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대표 게리 긴스틀링, 21세기 오케스트라 전략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0년 3월 9일 9:00 오전

GLOBAL ORCHESTRA CEO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대표

게리 긴스틀링

21세기 오케스트라 전략가

오케스트라, 동시대와 호흡하려면 어떠한 책략을 세워야 할까?

 

©Tony Hitchcock

2017년 미국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대표로 게리 긴스틀링(Gary Ginstling)이 부임했다. 그가 말하길,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미국의 얼굴”이라고 한다.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National Symphony Orchestra(NSO), 이하 내셔널 심포니)는 1931년 설립됐다. 1986년부터 케네디 센터 상주 단체로 선정돼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얼굴’이라는 표현처럼 내셔널 심포니는 미국 국민에게 친숙한 악단이다. 국가 공식행사에 정기적으로 초청되며, 클래시컬 WETA 90.9FM 방송을 통해 미국 전역에서 내셔널 심포니의 연주를 접할 수 있다.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3천 개 이상의 공연 실황을 제공하기도 한다.

내셔널 심포니는 다채로운 연주를 추구한다. 대표적으로 1992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아메리칸 레지던스 프로그램(American Residences Program)’에서는 보이즈 투 맨, 인도 민속 악기 타블라(tabla) 연주자 자키르 후세인 등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했다.

아울러 사회와 다양한 방식으로 호흡한다. 일례로 미국의 현대 작곡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1983년 헤칭거 커미셔닝 펀드(Hechinger Commissioning Fund)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60여 개의 현대 곡이 초연 기회를 얻었다.

교육 프로그램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3세 이상의 어린이를 위한 공연, 젊은 음악가들을 위한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유스 펠로십 프로그램(Youth Fellowship Program), 단원들이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는 여름 음악학교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역 사회 연계 프로그램인 ‘인 유어 네이버후드(In Your Neighborhood)’에서는 학교·교회·병원을 찾아 사회에 이바지한다. 오는 3월, 내셔널 심포니는 제2차 세계대전 75주년을 맞아 50년 만에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할 예정이다.

내셔널 심포니는 그동안 한스 킨들러(1931~1949), 하워드 미첼(1949~1969), 안탈 도라티(1970~1977),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1978~1994), 레너드 슬래트킨(1994~2008), 크리스토프 에셴바흐(2010~2016)와 조금씩 성장해왔다. 2017년부터는 음악감독 잔안드레아 노세다와 함께하고 있다. 게리 긴스틀링 대표는 “지휘자 잔안드레아 노세다와 함께 일하고 싶어 이 악단으로 왔다”고 고백한다. 다음은 게리 긴스틀링 대표와 나눈 인터뷰.

 

음악감독 잔안드레아 노세다와 면밀히 소통하는 편이라고. 내셔널 심포니 운영을 맡은 후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노세다와 함께 최고의 음악을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 티켓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정기 공연 티켓 판매율을 살펴보면, 지난 일곱 시즌 동안 티켓 판매가 감소하다가 최근 두 시즌에 증가한 걸로 나온다. 평론가들에게도 좋은 평을 받았다. 모두 노세다의 음악적 리더십 덕분이다.

노세다와는 계약을 2025년까지 연장했다. 내셔널 심포니는 노세다와 가능한 오랫동안 일하기를 원한다. 노세다는 의사소통이 탁월한 지휘자이다.

시즌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단원들 의견도 반영하나? 노세다는 오케스트라 사무국의 프로그래밍 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상의하여 프로그램을 결정한다. 시즌 프로그램이 확정되면, 단원들에게 꼭 피드백을 받더라. 보통 2년 전에는 프로그래밍을 한다. 지난 2월, 2020/21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지금은 2021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의 시즌 프로그램 작업 중에 있다.

지난 2월에는 노세다와 녹음한 첫 음반이 발매됐는데. 내셔널 심포니 자체 레이블을 통해 제작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2019년 6월, 케네디 센터 연주 실황 음반이다. 음반은 ‘LSO Live’ 레이블을 통해 유통되고, 다양한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며 5월 28일부터 6월 14일까지 3주 동안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다. 이 연주는 올해 하반기 음반으로 출시된다. 한국 청중도 노세다와 내셔널 심포니가 만드는 음악을 꼭 즐기기를 바란다.

 

국가와 함께 호흡하는 악단

내셔널 심포니는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에 있다. 미국의 공식적인 행사에 많이 초청되는 편인데. 미국의 독립기념일, 죽은 군인들을 기리는 메모리얼 데이에 국회의사당에서 무료 공연을 한다. 40년 이상 이어온 공연이다. 이 연주는 방송을 통해 전 세계로 방영된다. 작년 여름에는 나사(NASA) 5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우리는 워싱턴에 위치한 국가 기관들과 다양한 협업을 하고 있다.

