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이택기

청춘의 심장에서 나오는 신선한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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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3월 18일 9:00 오전

for young artists

절대적으로 탁월하고 환상적인 젊은 예술가의 능력과 성숙함. 이택기의 무한한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Jino Park

2014년 헤이스팅스 피아노 협주곡 콩쿠르에서 17세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거머쥔 이택기. 얼마전 마리아칼라스홀에서 펼쳐진 리사이틀에서 바흐와 베토벤, 리스트와 슈만의 아름다운 감성을 조화롭게 펼치며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다. 봄처럼 피어나는 음악의 영감은 청춘의 심장에서 나오는 매력을 품고 있었다.

 

음악의 시작

처음 피아노를 배운 것은 언제였나요? 어릴 때 집에 피아노가 있어서 피아노와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그러다가 인연이 되어서 여섯살 때 같은 아파트에서 피아노를 가르치시던 선생님께 처음으로 취미 레슨을 받을 수 있었고요. 이때부터 제 음악 여정이 시작되었어요. 양손을 이용해서 다채로운 화음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어린 저에게는 제일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음악적으로 성장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 텐데요. 지금 돌아보면 삶에서 얻은 대부분의 경험들이 제 음악적 성장에 도움을 준 것 같아요. 사람들과의 교류, 여행에서 느끼는 새로운 문화와 정서, 힘든 시련과 고뇌의 시간, 그리고 행복, 이러한 경험들이 저의 일부가 되고 그것들이 결국 제 음악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책과 영화 속에서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감정과 정보도 매력적이고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직접 일상에서 제가 경험한 것들이 더욱 오랜 시간 기억에 남고 음악적 원동력을 제공해주는 느낌을 받아요.

선생님들께는 어떤 음악적인 도움을 받았나요. 어린 시절, 음악가에게 제일 중요한 덕목인 연습을 가르쳐 주신 홍영임 선생님이 계십니다. 피아니스트의 길을 처음으로 열어주신 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만나게 된 권마리 선생님께서는 음악이라는 깊은 숲속 한가운데에 저를 넣어주셨어요. 권마리 선생님께서는 관찰자의 시점에서 하는 연주가 아닌 1인칭의 시점에서 제가 직접 느끼고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음악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셨죠. 현재 커티스 음대에서 배우는 로버트 맥도날드 선생님께는 음악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를 보고 배워요. 완벽주의에 가까운 선생님의 레슨을 받다 보면 처음에는 “이걸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고?”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이런 치밀함이 음악가로서 당연히 지녀야할 성격이라고 새삼 느끼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저에게는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동시에 가장 많은 가르침을 주신 강충모 선생님이 계십니다. 음악의 본질은 소리이기에 그것을 갈고 닦는, 어렵지만 가장 기본적이면서 필수적인 관문을 저에게 열어주셨고 선생님께 받은 이 교훈을 제일 중요한 음악적 모토로 생각하고 살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어느 때 피아노가 가장 힘들다고 느껴지나요? 뉴욕에서 고등학교를 잠시 다녔었는데, 요구되는 학업량이 매우 많아서 피아노에 손을 대기도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 옆에서 큰 힘이 되어준 가족과 강충모 선생님이 계셨기에 잘 버텨낼 수 있었어요. 피아노를 좋아하면서도 지금도 연습실에서 고독하게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어느 땐 외롭고 힘들다는 느낌이 들곤 해요. 더구나 피아노는 오케스트라에 속하는 악기도 아니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다른 악기들에 비해 현저히 길 수 밖에 없는데 그냥 앞으로도 꾸준히 겪어야할 시련이라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려고 합니다.(웃음) 커티스 음대로 학교를 옮기고 나서 다양한 사람들과 체임버 음악을 연주할 기회가 많아져서인지 요즘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가장 행복한 때는 언제인가요? 많지는 않지만 연주를 마치고 스스로에게 “잘했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연주를 했을 때가 가장 행복하죠. 연습실에서의 고통이 싹 씻겨져 나가는 느낌이랄까요. 그때의 행복감이 좋아서 힘든 연주자의 길을 놓을 수 없는 것 같아요.

헤이스팅스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 정말 기뻤을 것 같아요. 헤이스팅스는 영국해협과 마주하고 있는 영국 남부 도시입니다. 도시 자체만으로도 고풍스럽고 아름다우며 시민 혹은 관중들도 매우 친근해서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그래서인지 조금 더 마음의 평화를 찾고 제 음악을 연주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웬만해서 무대 위에서 연주를 하고 나면 머릿속에서 거의 모든 장면을 생생하게 돌려볼 수 있는 타입임에도 불구하고 이 때 결선에서의 연주는 거의 단 한 순간도 돌려보기가 되지 않는 기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아마 잠시 무대 위에서 라흐마니노프에 미쳐있다 나왔지 않나 생각해요. 그래서 뭐든 미쳐야 되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콩쿠르 후에 부상으로 주어지는 연주들을 해나가면서 연주자의 삶에 아주 약간은 가까워진 것 같아요. 연습과 여행의 무한반복, 그래도 제가 여행을 좋아해서 힘들다는 생각보다 즐거움에 압도되어 지냈습니다. 다만 제가 어린 나이인만큼 우승의 기쁨은 빨리 잊고 계속 정진하는 연주자가 될 수 있도록 다짐했고요.

 

내가 사랑하는 것들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 성격은 어떤가요? 하나에 빠지면 거기서 헤어나오질 못하는 것이 장점이며 단점이에요. 한 곡에 빠지면 그 곡만 몇 천번은 듣고 그 곡만 쳐도 질리지 않는 장점인 동시에, 음악 외적인 요소에 빠지면 큰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지요. 스스로를 컨트롤 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음악 외에 좋아하는 것은. 여행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좋아하는 책은 조지 오웰의 ‘1984’를 꼽을 수 있겠네요. 영화 역시 조지 오웰의 ‘1984’와 유사한 풍경을 담아내는 ‘타인의 삶’을 참 인상깊게 보았어요. 차갑고 감정적으로 둔탁하게 만들어 졌다고 평가되기도 하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따뜻함이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 음악과 정말 비슷한 감성을 지닌 영화예요.

인생의 좌우명이 있다면. 될 때까지 연습하자? 조금 단순하지만 연습은 저를 배반하지 않습니다.

연주할 때 외의 가장 행복한 시간은. 여행도 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가 행복합니다. 한국에 오면 삼겹살 맛집들을 도장깨기하듯 다니고 있어요.(하하) 그리고 연주는 아니고 새로운 곡의 악보를 볼 때도 좋아요.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은가요? 보여주는 연주가 아닌 저를 담아내는 연주를 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클래식 음악을 이 시대 사람들이 들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항상은 아니지만 종종 우리는 과거 속에서 지식을 찾는다던지 영감을 얻습니다. 그 과거의 유물중 하나인 클래식 음악은 현재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믿어요. 작곡가들이 엄청난 고뇌와 함께 그려낸 음 한음 한음이 모여 음악이 되고, 그것을 소리로 담아내는 연주자로 인해 예술로 변모한다고 해야 할까요. 말로 천 번 표현하는 것보다 음 하나가 담고 있는 뜻이 더욱 의미가 깊을 수 있습니다. 예술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신의 경지일수도 있으나, 그것에 약간이나마 가까워진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 될 겁니다.

자신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일부이고 이미 저의 전체를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연주 활동을 하다보면 제 자신과 더 친밀해지고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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