개의 작품도 가까운 시일 내에 연주할 계획이다(레코딩으로 남길 계획은 아직은 없다). 도전해야 할 많은 작곡가들의 작품이 있기 때문에 그것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연주나 연습이 아닌 휴식 시간에는 무엇을 하면서 보내나? 수영을 좋아한다. 작품마다 연주를 위한 어떤 신체적인 접근 방식이 있는데, 그러한 좋은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서 혹은 특정한 사운드를 만드는 데 있어 수영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수영은 무대 위에서 좋은 컨디션으로 오래 버텨낼 수 있는 힘도 키울 수 있지만, 물속에서 물의 저항을 이겨내는 동작을 하는 동안 어떤 형태로든 소리에 영향을 미친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좋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유연성, 특히 어깨의 유연성을 만드는 데에도 수영이 도움이 된다.

어린 나이에 수많은 콩쿠르에 입상하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것이 자신에게 언제나 장점으로 작용하는지, 혹은 때때로 부담이나 단점으로 느껴질 때가 있는지 궁금하다. 한 명의 작곡가의 곡에 집중하면 그 작곡가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쇼팽 콩쿠르를 준비할 때가 그랬고, 그전에는 스크랴빈 콩쿠르가 그랬다. 더 많이 연주하고 개발할수록 더 깊이 좋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콩쿠르를 통해서 내 자신을 세계에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의 주요 일정은? 이번 2018/2019 시즌 베를린 필하모닉홀의 상주 아티스트로 선정되어 몇 차례의 연주가 있다. 지난 시즌에 이어 뉴욕 카네기홀에서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고, 런던과 빈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연주한다. 독주와 실내악, 오케스트라 협연 등 각 도시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글 이정은 기자 사진 크레디아

 

안토니오 파파노/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11월 15·16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외(다닐 트리포노프 협연) 16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외(조성진 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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