3월에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공연할 예정이라고.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 75주년을 기리는 해이다. 미국 오케스트라로서는 처음으로 히로시마를 50년 만에 방문한다. 노세다와 이사회, 단원 그리고 사무국 직원들은 미국과 일본의 우정을 위하여 피스 메모리얼 공원(Peace Memorial Park)도 방문할 예정이다. 음악은 모든 사람들을 함께 모으는 힘이 있다. 이번 히로시마 공연이 미국과 일본의 화합을 다지는 특별한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21세기와 호흡하기 위한 전략

다른 오케스트라와는 다르게 수석 팝스 지휘자(Principal Pops conductor)가 있다. 팝스(Pops) 프로그램의 수석지휘자 스티븐 라이네케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영화·힙합 음악 등을 프로그래밍 한다. 보통 한 시즌에 10여 개의 팝스 프로그램을 올리고 있다. 내셔널 심포니의 장점은 전통 클래식 음악부터 민속음악, 팝스 콘서트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소화한다는 것이다. 오케스트라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하는 것은 21세기와 호흡하는 전략이라고 본다.

새로운 관객 개발을 위하여 고민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나? 다양한 크로스 오버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DECLASSIFIED’ 시리즈는 캐주얼한 공연 형식을 지향한다. 공연 전후에 간단한 파티를 즐기며 맥주나 위스키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관객들이 클래식 공연을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가게끔 하기 위해서다. 이 공연을 기획한 벤 폴즈는 내셔널 심포니의 첫 번째 예술 고문(Artistic Advisor)이다. 그는 싱어송라이터인 동시에 영화 음악을 만든다.

운영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다른 오케스트라와 마찬가지로 기부금을 받는 것이다. 내셔널 심포니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추구하는데, 다행히도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재원 조성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나? 케네디 센터에 약 2,0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있다. 내셔널 심포니는 케네디 센터에서 지원을 받는다. 매년 약 400억 원 정도를 받는다.

오케스트라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기본적인 지식이 중요하다. 오케스트라 프로그램·관객층·단원들 성향·이사회·후원회 등 여러 방면을 잘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다.

2020년 내셔널 심포니 공연 중 가장 주목해야 할 공연을 꼽는다면? 3월에 있을 일본 히로시마 공연, 그리고 5월 말부터 3주간 진행되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 시리즈는 꼭 기억하면 좋겠다.

 

음악감독 잔안드레아 노세다

©Tony Hitchcock

지휘자 잔안드레아 노세다는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공연 모두에서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그동안 베를린 필·시카고 심포니,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뮌헨 필·뉴욕 필·NHK 심포니 등 각국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2007년에서 2018년까지 이탈리아의 토리노 왕립극장(Teatro Regio di Torino) 음악감독으로 활약했다. 10년 전에는 무지카 이탈리아나(Muisca Italiana) 프로젝트를 시작해 과소평가되고 있는 20세기 이탈리아 레퍼토리를 녹음하는 작업을 시행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는 안나 네트렙코와 함께 공연했고, 뉴 이어스 이브 갈라 콘서트를 지휘하기도 했다.

노세다는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일곱 번째 음악 감독으로 지명됐다. 2017/18 시즌으로 시작했으며 2018년 9월에는 임기가 2024/25시즌까지 연장됐다. 역임 기간 동안 한 시즌에 12주를 지휘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현재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전곡 녹음을 진행 중이다. 노세다와 런던 심포니는 올 하반기에는 음반을 발매할 예정이다.

©Scott Suchman

 

상반기 주요 공연

상반기 공연 프로그램은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이 적절한 혼합을 이룬다.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4.16·18), 유명 미국 동화작가인 모 윌렘스가 사회가 사회를 보는 어린이 음악회(4.19),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휘하는 ‘올 프렌치 프로그램(all-french program)’(4.23·25), 노세다가 지휘하는 말러 교향곡 4번(5.7~9) 공연이 주목할 만하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베토벤 교향곡 전곡 프로그램(5.28~6.14)을 연주한다.

대중적인 프로그램을 지향하는 팝스(Pops)의 수석지휘자 를 두고 있는 만큼 스티븐 라이네케가 지휘하는 디즈니·픽사 만화영화 공연(5.1·2), 셰익스피어 시어터 컴퍼니와 협업하는 ‘번스타인 온 더 타운(Bernstein’s On the Town)’ 팝스 콘서트(6.25~28)도 기대를 모은다.

 

글 박선민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및 뉴욕대에서 예술경영 석사, 홍콩과학기술대에서 MBA, 성균관대에서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종문화회관, 싱가포르 IMG 아티스트, 미국 뉴욕 필하모닉 기획팀에서 근무했다. 현재 대학에서 강의하며, 예술경영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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